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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혹서기대회 후기) 대공원으로 나를 만나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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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상훈 작성일07-08-22 12:03 조회4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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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혹서기 대회를 신청하기 전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처음 풀코스에 도전해야 했던 그 먼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그리고 저 밑바닥에 웅크린 채 숨어있던 도전적 의지가 꿈틀거림을 알 수 있다.

나는 더위에 무척 약하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유독 약한 부분이다.
달리기에 입문해서 수년 동안 많은 대회를 달렸지만 여름철에 풀코스를 달린 적이 없다.
푸름이 넘실거리는 오월만 지나면 아예 웬만하게 구미가 당기지 않고서는 대회 신청하기를 꺼렸다. 대회에 참석하더라도 하프코스 정도였다.
최근 여름철에 달려 본 기억은 모 잡지사 주관 대관령 트레일런 대회였는데 그때도 풀코스도 아닌 하프코스였는데 무척 고생했다는 기억만이 남아있다.
기실 코스야 너무 좋았던 기억이 희미한데 많은 고통과 끊임없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부분이 나를 지치게 했고 그로인해 많은 부분이 반감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혹서기 대회라는 무시무시한 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어찌되었건 대회 날이 다가왔다.

집이 성남이라 좀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수고가 있어야 했고, 더군다나 날씨 걱정에 잠을 설 친 탓에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다.
후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날씨가 계속이어지고 비는 전날까지도 폭우라 할 만큼 쏟아졌다.
더위에 약한 나로서는 걱정이 태산인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대공원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대회장까지 걸어가고 있다.
흐릿하고 꾸물거리는 날씨.
비가 온다고 했지만 올 것 같지 않은 그런 흐릿한 아침이다.
대회장까지 가는데 벌써 등에 땀이 흐른다. 땀이 솟듯 걱정도 같이 샘솟듯 솟는다.
‘제발 적당히 더워야 하는데...’
코끼리 열차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낯익은 주자들이 눈에 띈다.
혹서기 대회를 참가하는 달림이야 말로 진정한 마니아가 많으리라고 예상해본다.
그런 탓에 대회 때마다 부딪히는 분들이 제법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배번호를 수령한다.
‘안 상훈’ 이름도 선명하다. 나의 이름을 걸고 오늘 나의 의지를 테스트해야 하는가? 그래서 좀 더 명예로워야 하는가? 배번호의 나의 이름을 보는 순간 또 다른 갈등이다.
옷을 갈아입고 물품을 맡기는데 자원봉사자 분들이 이른 아침인데도 밝게 맞이해주신다. 물품을 맡기니 어느새 대회 출발 시각인 8시에 가까워졌다. 출발선에는 사회자의 구령에 맞추어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거의 끝나가고 있다.
이 번 대회에도 여느 대회처럼 100회 완주가 되는 두 분이 있다. 이 전까지 99번의 풀코스, 그리고 이 무시무시한 혹서기 대회에서 100회를 맞이하시는 분들이다.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아니할 수가 없다. 플래카드에 ‘김 무조 사장님 100회 완주를...’라고 씌어있다. 이 얼마나 축하받을 일인가. 진심으로 두 분에게 축하드리고 싶다.
‘축하 합니다. 두 분’

이 전에 나는 대부분 앞쪽에 서서 선두그룹과 같이 호흡을 했지만 이 번 만큼은 뒤에 몇 명 남겨두지 않은 후미에 섰다.
출발 신호와 함께 앞 대열이 무너지듯 흐트러지는 것이 보인다.
나도 서서히 그 흐름에 미끄러지듯 몸을 맡긴다. 출발선을 통과하면서 스톱워치를 눌렀다.
그러면서 되새긴다. ‘천천히 뛰자. 즐기면서...’
사실 오늘 대회는 등수에 의미를 두지 않는 대회로 유명하다. 그래서 더 많은 달림이 들이 호응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1등할 것도 아니니 즐기면서 뛰어야겠다. 그래서 혹서기를 혹서기 대회답게 즐기는 거다.

처음 1km 표시에서 시계를 보니 6분 50여초다. 아이고! 아무리 더운 날씨에 몸을 사려야했지만 이것은 아닌 것 같아 조금 속도를 높인다.
흐렸던 날씨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뙤약볕으로 돌변한다. 처음 이 대회에 참가한 나는 심히 걱정이다. 그늘이 없이 이렇게 계속 태양의 고문을 받는다면 이건 정말 큰일인 셈이다. 하지만 처음코스인 7.93km 구간을 지나자 그 것은 한낮 기우에 불과했다.
같은 코스를 다섯 번 도는 코스(34.854km, 1set는6.856km * 5set)에 접어들자 그늘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이제 본격적으로 오르내리는 코스를 반복해서 달려야 한다.
이미 몸은 달아올라 있었고 흐르는 땀은 주체할 수가 없다. 급수대마다 들러 이온음료를 마신다. 수박, 방울토마토, 김밥 등 먹을 것이 많이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이온음료와 시원한 얼음물만을 마셨다. 자원봉사자님들의 뜨거운 응원이 덤으로 와 기운을 돋운다.

1set도 마치기 전 이미 주로는 뒤엉킨다. 선두와 후미가 점점 더 벌어졌다는 것이고, 그 것은 색다른 진풍경을 연출했다. 서로 교차하면서 응원의 말을 해주는 것도 이색적이다. 나도 아는 분을 만나면 종종 ‘힘!’을 외쳐댄다.
주로에 떨어진 때 이른 낙엽을 쓰는 자원봉사자님의 응원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달리다 낙엽에 미끄러질까봐 일일이 비로 쓰는 수고스러움에서 주최 측의 세심한 배려가 한 눈에 보인다.
여하튼 3set가 지나고부터 모토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목동마라톤클럽 동호회의 응원 - 북을 치고, 고함을 치고, 악기를 불어대고, 아이스 바를 주고 등등 - 에 조금 힘을 받아 보지만 이내 기진맥진이다.
이제는 등산객들도 많이 늘어 뛰는데 여간 지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거의 노인 분들이라 짜증을 내시며 고집스럽게 비켜주시질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뛰어야 한다.
흐르는 계곡물에 뜨거운 몸을 담가 열을 식히는 주자들을 보고 잠시 유혹을 느껴보지만 참는다. 그들의 모습이 상쾌해 보인다. 하지만 아이스 바(더위사냥이던가?)의 유혹은 이길 수가 없다. 많은 주자들이 쭉쭉 빨며 뛰는 것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맛이 있습니까?”
“어휴~ 맛이 기가 막힙니다.” 그래 다음에 아이스 바를 만나면 나도 먹고야 말리라. 결국 나는 한 손에 끈적임을 이겨내며 희열에 차 뛴다. 이 것이 진정 내 모습인가?

4set때 잠시 착각을 해 마지막 set인 줄 알고 기운을 내 뛰다가 맥이 빠져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진다. 이제는 급수지점이란 급수지점은 다 들려 이온음료다 탄산음료다 소금물이다 며 배가 출렁이도록 마셔댄다.
다리난간의 두 여인은 여전히 힘이 넘쳐 기진맥진하며 늘어진 주자들에게 원기를 불어넣는다. 그 곳에는 사진을 찍는 분도 있어 차마 곤혹스런 표정을 지울 수가 없다.
방긋! 하나도 힘이 들지 않은 양 표정을 관리한다.
드디어 마지막 set를 뛴다. 다리는 이미 천근만근 무거워져서 그만 뛰라고 아우성이다. 걷기도 좀 하라고 하는 두 다리의 끈질기고 잦은 요구가 있기에 잠시 양심과 타협 중이다.
그래 언덕에서만 잠시 걷자고 약해진다. 잠시 걷는데 다 걷지 말고 조금만 아주 조금만 ....무릎도 조금 이상하니 아주 조금만...
하지만 마냥 타협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나의 기록에 풀코스 기록이 4시간이 넘는 기록은 인정할 수가 없다. 만약 그렇게 약해진다면 처음으로 4시간이 넘는 기록을 남긴 불명예(?)스런 대회가 될 것이다. 다시 마음을 잡는다. 약해진 마음을 추슬러서 타일러 본다.
그래! Sub4는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이겼고 그렇게 미션을 수행하리라고 마음을 먹는다.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젖 먹던 힘을 낸다. 마지막 set라고 물도 조금 마신다.

드디어 골인지점 아치가 눈에 들어온다. 힘들지만 다시 표정관리에 들어간다.
환한 웃음을 짓고 양팔을 번쩍 들고서....
통과 후 시계를 본다. 3시간 51분 47초. 어찌되었건 미션성공!
‘축하한다. 안 상훈!’ 나는 스스로 다독이며 맘속으로 축하한다.
‘그래, 축하한다. 이 끈적거리고 후텁지근한 날에 너 안 상훈이 대단하다 대단해....’
자원 봉사자가 완주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고 대형 타월을 씌운다. 얼음물이 된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정말 시원하다. 완주의 희열만큼이나 좋다.

물품보관소로 가는 길에 음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보이고 천막이 줄을 맞춰 나열되어 있다. 그 곳에는 이미 완주를 했거나 이미 포기를 한 주자들이 섞여 열무비빔밥과 커피, 막걸리 같은 것을 맛있게 먹고 있다. 나도 그들 속으로 스며든다. 정말이지 열무비빔밥이 꿀맛이다. 식사 후에 냉커피는 아무도 부럽지 않을 뿌듯함이 베어있다.
서울 혹서기마라톤 관계자 분들의 세심한 배려가 이 곳 저 곳에 묻어있다. 그들의 진지함도 말이다. 처음 참가해 본 혹서기 대회의 풀코스는 또 다른 추억을 남겨준다.
또 있다. 대회 끝나고 마신 와인 한 잔도 잊을 수 없는 정겨움으로 한껏 묻어나오는 것은 웬일인지...
그래서 이 혹서기 대회에 참가한 달림이는 아마도 모두 행복했을 것이다.
아이러니일지는 모르겠지만 달리는 동안 무척 행복했다. 이유는 모두가 분명히 알고 있다.
기억에 남을 대회를 무사히 치러 주신 대회 관계자 분들과 자원 봉사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내 년에도 더 멋지고 좋은 대회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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