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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 숭례문 > > 안녕하십니까, > 춘포, 박 복진입니다. > > 숭례문 화재 현장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 > 600 년이나 되었다는 나라의 보배 제 1 호가 타서 폭삭 주저앉았다는 사실 때문에 가보고 > 싶었던 것이 아니라, 나라의 어느 상징이 없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서러워서 그 잔해를 > 다 치우기 전에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600 년 전 그 대문을 지으려고 여기 저기 > 서 나무들을 나르고, 뚝딱거리고, 쓱싹쓱싹 대패질을 하며 한 쪽에서는 가마솥을 걸어놓고 > 일군들 먹거리를 짓고 있는 600 년 전의 그 상황을 상상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왜냐면 언제고 그 자리를 지나가며 보았던 완성된 대궐문에서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질 > 않았기 때문입니다. 해괴한 발상이지만 무너져 폭삭 주저앉은 그 모습에서 저는 그 문을 > 짓고 있는 조선 시대의 그 당시 그 현장 상황을 연상하고 싶었습니다. > > 종로의 어느 회사 마라톤클럽에서 공동구매를 해 주신 저희 마라톤화 faab 1500 일차분을 > 갖다드리고 나서, 사이즈가 작아 한 문대 더 큰 걸로 바꾸시겠다는 두 분의 신발 교환분을 > 왼손에 달랑달랑 든 체 현장으로 가보았습니다. 지하철 시청역에서 내려 현장을 향해 걸어 > 가니 심경이 참으로 착잡하더이다. 누군지 모를 대상을 향해 거푸 욕설이 튀어 나오려함을 > 참기가 어렵더이다. > > 아, 저기 저 곳에... 있어야 할 그 곳에 그것이 안보이네요. > 내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화마가 삼키었다는 표현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 > 같습니다. 누군가가 삼켜버렸습니다. 멀쩡한 건축물을 통째로 삼켜버렸습니다. > 아, 나는 발길을 돌리고 싶었습니다. 어찌해서 짓고 있는 현재 진행형을 보고 싶었는지, > 왜 그런 멍충이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내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은 아무런 생각 > 도 다 사치일 뿐이었습니다. 그저 탄식과 원망과 비탄과 허무와 이 모든 것으로 다 버무려 > 진 극심한 실망만이 겨울 삭풍으로 인해 이곳, 저곳에 범람하고 있었습니다. 아, 나는 들 > 고 있던 신발 상자를 땅 바닥에 내려놓고 두 손으로 입 언저리를 가렸습니다. 코도 막았습 > 니다. 뜨고 있던 두 눈을 실눈으로 바꾸고 망연자실 그냥 그대로 굳어졌습니다. > > 원망이, 원망이 내 가슴 저 밑에서부터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두뇌는 >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불이 났다. 신고가 들어온다. 출동하는 소방트럭에 본부 > 에서 지령이 떨어진다. 작동된 컴퓨터 행동양식 그대로 지령이 떨어진다. 최초 발화지점의 > 도면이 모니터에 쫘르르 펴지면서 어느 지점에 어느 정도의 수압으로, 어느 정도의 물살포 > 를 몇 번 소방수가 몇 번 동료와 함께 어떻게 진화할지가 모니터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 도착된 소방트럭이 멈추기도 전에 화재 진입 작전이 펼쳐지면서 불은 불과 몇 분 만에 > 진화되고, 그을음이 생긴 곳의 원형복원을 위해 대한민국 최고의 단청 전문가는 기다리고 > 있었다는듯이 도료를 희석시키고 있는 장면....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리의 숭례 > 문은 다시 멀쩡하니 그곳에 자리하고... 그저 한 번 스치고 지나간 여름 소나기와도 같은 잠시 > 잠깐의상황, 감히 어느 누가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가 있을까? 더구나 나라의 수도 > 한복판에서.... > > 그러나, 그러나,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구나...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꿈을 꾸고 있고나. > 저기 저 곳을 보아라, 없어졌지 않는가? 뭐가 있어야 단청을 하던지 분청을 하던지 하지. > > 분노한 시민들 그 한가운데로 내 몸이 빨리어 들어갔습니다. 불에 타서 없어진 우리의 자존 > 심, 나라의 보물 제 1 호 숭례문은 시커먼 숯 검댕이 되어 시민들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어 > 가 앉았습니다. 그들은 육두문자로 그 숯검댕이를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마지못해 현장에 > 나타난 관계자들에게 사정없이 시커먼 토사물을 뿌려대고 있었습니다. 그래봐야, 그래봐야 >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대책이 없었지만,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질식사라도 할 것 같은 > 가 봅니다. 쉴 사이 없이 분노의 토악질을 해대고 있었습니다. 어느 분은 지금 모두 이대 > 로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자고 선동하고 있었습니다. > > 나는 숭례문 생전에 그 문을 볼 때 마다 불쌍해서 고개를 돌리곤 했습니다. > > 그 문은 원래 거기 그렇게, 고층 빌딩 사이에 끼어 숨죽이고 있을 팔자가 아닌 것입니다. > 적어도 반경 500m 정도 이내는 아무 건축물도 있어서는 안 되게 해서 원래의 위엄을 갖추 > 어줘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보물 제 1 호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했습니다. 파리의 개선문, > 중국의 천안문, 그것들은 그 자체의 위엄도 위엄이려니와 그 주위의 공간이, 그것들을 떠 > 받치고 있는 주변의 무 존재들이 그 위엄을 더 자가발전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대단히 유 > 감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의식이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올림픽 평화의 문은 원래 건축 > 설계자 도면대로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야했습니다. 평화의 문에서 종합운동장까지 가는 대로 > 의 중앙 화단에 설치되어있는 스포츠 동상들은 지금보다 최소 5 배 이상씩은 더 커야합니 > 다. 유치원 놀이마당에 있는 동상보다도 더 작은 지금의 싸이즈데로 발주한 관청의 허가 > 권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만주의 드넓은 벌판이 원래 우리 조상들이 뛰어놀던 마당 > 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어찌해서 우리는 우리의 스케일을 자꾸만 쪼그라들게 하는가? > > 어느 부서의 관계자가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는 모르나, 화재의 현장을 가리는 차양막 공사 > 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내 앞에 디밀어진 모 TV 사의 카메라 마이크에 나는 울면서 > 말했습니다. 여보세요, 나라의 보물 제 1호를 태워먹은 국민이 이제 더 이상 무엇이 더 > 부끄러워 감출 게 있단 말이오? 저 거적을 거두시오. 거두고서 일 년이고 이 년이고 관계 > 된 자들은 매일 아침 이곳에서 곡을 하고 나서 일과를 시작하게 하시오. 우리는 이 정도의 > 수준 밖에 안 된다고 세상에 고합시다. 차라리 그 장면을 팔아서 볼 것을 만들어 관광자원 > 으로 합시다. 구석에 측간처럼 처 박아놓고 푸대접하던 옛날의 숭례문 관광객보다는 그쪽이 > 더 많을 것이오. > > 그러고 말이오. 그나마 알량한 자존심이 있어 불타 허물어진 국보 1호가 부끄럽다면, 그래 > 서 그것들을 감추고 싶다면, 여보시오, 저기 저 거적같은 차양막이 될 말이오? 좀 깨끗하니 >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휘장으로 가려주시오. 여보시오, 저기 저 차양막 거적 천은 요즈음 > 시골의 비닐하우스에서조차 쓰지 않는 것이란 말이오. 돌아가신 임금을 멍석으로 덮는 당신 > 네들은 도대체 어느 사람들이오? 말 좀 해보시오, 제발.... 아, 그래 숭례문이 비록 보물 > 번호는 1 번이지만 화재 예방 순서가 48 번째라서 그런 것이오? 1 번이면 어떻고 480번 > 이면 어떻소? 여기 우리나라 심장이며, 나라를 대표할 만한 그럴싸한 것이 없어 입때껏 > 나라의 상징으로 써 먹은 그 공을 봐서라도 좀, 제발이지 마지막 위엄을 갖춰주시오, > 제발 부탁입니다, 여보시오들..... > > 춘포 > 박 복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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