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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울트라마라톤 100㎞ 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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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규 작성일04-11-08 08:50 조회9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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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울트라마라톤 100㎞ 완주기


불안과 초조 속에서도 대장정의 날 2004. 10. 31일은 오고 말았다.

새벽 3시기상. 4시에 출발장소인 서울 교육문화회관 문예예술공원 녹지광장에 도착하여보니 이른 시간인데도 행사 진행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참가자들이 많이 모여 있다.

주최측에서는 뜨거운 커피와 순두부등을 준비하여 허기와 추위를 면하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역시 명성 있는 대회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커피 한잔으로 추위를 달래본다.

참가자들의 유니폼을 자세히 살펴보니 제주지역에서부터 속초까지 전국 각 지역의 마라톤클럽이나 소속회사 이름들이 보인다. 참으로 열성적인 사람들이다. 나도 앞에는 “대한주택공사” 등에는 “주공달리기 모임”이 커다랗게 써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출발 준비를 한다.

출발 20분여를 앞두고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물품을 보관하고 스트레칭을 한다.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과 초조함은 여전하다.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새벽 5시 출발 신호와 함께 모든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떠난다. 나도 그 대열에 휩쓸려 달려 나간다. 100㎞를 달려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날씨가 생각보다는 춥지 않아 달리는데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울트라마라톤 4번째 만에 100㎞에 입문한다는 사실에 약간의 흥분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긴장감은 풀리지 않는다.

양재천 천변에 조성된 주로에 들어서니 기분은 한결 좋아진다. 많은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달려가지만 소음은 들리지 않고 옆사람과 나누는 소곤거림과 사각사각 발소리만 들릴 뿐이다. 역시 울트라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라 내공이 깊은 것 같다.

갈대와 억새가 우거진 하천에서는 새벽 물안개가 산골마을 저녁에 퍼지는 이내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정말 아름다운 자연현상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아름다운 하천이 흐르고 있다는 것에 새삼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양재천을 벗어나 탄천을 따라 성남쪽으로 달려 나간다. 탄천 역시 아름답기는 양재천에지지 않을 것 같다. 훤한 낮에 보는 천변과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의 천변 정취가 이렇게 달라 보이는 것을 처음 느낀다. 한 폭의 산수화를 감상하고 있는 듯 하다.

주변 경치에 흠뻑 빠져 달리다 보니 어느덧 10㎞ 지점인 올림픽 훼밀리아파트 앞을 통과하고 있다. 너무도 쉽게 10㎞를 달려온 것이다. 긴장도 처음보다는 많이 풀려있음을 느낀다.

나와 한 그룹을 형성하고 달리는 참가자들이 약 10여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달리는 속도는 ㎞당 7.8분정도, 위치는 맨꼴찌다. 이 정도 속도면 제한시간 14시간 안에 충분히 무리 없이 완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긴장을 완전히 풀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울트라마라톤은 늦게 달리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도 한다니 이런 기회에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 보자. 꼴찌면 어떻느냐 완주만 하면 대만족 아닌가.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겨 달리다 보니 제1반환점인 탄천 반환점(약12㎞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이제 한강을 향해 달려 나간다. 서서히 몸도 풀리고 기분도 한결 고조된다. 차라리 이 밤이 계속되고 나도 이 밤과 함께 영원히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형용키 어려운 행복감이 내 몸을 감싼다. 소위 런닝하이에 빠져드는 것 같다.

어느덧 20㎞지점(현재시각 07 : 30분경)인 한국감정원 사옥 앞을 통과한다. 몸이 풀리니 긴장감도 많이 해소되며 속도를 올려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나를 유혹한다. 느리게만 달리는 것도 힘의 소모량이 적은 것이 아니니 조금만 속도를 높여 보기로 한다. 함께 달리던 그룹에서 빠져나와 ㎞당 7분 정도의 속도로 달려본다. 평상시의 연습 때 6.5분 정도로 꾸준하게 달린 결과인지 별로 힘들이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잠실 둔치, 잠실대교, 올림픽대교를 지나고 제2반환지점인 광나루지구를 향해 달린다. 해는 완전히 얼굴을 내밀어 날은 밝았지만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주로는 한산하여 달리는데 지장이 없어 좋다.

제2반환지점(약28㎞지점)인 광나루지구에 도착하니 시각은 08 : 20분을 넘어서고 있다. 약 3시간 20분을 달려 온 것이다. 이제는 제3반환지점인 방화대교를 향해 달린다. 가벼운 피로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한강둔치의 운동장에서는 각종 체육행사가 시작되고 있다. 주로도 서서히 붐비기 시작한다.

약37㎞지점인 탄천과 한강의 합수지점을 통과한다. 현재시각은 09 : 30분쯤 됐을 것이다. 4시간 30분 정도를 달리고 있다. 이제 몸은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다. 무리하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하며 ㎞당 7분 속도를 유지한다.

지난 8월 29일 강화 햄울트라마라톤(65㎞)에서의 기록이 ㎞당 약7.2분대였으니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65㎞와 100㎞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니 한편으론 불안함도 스며든다.

나에게 있는 신체적인 약점(사고로 인한 하지길이 불일치)으로 풀코스에서의 기록을 단축하는데 따르는 엄청난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마라톤도 계속하며, 우리 회사에서 공식적인 대회참가자가 없는 울트라마라톤을 시도해 보고자 무모하게도 아무런 준비 없이 지난 5월 25일 제5회 서울 울트라마라톤대회 100㎞ 부문에 참가신청을 하고 난후 오늘까지 5개월여 동안 혼자서 외로움과 고통을 견디며 준비를 해오지 않았던가. 65㎞까지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는 확신을 다시 해 본다.

날은 훤하게 밝았고 한강 둔치의 운동장에서는 각종 체육행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주로에도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산책하는 사람들까지 붐빈다. 주로가 매우 혼잡해진 것이다. 조심해야 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여 큰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주최측에서의 주로 안내가 거의 완벽하게 잘 되고 있지만 그래도 본인이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제 63㎞부문 참가자들의 반환지점인 한강 반포지구 관리사무소 앞(약46㎞지점)을 통과한다. 현재시각은 10 : 18분, 달린 시간은 5시간 18분 정도다. ㎞당 속도는 약 6.9분 정도인 것 같다. 몸도 지쳐오기 시작한다. 호흡을 하는데는 문제가 없는데 오른쪽 허벅지 뒤쪽 근육에 통증이 심하다. 근력운동을 소홀히 한 결과인 것 같다.

10월 들어 매주 대회에 참가(섬진강풀,서귀포풀,하남하프,춘천풀)하여 지구력은 향상시켰으나 근력운동을 소홀히 하였다. 특히 대회가 끝나고 나서의 과음과 주중 연습을 게을리 한 탓도 크다. 결과적으로 10월 3일 섬진강마라톤대회에서의 풀코스완주 후 심한 설사로 20여일, 감기로 10여일을 앓은 것도 나의 큰 불찰일 따름이다.

제1관문인 여의도지구(53㎞지점, 제한시간7시간)를 통과하고 있다. 통과시각이 11시를 조금 지나고 있으니 6시간 이상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몸의 각 관절과 근육이 고통을 호소한다. 이제 겨우 중간지점인데, 이래서는 안되는데, 이 고통을 참아야한다고 마음을 다시 한번 굳게 추슬러본다.

여의도지구에서 한강하류 쪽으로는 처음 달려보는 코스이기 때문에 주로가 생소한데다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 행렬이 너무 많아 위험하기 그지없다. 힘이 더욱 많이 든다. 이제부터는 사고를 정지시키고 오직 움직이는 다리에만 신경을 쓰도록 해 본다.

먹거리가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화대교 밑 제3반환점(약64㎞지점)에 도착한다. 도착시각이 12 : 24분경이니 약 7시간 24분 정도를 달린 셈이다. 지난번 강화대회에서 보다 약 30분 정도 단축되었다. 시간 단축도 단축이지만 몸의 컨디션이 그때에 비하면 굉장히 좋은 편이다. 이대로만 유지한다면 완주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되고 마음 또한 한결 가벼워진다.

전복죽, 떡, 과일, 각종 쥬스, 음료수 등 온갖 먹거리가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다. 주최측의 세심한 배려가 눈물겹도록 고맙다. 실컷 먹고 마신 후 양말과 모자만 바꿔 신고, 쓰고, 스트레칭을 한 후 결승점을 향해 또 다시 출발한다.

휴식을 취하였으나 온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통증은 이곳저곳에서 아우성이다. 지쳤다는 것이리라.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호흡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고 걷지 않고 계속 달리 수 있음이다. 또 다시 생각의 끈을 놓아버리고 발끝만 쳐다보며 달린다.

제2관문인 반포지구(83㎞지점, 제한시간11시간25분)를 통과한다. 통과시각은 14 : 58분이다. 약 9시간 58분을 달리고 있다. 예상 보다 좋은 기록이다. 앞으로 17㎞. 걸어서 가더라도 14시간 제한시간내에는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그러나 몸은 생각과 정반대로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다.

탄천과 한강이 만나는 약 91㎞ 지점을 통과하며 탄천으로 들어선다. 깜깜한 새벽에 출발하여 석양을 맞으며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01. 4. 29 인천국제공항개항기념마라톤대회에 마라톤에 대해서는 등록 선수들만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내가 5㎞에 참가신청을 한 것이 나와 마라톤과의 첫 인연이 아니었던가. 그 후 지금까지 공식대회에만 70회를 참가하였고 그중에서 울트라 3회, 풀코스 11회, 하프코스 47회 등 많은 대회에 참가하였다. 그럼에도 큰 부상 없이 달릴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연습과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한 결과라 생각되어진다.

어느덧 94㎞지점인 양재천과 탄천의 합수머리를 지나며 양재천으로 들어선다. 이제는 석양을 향해 달리게 되는 것이다. 석양의 노을이 저 멀리 정면으로 보인다. 갑자기 가슴이 울컥하며 설움이 복받친다. 울고 싶다. 고통 때문인지 기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누군가를 붙잡고 그냥 울고 싶다.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남은 거리 2㎞지점의 안내판을 보며 새롭게 힘을 내본다. 나도 모르게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그렇게도 쓰러질 듯 심신이 지쳐있다가도 결승점만 눈앞에 보이면 치솟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결승점 50여 미터를 앞두고 마중 나온 아내와 딸을 본다. 또 다시 가슴 저 밑에서 울컥하며 뜨거운 무엇이 솟구친다. 꽃다발을 든 아내의 손을 잡고 함께 달려 결승테이프를 끊는다.

드디어 100㎞의 대장정을 끝낸다.

12시간 2분 45초 만에 대장정의 막이 내린 것이다.

무사히 막을 내릴 수 있도록 극진한 보살핌과 도움을 주신 자원봉사자와 행사진행자 분들, 특히 이런 훌륭한 무대를 설치하여 주신 서울울트라마라톤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B393 이상규(1950년생)


※ 본문에 표시한 거리, 시간 및 기록은 서울마라톤사이트에 게시된 개인기록
내용을 참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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