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만남의광장

기본만 달려(울트라 마라톤 참가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석산 작성일04-11-11 17:05 조회1,049회 댓글0건

본문

"지 서방이 아직도 힘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내가 피니쉬 라인을 지났을 때, 마중 나온 처형이 아내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그 것도 눈을 둥그렇게 뜨고서...

며칠 전 퇴근을 해서 집에 돌아오니 둘째 처형이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고 했었다.

"기본만 하라고 그래. 기본만... 지 서방은 왜 그런 것 해 가지고 여러 사람 걱정시키냐?..."
"그러게 말이다. 언니."

볼멘 소리로 왜 또 울트라 마라톤을 하냐고 걱정을 했단다.
워낙 마라톤 대회를 많이 다니다 보니, 이제 풀코스 마라톤은 그래도 기본으로 인정을 해 준다.
물론 몇 년 전만해도 마라톤을 한다면 펄쩍 뛰면서 말렸었던 그녀다.

"잘 못 하면 죽을 지도 몰라."

처형의 걱정은 순진하기만 하다.
솔직히 몇 년 전만 해도 마라톤을 완주한다는 것이 쉬운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런 반면 울트라 마라톤은 어떤가?
처형의 생각처럼 아직도 '여러 사람 걱정시키는' 운동임에는 맞는 말 같다.

2년 전 처음 참가했을 때, 완주는 했지만 감동보다는 걱정이 앞섰었다.
(제 3회 서울 울트라 마라톤 대회 : 13시간 29분 27초)
체중이 많이 나가고, 신체적으로 하체가 짧아 달리기에 상당히 불리한 나다.
제한 시간 내에 들어 오는 것이 유일한 소망일 것처럼 보일 정도로 느린 주자이다.
그래도 꿈 속에서 이상향을 찾아 헤매듯, 마음으로만 스피드를 만끽해 보곤 했었다.
현실에서는 어떤가?
항상 후미 그룹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첫 번 째 울트라 마라톤 대회의 완주는 오히려 나의 사기를 많이 꺾어 놓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록 뿐만 아니라 힘들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왜 그 힘 든 것을 하려느냐?" 라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동안 울트라 마라톤을 어느 먼 미래에나 생각해 볼 아름다운 추억거리로 밀어 놓았다.
그리고 오직 마라톤에만 전념을 했었다.
마라톤 하나에만 매달려도 힘든데 '울트라 마라톤까지 해야 한다면, 걱정이나 두려움까지도 울트라 급이 아닌가?' 하면서...

마라톤 완주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울트라 마라톤에 대한 생각이 더욱 되살아 나곤 했다.
마라톤에 이골이 나니 새로운 자극을 원했던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사람의 욕심이란 정도의 차이일 뿐 언제나 존재하지 않던가?
올해 초에 여태껏 했던 방식보다는 조금 더 노력을 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을에 있을 서울 울트라 마라톤에 재도전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춘기 소년이 아름다운 소녀를 기대 하듯, 가슴은 부풀어 올랐다.
무슨 주책이란 말인가?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하든 말든, 내 직업은 여전하다.
아이들도 '아빠, 아빠' 하면서 애교를 부리면서 용돈을 빼앗아 간다.
'여봉!' 하면서 콧소리 내는 아내는, 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면 더욱 아름답게 보이려고 애쓴다.
모든 것이 별탈 없이 잘 돌아가는 중년의 남자, 그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욕심을 부리는가?

세상은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둥글다고 말하기 전에도 잘 돌아갔다.
너무 식상한 표현일지라도 내 자신이 식상 난 중년이 아닌가?
어찌 되었든 40대 중년의 남자들은 그저 잘 돌아가는 세상살이에 그럭저럭 잘 적응해 살아 가고 있다.
도대체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제한 시간에 걸리거나, 겨우 완주하는 정도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니 내가 있다고 꼭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리라.
살아가면서 차츰 나를 봐 주는 이 보다는 내가 봐 줄 사람이 늘어 났다.
그래서 오히려 더 평범한 모습을 원한다.
중년의 나이의 사람들은 아주 평범한 한 가장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그 것을 벗어나고픈 마음, 때로는 미친 듯이 어떤 것에 빠져 들고 싶은 것이다.
나는 퇴폐적인 것을 거부한다.
그 것이 가족들에게 부정적인 것이라면 피할 것이다.
그러니 마라톤은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것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랑하고 또 남들에게 권하는 것이다.
마라톤 또한 단조로움이 있으니 그 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나름대로 도전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단조로움을 벗어나는 것이다.

올 해 초에 나는 나의 단조로움, 느린 스피드를 보강하고자 마음 먹었다.
하루에 1km 를 더 뛰기로 했다.
작년에는 한 달 평균 380km 정도를 달렸었다.
올해에는 400km를 넘기기로 했다.
훈련량 증가는 10% 증가 원칙에 맞춘 것이다.
전문적인 훈련 코치를 받을 수 없는 나이기에, 그저 조금 더 뛰는 것으로 전략을 짠 것이다.

훈련량을 늘이는 대신, 나름대로 원칙을 만들어 갔다.
우선 마라톤이든, 울트라 마라톤이든 취미 생활의 범위를 넘기지 않도록 했다.
그 것이 아무리 좋다 해도 나의 일상 생활(직장과 가정)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
아무리 많이 달리더라도 그 다음에 예정된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또 평상시에 하는 달리기를 대회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동네에서 달리는 것은 그 것 나름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대회에 참가하다 보면, 평상시 달리는 것이 대회를 위한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나 또한 때로는 그렇게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노력하기로 했다.
달리는 이유를 '지금 달리는 것이 좋아서 달리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곤 해 왔다.
느리건, 빠르건 달렸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끼도록 노력을 해 왔다.
더불어 대회에 나가서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하기로 했다.
나의 과거 기록, 최고 기록을 깨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기로 한 것이다.

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스로 즐거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결과는 또 무엇인가?
얼굴에 그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달릴 때 누군가 마주치게 된다면 웃어 주기로 하였고, 그렇게 노력을 한 것이다.

'웃어라!
웃어라!
힘이 들어 얼굴이 일그러질 때도 웃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억지 웃음보다는 자연스러운 웃음이 훨씬 좋지 않은가?'

나름대로의 원칙을 만들었고, 지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6월 13일 마지막 대회에 참가한 뒤, 늘어지는 여름철이 다가오자 내심 초조해졌다.
대회가 없으면 긴장감이 풀어져 달리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여름!
올 여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을 많이 했다.
아침과 저녁 시간, 달릴 틈만 나면 달렸다.

노력한 덕분에 올 가을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월 들어 마라톤 대회에서 연속 3회 최고 기록을 깼고,
서울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는 물론 최고 기록까지 깬 것이다.(11시간 46분 22초)

나의 울트라 마라톤 대회 참가는 네 번 째 이다.
봄에 서울 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참가할 마음을 굳히고 있던 중,
7월 말에 북한강 울트라 마라톤 대회와 8월 강화 햄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였었다.
써바이벌 방식의 두 대회에 참가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제 여러 사람 걱정 시키는 울트라 마라톤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기본만 하라고 하던 처형도 그 기본이 풀 코스에서 100km까지 격상되었을 것이다.
처형이 100km 가 기본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완주 후의 내 얼굴이 어땠는가를 상기 시킬 것이다.

물론 사람들마다 운동하는 방법은 각기 틀리다.
전문적인 코치나 감독의 지도를 받는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취미 생활일진대 그런 호사를 누리기는 힘들다.
오랫동안 노력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는 올 것이다.
2년 전 대회의 완주 후 오히려 멀게만 느껴졌던 울트라 마라톤, 이제는 '기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10년, 20년 뒤를 기대해 본다.
지금보다 훨씬 활짝 웃으면서 달릴 내 모습.
그리고 같이 달리는 많은 사람들 또한 그렇게 웃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기본만 달려라!'
여러 사람을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기본만 달려야 한다.
그러나 기본이 어디까지일까?
원하고, 노력한 만큼이 기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서울 울트라 마라톤 대회.
나는 원한 만큼 달렸고, 노력한 만큼 보람을 얻었다.
울트라 마라톤은 결코 쉬운 운동은 아니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좋다.
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c) 2002 Seoulmarathon club All Rights Reserved. info@seoulmarathon.net
상단으로
M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