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만남의광장

((참가후기)) 돌려 줘! 내 청춘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석순 작성일04-03-24 14:00 조회555회 댓글0건

본문


( 돌려 줘! 내 청춘 )

-- 의왕시육상연합회 한석순.

꽃샘추위가 매섭게 파고드는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3월 초.
제7회 서울마라톤이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렸다.

우리 의왕시육상연합회 대부분의 회원들은 이번에도 자원봉사를 한다.
제1회 대회 때부터 이어지는 전통이다.
나도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한번도 출전하지 못한 서울마라톤이라
이번만큼은 꼭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다.

서울마라톤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출발선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문득 나의 배번호가 묘하게 느껴진다.
'69'번이라...
웃음이 나왔다.

11시 5분, 드디어 하프 출발.

배낭을 매고 달리는 주자.
이 추운 날씨에 짧은 옷을 입은 할아버지.
풀코스를 13번이나 완주했다는 칠순의 할머니.

형형색색의 유니폼들이 달리고 있다.
외국인도 많이 눈에 띈다.
서울마라톤이 국제마라톤으로 발전한 것 같아서 흐뭇한 마음이다.

싱싱한 에너지.
반복되는 리듬.

100년만의 폭설이 내려서 대회가 제대로 치러질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주로는 놀라울 정도로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역경을 딛고 개최되는 대회라 더욱 돋보였다.
마치 한겨울 추위를 견디고 피어난 화사한 매화처럼...

완벽한 대회를 위해 고생하신 서울마라톤 관계자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도로 주위에는 잔설이 희끗희끗하고
달리는 마라토너들에게선 활기가 넘쳐 난다.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는데 5km 표지판이 보인다.
마라톤에 처음 입문했을 땐 5km가 왜 그리도 멀게 느껴지든지...
그런데 지금은 5km를 우습게 알고 있지나 않은지...

유유히 흐르는 한강.
작은 계곡의 졸졸거리는 샘물이 모여서 거대한 강이 되었을 터.

천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협곡에서 치열한 몸부림도 쳤으리라.
고난과 역경을 거쳐 언젠가는 바다에 다다를 터.

서울마라톤도 소리없이 흐르는 저 강물처럼
더욱 내적으로 성숙된 그런 대회가 되기를 빌어본다.

강은 스스로 자신을 버려야 바다가 될 수 있듯이,
우리네 삶도 스스로 자신을 버려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인생을 강물처럼 살 수 있다면...

그만 훌쩍 삶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조각구름을 몰아가는 바람결에 이끌려
어디론가 방랑하고픈 생각이 든다.

반환점을 도는데 우리 마라톤클럽 소속 광수 형님이 저만치서 달려온다.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에게 "힘!"을 외쳐 준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의 만남은 역시 짜릿함 그 자체다.

기차가 한강철교를 달린다.
저 기차는 밤새도록 어둠 속을 달리기도 했을 터.

기적소리가 아득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기차를 보내는 내 마음이 왠지 쓸쓸하다.
지나가는 기차를 보고 손을 흔드는 건
나도 언젠가는 떠나고 싶다는 소리 없는 외침일까?

갑자기 저 기차와 함께 현실 밖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15km를 지나는데 다리가 무거워진다.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솟고.

기록에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어느새 기록에 연연해하는 욕심에 가득 찬 내 자신을 발견한다.
인간의 질주본능은 어쩔 수 없는가!
기록의 사슬에서 벗어나기가 이다지도 힘들 줄이야.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나팔을 불어주며 힘을 북돋워 준다.
힘찬 응원에 힘이 절로 솟는다.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 모습에 코끝이 찡해져 온다.

급수대에서 한 소녀가 "화이팅!"을 외친다.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세월이 흐른 먼 훗날에도 저 소녀는 오늘을 기억하겠지...

주로 상황, 급수대 운영, 출발 및 골인관리, 물품 보관소 등등
주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정말 여러 가지 면에서 서울마라톤의 힘이 느껴진다.

게토레이 한 잔을 마시며 다시 힘을 내 본다.

저 앞쪽에서 달리기를 멈추고 스트레칭하는 주자도 보인다.
인생은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도 필요한 걸까?

잔잔한 물결 위로 시원한 미풍이 불어온다.
울컥거리는 물결을 바라보며
좌절된 꿈에 절망하던 한 소년을 떠올려 본다.

무슨 일 있었기에 저리도 울고 있을까?

절망과 회한으로 배회하기도 했고
이제 두 번 다시 찾지 않으리라 다짐하기도 했던 한강.
피가 멎은 가슴으로 밤새 한강변을 서성이다가
흔들리는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켜야만 했던 가슴앓이.

저 한강에는 내가 흘린 몇 방울의 눈물도 섞여 있을 터.

이젠 저 흐르는 강물에 띄워 보내야 하나...
정녕 그래야만 하나...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만큼 세월이 흘렀건만
상처 입은 이내 몸은 오늘도 홀로 울음을 삼키고 있다.
그때 그날처럼...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산울림의 노래를 부를 때가 언제였던가!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아! 무정타.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이여.

저 멀리 골인점이 보인다.
종착역은 벌써 다가오는데
못다 부른 나의 슬픈 노래는 어이할 꺼나...

풀뿌리마라톤의 원조격인 서울마라톤.
잔잔한 감동을 나에게 안겨 준 서울마라톤.
장갑을 끼고 빵모자를 쓰고 달릴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오랫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감명 깊은 서울마라톤이었다.

서울마라톤이여! 영원하라!!!

감사합니다.

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c) 2002 Seoulmarathon club All Rights Reserved. info@seoulmarathon.net
상단으로
M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