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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청계산에서 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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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준호 작성일07-08-16 17:59 조회6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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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에서 본 바다
- 바다를 본 사람은 행복합니다.

1.
고관어해자 난위수(故觀於海者 難爲水).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하고, 성인의 문하에서 공부한 사람은 언(言)에 대하여 말하기 어려워합니다. 맹자 일절로 혹서기마라톤 후기를 시작합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완주기록은 볼품이 없습니다. 마라톤소풍이라는 확실한 핑계가 있어 마음 놓고 게으름을 즐긴 까닭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을 쫓아 쓰는 주로에서의 이야기나 페이스 분배, 완주 기록같은 것들은 여기에 적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억의 흐름, 생각의 흐름을 따라 혹서기마라톤에서 읽는 고전(古典) 몇 줄 옮기려고 합니다.

마라톤 경력 만큼이나 대회 참가 경험이 부족해서 감히 마라톤대회를 총평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만, 여러 의견을 종합해 보면 혹서기마라톤이 명품 마라톤대회, 아주 특별한 마라톤대회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불과 10분도 안돼 정원이 마감되는 놀라운 참가신청 경쟁이 이를 입증하고 있으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대회 평가가 이를 확인시켜 줍니다.

풍성한 먹거리, 청계산 계곡의 폭포수 샤워, 오가며 나누는 반가운 인사, 아름다운 숲속 언덕길, 주로에서 만나는 열렬한 응원……. 혹서기마라톤은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탄생한 신명나는 한여름 축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혹서기마라톤이 42.195km를 달리는 고달픈 여정이 아니라, 즐거운 소풍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 하는 법. 이 땅에서 열리는 수 많은 마라톤대회를 두루 섭렵하지 않은 내가 마라톤대회를 손꼽는 것은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해본 마라톤대회 중에서는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마라톤의 푸른 바다, 마라토너를 위한 마라톤대회의 절정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2.
당기무 유기지용(當其無 有器之用), 그릇은 그 속이 비어 있음으로 인해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생깁니다. 유(有)가 이로운 것은 무(無)가 용(用)이 되기 때문입니다. 소유에 대한 무한 동경, 무한 집착, 무한 질주의 시대에 노자 일절 옮겨 쓰며 무(無)를 논하는 것은 지나치게 한가한 언어유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절을 살아갈수록 유(有)의 이로움을 위한 무(無)의 쓰임(用)을 잊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난해 처음 경험했던 혹서기마라톤은 '단지' 즐거운 마라톤소풍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단지' 즐거운 마라톤소풍이 아니라, 즐거운 마라톤소풍 뒤에 자리잡고 있는 엄청난 수고의 손길과 뜨거운 열정을 함께 기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혹서기마라톤은 1년에 한 번 치러질 뿐이지만 그 대회를 치르기 위해 한강과 남산, 서울대공원에서 치러진 수 많은 실전과 같은 리허설을 기억합니다. 리허설조차 내가 경험해본 어떤 마라톤대회보다 훌륭했음을 기억합니다.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 물은 흘러가다가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다음 앞으로 나아 갑니다. 첩경에 연연하지 않는 서울마라톤클럽의 우직한 노력이 일궈 낸 결실이 바로 명품 혹서기마라톤입니다.


3.
석과불식(碩果不食). 주역 산지박괘 상구의 효사입니다. 큼직한 과실은 먹지 않습니다. 큼직한 과실을 먹지 않는 까닭은 씨 과실로 쓰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힘겨운 날들을 살아가지만, 마음속에는 저마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씨앗을 품고 살아갑니다. 새봄을 기다려 싹을 틔우는 큼직한 씨앗을 말입니다.

저잣거리 장사꾼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마라톤대회, 이념과 구호만 난무하는 부실한 마라톤대회 속에서 발견하는 혹서기마라톤은 큼직한 씨 과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완주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부터 다음 대회가 기다려집니다.

폭염의 무더위 속에서도 언덕을 달린 많은 분들의 뜨거운 땀방울과 거친 호흡 쏟아 내며 당당히 완주하신 모든 분들의 도전과 이룸에 박수를 보탭니다. 마라톤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열정과 도전의 모범을 보여 주시는 박창선, 이현우 지점장님, 여럿이 함께 더불어 한길을 달리는 더불어숲마라톤 회원들에게 특별한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봉두난발(蓬頭亂髮)의 잡문을 마무리 하며 멋진 마라톤대회를 준비해 주신 채성만 회장님을 비롯한 서울마라톤클럽 모든 분들과 자원봉사자님들, 서울대공원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주) 고전(古典)은 쇠귀 선생님 저(著),「강의」에서 인용했습니다.


2007.8.11.

글벗과 길벗 그리고 -
신선한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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