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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센 프란시스코의 금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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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진 작성일07-12-24 13:38 조회1,10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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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미국 남부의 텍사스 주 휴스톤에 조그만 소읍으로 헌츠빌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이곳으로 가야 할 일이 있어 그곳으로 날아간 것은 12월 초,  목적했던 일을
다 마치고 아내와 나는 그곳에 가면 당연히 가야 할 곳으로 휴스톤 우주센터 관광을 마치자
마자 다시 로스 엔젤리스로 날아와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관광 리무진에 몸을 싣고 4박 5
일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국 비행기를 타기위해 센 프란시스코 시에 도착한 것은 이미 집을
떠난 후 10일 째 되던 12월 중순, 아내는 시차로 인한 수면 장애와 달라진 음식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시시각각 눈앞에 새로이 전개되는 미국 남부와 서부의 풍광에 대단한
만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제 긴 여정의 마지막 도시인 센 프란시스코입니다.

아내는 오늘 하루, 세계 7 대 미항의 하나인 아름다운 항구도시 이곳 센 프란시스코의 매력
에 흠뻑 빠져 가이드의 설명 하나, 하나에 쫑긋 귀를 세우고 경청하였습니다. 낮 관광으로
채울 수 없었던 이 도시에 대한 궁금증을 야경으로라도 더 채워보려고 이미 파김치가 다
된 몸을 끌고 오늘 저녁 시간이 허락해서 갈 수 있는 마지막 명소인 스탠포드 대학교까지
다 둘러보고 숙소인 힐튼 센 프란시스코에 짐을 푼 시각은 시침, 분침 모두 밤 12시에 바
짝 다가선, 자정을 볼과 몇 분 앞둔 시각이었습니다. 우리 두 내외는 누구랄 것도 없이 그
대로 침대 위로 곯아 떨어져 내일의 귀국 비행기 수속을 대비해야했지요.

그러나, 그러나...

이곳 센 프란시스코에 오면 내가 꼭 하고 싶은 게 아직 하나 끝나지 않은 게 있었습니다.
달리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이 곳 센 프란시스코에 오면 절대로 빼먹어서는 안 될 달리
기 코스로 센 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 ( Golden Gate Bridge )를 내 두 다리로 달려서
뛰어 건너보고 싶었던 오랜 바램이었지요.

육체와 정신,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강할까요. 누적된 피로로 손가락 하나 꼼지락거리기도
어려운 그 순간에도 나는 호텔 방안의 전화기를 들어 내일 아침 새벽 3시에 기상 할 수
있도록 기상 벨 시각을 입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세 시에 이 기상벨 소리를 듣
고 내 두 눈의 꺼풀을 위로 올려 강제 기상을 단행 했습니다.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아내
가 혹여라도 깰까봐 거실의 불은 켜지 않고 입어야 할 옷가지를 들고 욕실에 들어가 살금살
금 도둑고양이 행세를 하며 입었습니다. 차가운 바깥 날씨를 감안 면장갑도 끼고, 털실로
짠 벙거지 모자도 눌러써 완전 무장을 하고, 까치발로 살금살금 방을 나와 호텔 로비 접수
대로 갔습니다. 그리고 당직을 서고 있는 직원에게 공손하게 말했습니다.

“ 나는 이 호텔 3동 객실 1001호에 묵고 있는 객실 손님입니다. 나는 이곳 센 프란시스코
의 명물인 금문교에 가서 그 다리를 뛰어서 건너고 싶습니다.  그곳까지의 거리가 얼마인
지, 어떻게 찾아 가야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가는 도중 혹은 오다가 길을 잃
을 경우를 대비해 귀 힐튼 호텔 명함 한 장 소지하고 싶습니다.”

특급 호텔인 힐튼 호텔의 품위있는 투숙객답게 발음을 또박또박,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천
박한 손짓은 삼가고 고개를 똑바로 곧추세워 입술만 움직여 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
였습니다. 그 직원은 교육을 제대로 잘 받았나 봅니다.  내 의도를 잘 이해하였고, 본인이
 잘 아지 못하는 그곳까지의 거리 산출을 위해 도심 지도를 꺼내 상당 시간을 투자, 블록
 수를 헤아려 정확하게 말해 주었습니다.

“ 네, 손님. 블록 수로 24 - 5 블록이 됩니다. 그러면 편도 거리는 약 8 km 이고요, 바깥
 온도는 지금 현재 몇 도, 이를 섭씨로 환산하면 몇 도가 됩니다. 달려서 가시기에는 좀 먼
 거리니 택시를 타시길 권합니다. 택시를 불러드릴까요? ” 

금문교에서 돌아와 아침 식사를 끝내고서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을 감안하면 어물어물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되면 올 때 뛰어서 오기로 하고 일단 그곳까지는 서둘러 택시
를 타기로 했습니다. 어두운 바깥이 치안에 어떤 영행을 미칠지도 모르고요.

택시를 타고 20 여분 달려서 내가 그렇게도 뛰어서 건너고 싶었던 금문교 입구에 도착했습
니다. 택시가 서기도 전에 택시비를 정산하고 인도를 따라 다리 입구를 향해 달려가는 나를
 그 택시 운전수는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지 나를 향한 택시 조명 불빛이 고정되어있었습니
다. 아, 내가 드디어 금문교까지 왔구나. 그토록 유명한 Golden Gate Bridge를 오늘에야
 뛰어서 건널 수 있게 되었구나!  나는 야릇한 흥분으로 몸이 덥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이 다리를 나처럼 뛰어서 건넌 사람이 있었을까?

어? 어?...

다리를 건너는 왕복 4 차선 차로에는 어둠을 뚫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드문드문 차량의 질
주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내가 달려가야 할 인도는 굵은 철망 문으로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다. 

나는 그 철망 문을 넘어 다리 안 인도로 진입, 목적했던대로 이 다리를 뛰어갈 채비를 차렸
습니다. 그러나 그 철망 문 앞에 붉은 글씨의 경고문이 나를 붙잡았습니다.

“ 이 인도 통행로는 안전을 위해 일몰에서 일출까지는 폐쇄합니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다
리를 건너는 사람은 벌금으로 미화 .....  ” 

이 말은 즉, 내가 간단히 풀이하자면 나는 이 다리를 뛰어서 건너지 못하고 그냥 귀국해야
 한다는 말이 되었습니다.  아이쿠 !! 세상에 이럴 수가.....

그러나 포기를 하면 안되는 게 내 철학입니다. 아니 포기하고서 그냥 뒤로 돌아가기에는 내
 목적이 너무나 또렷합니다. 비행기 출발을 하루 미룰까? 그럴 경우 내가 지금 당장 취해야
 할 일차적 조치는 무엇일까? 

이렇게 깜깜한 다리 입구에서 머리를 굴리던 나에게 이 다리를 관리하는 길 건너 쪽 관리소
 불빛이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나는 목숨을 걸고 질주하는 차량들 사이를 가로질러 그곳으
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지초지종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구 반대편을 날아온 이 동양인의
 소망이 무엇인지를 말했습니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왕 피로에도 불구하고 단 2 시간
 몇 분만의 수면만을 취한 체 지금 이곳으로 달려와야만 했던 내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저 철문을 열어주세요. 나는 당신네들이 염려하는 자살자가 아닙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이
 다리를 그냥 뛰어서 건너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럴 목적으로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와 있
습니다. 비행기로 장장 12 시간을 날아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고, 그리고 앞으로 불과 몇
 시간 후 나는 귀국 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떠나야 됩니다....

이렇게 사정해서 나는 무척 뚱뚱한 흑인 여성분과 백인 한 분 금문교 다리 관리 당직 직원
들을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욱중한 철문이 열리고 나는 그 다리를 뛰기 시
작했습니다. 

센 프란시스코 만이 멀리 도심의 불빛으로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저 멀리 알카트라즈 섬
 등대 불빛이 간격을 두고 나를 향해 손짓을 해 줍니다. 멀리 동양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이
 왕고집을 축하해줍니다.  그래, 목표가 있으면 세우고 세웠으면 돌파해야지. 이렇게 아름다
운 다리를 건설한 분도 그런 고집이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줄
을 매달아 건설하는 현가식 다리 공법, 아무도 그 실현을 믿어준 사람이 없을 때, 더불어
 그 누구도 천문학적인 건설비를 장담하지 않을 때 당신 두 발로 모 은행장을 찾아가 설득
하고 설득해서 자금을 조달해 이 다리를 준공시키지 않았는가.

캄캄한 어둠을 뚫고 달려가는 나에게 다리는 속삭입니다. 그래, 당신도 잘했군요. 축하합니
다. 아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 이 다리를 뛰어서 건너보고자 했던 꿈이 이루어지게
 됨을 축하드립니다.  이 다리는 님과 같이 포기를 모르는, 휘이지 않는 투지를 가진 사람
들의 다리입니다. 마음껏 달려보세요. 이 밤이 새기 전에 원없이 달려보세요....  축하합
니다.

다리를 왕복하는데 걸린 시간은 30 분이 넘지 않았다. 그러나 하고자하는 바를 이룬 내 가
슴은 30분간의 흥분으로도 충분했다. 센 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사진을 볼 때 마다 저 다리를
 한 번 뛰어보아야겠다는 오랜 꿈이 이루어진 그 밤, 센 프란시스코는 내 것이었다.

다리를 다시 건너와 관리소 그 직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나서, 다시 호텔을 향해 뛰다
가 나는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 촉박함을 알았다. 그래서 지나가는 경찰차를 세워 도움을
 청했다.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이며, 승리자의 특권인 양 요구했다.  거절할 수 없는 선의
의 거짓말을 보태 그 여성 경찰의 감성을 자극했다. 

“ 경관 나리, 나를 힐튼 호텔까지 태워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는 지금 시간이 촉박합니
다. 당신네 금문교를 뛰다보니 그 아름다움에 취해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가 늦
은 이유는 당신네 금문교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나를 내 호텔까지
 태워다주실 기분 좋은 의무가 있습니다.
청컨대 나를 빨리 태워주시어 내 비행기를 놓치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래서 내가 내 나라에
 돌아가 내 친구들에게 금문교의 아름다움을,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하게 해 주십시오 “

그러자 S 몸매를 가진 금발의 여 경관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뒤에 타시오, Hop on the Back !!!

춘포
박 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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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광호님의 댓글

이광호 작성일

사는 동안 잊지못할 남다른 경험을 하셨군요.
축하드리고 많이 부럽습니다.
담엔 또 어딜 달리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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