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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만남(반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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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병욱 작성일07-08-28 14:23 조회8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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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족제비와의 우연한 만남

안녕하시렵니까? 반달에서 상당히 많은 남성분들을 만났음에도^ ^열 받았던 머리를 한강에 한번 풍덩 담그고 흔들었더만...싹 다 지워지고^^ 여성분들의 얼굴만 아른아른 아지랭이처럼 떠오르는 지리손 김병욱입니다. 아마도 제 머리속에는 <남성 자동지움장치>에 관련된 뇌가 하나 더 있지 않을 까 생각해 봅니다.

3키로를 좀 넘게 달리니 눈앞에 화 띄는 말귀가 있더만요. 다리기둥에 <과속금지^^속도를 줄이시오. >라고 대문짝만하게 써 있길래 준법정신을 발휘^^친절히 속도를 줄이며 달렸습니다. 전 춘천마라톤에 가면 꼬옥 35키로 이후 만나는 횡단보도는 죄다 멈추었다 가는 도로교통법(?)을 준수를 철저히 하는 편입니다. 켁^^&^%^%$%^^

4키로 지점....헐? 오른편 언덕을 치고 달리는 달쌘돌이 족제비^^엥???? 왠 족제비?

원주에 살쾡이가 나타났다 하더니...여기 한강에는 족제비가 다 나타났네그려. 이놈 구경하느라 퍼져 버렸습니다. 녀석은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전 땡칠이가 되어 헐레벌떡 ^^뛰기도 싫은디 잘 되었네그려^^ 5키로 지점 급수대에서 성님들이 주시는 수박을 두서너 조각 먹고 한참을 쉬다가^^

반가운 분들과 담소하며 룰루랄라 즐겁게 달리고 왔습니다. 한강에 족제비가 다 나타나다니? 참 신기하네요. 잠시 추억여행을 떠나 봅니다.

고향에 오면 쓰던 서랍이며 책이며 정리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가끔은 읽던 책을 들여다 보기도 합니다. 지난주 어머니 생신으로 고향에 갔는데 벼루며 붓을 정리하다 투박하게 만든 새끼붓이 보입니다.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새끼붓입니다. 이 붓은 저도 쓰고 동생도 쓰고 그러던 것이었는데 ..우리집에 가축처럼 살던 족제비의 유품(?)이라고 해야 하나요.

족제비는 고양이만한 들짐승입니다.

꼬리는 흡사 고양이와 비슷하며 몸뚱이는 수달처럼 생겼고 얼굴을 지지리도 못 생겼습니다. 주로 민가 근처에 살며 뱀이나 쥐 개구리 등을 즐겨 먹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족제비에게 병아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방에다가 또는 닭우리를 튼튼히 하여 병아리를 키우곤 하였습니다. 다 큰 닭은 덩치가 커서 족제비가 건들지 못합니다.

1990.11 군 제대 후^^ 공사장에서 1달 보름간 빡세게 막노동으로 복학등록금을 마련하고 겸사 겸사 고향에 왔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려고 짚더미에 갔더니만....제법 아담한 보금자리가 있고 그곳에 족제비 새끼 두마리가 열심히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어미는 사냥을 나갔는지 안 보이고 이놈들 짚더미 속으로 후다닥 숨었습니다. 그놈들 참 귀엽더군요. 마치 돼지새끼나 강아지처럼 얼굴만 빼꼼히 내 놓고 ^^

당시 저희집은 토종닭도 살고. 멍멍이도 살고..병아리도 살고. 족제비들도 살고. 박쥐도 살고. 가끔씩 뱀과 두꺼비도 살다가 닭에게 쪼아 먹히는^^ (쓰려져 가는 초가집에 슬리에트만 올려서 꽤 원시적인 수준이라 녀석들에게 친근감이 있었는지...)하여간 거의 <내셔널 우리집 그래픽 >수준이었습니다.

"어머니, 족제비가 다 살아요? "

"족제비가 와서 살림 차리고 살길래 내버려 뒀어."

"저거 잡아 붓이나 만들어 버릴까?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붓이 최고라는디..."

"내싸둬^^ 족제비 있으니 쥐도 없고 좋기만 허구먼^^ 쥐를 얼마나 잘 잡는지 몰라. "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황금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족제비는 참으로 아름답기도 합니다. 마치 그 위용을 확대하면 큰 치타가 달리는 모습같기도 합니다. 특히 쥐 잡는 모습은 예술입니다. 고양이는 저리 가라입니다. 고양이처럼 살금 살금이거나 가지고 놀거나 그런 거 없습니다. 쏜살같이 덥치고 그냥 한대 팍 때리고 꽉 물어서 ^^ 다음은 늦은 점심식사 하시는 분들을 생각해서 생략헙니다.

새봄이 오면서 족제비 새끼들은 시집 장가를 가고 어미 혼자 남았습니다. 우리네 인생살이와 별 차이가 없는 듯 하더군요. 봄철에는 지네집 짚더미에 가끔씩 앉아서 나락을 까 먹는 참새를 잘 잡더군요. 이쁜 짓은 골라서 하는 녀석이 귀여웠습니다. 참새는 초가을 벼가 익어갈 무렵 덜 여믄 나락을 쪽쪽 빨아 먹는 아주 골치거리이기도 합니다.

다시 1 년 후...중간고사도 끝나도 농사일을 거들러 집에 왔습니다. 족제비 녀석은 언제나 부지런히 담을 타고 가기네 집으로 왔다 갔다 하더군요. 이제 사람들 겁도 안 내요. 1년 6개월 정도 살림을 꾸린 덕에 온 동네 분들이 족제비 사는 것을 다 아니 놈도 본능적으로 그걸 알았나 봅니다.

오랜만에 일광욕도 하며 콩대며 참깨대며 죄다 리어카에 실어다 놓고 부모님과 막걸리 한잔 마시고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녁...울부짓는 짐승소리.켁켁켁켁. 뭐라 딱 표현할 수 없는 죽어가는 목소리가 너무도 애절하여 잠을 깨었습니다.

가끔 닭뼈 먹다 목에 걸려 죽어가는 개는 본 적이 있었는데 ...그런 울음소리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아마 누군가 쥐를 잡으려고 놓았던 쥐약을 먹은 쥐를 먹었던 모양입니다.

족제비는 마당에서 뒹굴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도 마루에 나와 안쓰러워 한숨을 쉬셨고 녀석은 두시간 넘게 울부짖다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놈의 눈빛을 보니 "왜 내가 죽어야 하나?"마치 그런 원망의 눈빛이었습니다. 그거 두고 두고 맘에 걸리더군요.

찔레나무 아래 놈을 묻어 주었고 혹시나 어린 새끼들이 있는지 보금자리에 가 보았더니 다행이 새끼는 낳지 않았습니다. 녀석은 새끼붓으로 흔적을 남겼습니다. 20 여년이 가까이 된 붓을 보면 번들번들한 녀석의 황금색 꼬리털과 황금벌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야생의 위용을 상상해 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필연이지만 쉽지 않은 참으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누군가 쥐약을 놓지 않았으면 족제비가 죽지 않았을 것이지만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지요.

가을의 초입 반달에서 만난 황금빛 족제비 이놈을 다음 주에도 만날 수 있으려나요? 아님, 쥐나 참새가 많은 평야지대로 갔을까요?

자원봉사하신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 올립니다. 따땃한 날씨 님들 덕분에 사우나달리기도 즐기고^^ 잘 먹고 신나게 달렸습니다.

반달 힘ㅁㅁㅁㅁㅁ

지리산 김병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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