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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유채꽃에 홀려 100Km를 흘러가다(제주일주200K 완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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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윤희 작성일04-03-22 10:24 조회4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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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KAL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끊임없이 전해오는 고통을 어금니로 담아내기에는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눈물도 말랐는지 무덤덤한 기분이다.
한발 한발 걸어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렇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미소를 띄면서...


1.대체로 충실했던 준비과정.
지난해 11월부터 월 300여Km이상을 달리면서 체력향상에 역점을 두었다. 올 1월, 2월에 나간 풀코스대회에서 별 부담 없이 3시간 40분대가 작성되기에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했다.

단지 늘어나는 업무시간과 정신적인 압박으로 마음이 항상 긴장되어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하여 여유가 없어 보였다. 내 스스로 그런 느낌이 들었으니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더했으리라.(결국 이것이 일을 내고 말았지만...)

가까스로 일을 정리하고 제주에 도착하여 숙소잡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찍 잠을 청했다. 금방 생활리듬이 바뀌는 것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오후 7시쯤에 눈을 감았다.
대회일(3/13 토) 새벽 2시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선잠이 들어 자리에 다시 누웠다. 모든 준비는 마친 상태지만..

2. 50분이나 늦은 출발.
그것이 문제였다. 머릿속에는 새벽 5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기억되어 4시 40분쯤 숙소를 떠나 출발지(제주 KAL 호텔)로 향해 가는데 진행요원이 나를 발견하더니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 대회는 새벽 4시에 출발하게 바뀌었는데!!!??" "에이 정말?? 농담아냐???"
농담이 아니었다. 벌써 4시에 출발한 것이다. 이미 50여 분이 흘러간 것이다.
짐을 맡기고 길을 따라 나섰다. 제주 시내에서 외곽도로로 나가는 길이 익숙지 않아 여러 번 길을 물어 해안도로로 접어들었다. 그래도 마음만은 편안했다. 15여번 이상의 울트라경험이 그렇게 만들었나 보다.

어슴푸레 어둠이 걷히고 55분만에 10Km 급수대를 만났고 15Km 지점쯤에서 맨 후미 주자를 만날 수 있었다. 날도 밝고 기온도 아주 쾌적했다. 몸 컨디션도 그런 대로 좋은 상태로 판단된다. 주로 또한 여러 번 달려 본 경험으로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는데 전혀 장애물이 없었다. 난 이런 묘한 기분 때문에 울트라를 하는 것이라 가끔은 스스로를 격려하곤 한다.
50Km 까지 5시간만에 그런 대로 여유 있게 달려왔다. 주로 에서 많은 새로운 분들을 보게되고 대화를 하면서 울트라의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3.언제나 풍요론 유채꽃 밭의 향연.
한림, 비양도, 차귀도를 돌아 펼쳐져는 해안도로에서의 여유로운 달리기는 내 자신이 씩씩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고맙게 여기게 해준다. 마라도 입구의 대정읍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산방산 주위에 펼쳐져 있는 유채꽃밭이 한 눈에 들어오자 짜릿한 기쁜 전율이 온 몸을 관통한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체온을 적당히 식혀주고 호흡도 아주 편안하게 해준다. 이대로 쭉 끝까지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질없는(?) 생각도 해본다.
보수공사중인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을 스치고 지나 한라봉 감귤 밭을 오른쪽에 끼고 순조롭게 서귀포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4. 12시간만에 100Km 에 도착.
마음속에 설정한 계획대로 12시간만에 100Km 지점에 도착했다. 약간의 차질이 생각보다 오래간다. 맡겨놓은 짐이 도착되지 않은 것이다. 체온은 내려가고 그냥 30분을 아쉽게도 허송세월로 보냈다. 전화통화로 나중에 주로 에서 건네 받기로 하고, 저녁식사를 간단히 하고 서귀포 시내를 빠져나가고자 발길을 재촉했다.

한시간여를 진행하자 짐을 실은 차가 도착하여 야간용 바람막이 옷(윈드자켓)을 더 입고, 운동화도 지금까지 달려온 것보다 조금 더 큰 것으로 바꿔 신었다. 훨씬 따뜻했다. 조금 아쉬움이 남았지만 잊기로 했다. 서서히 어둠이 깔려 온다. 기온은 내려가고...

마스크에 장갑까지 갖췄다. 이대로 밤을 통과하는 거다. 출발부터 배낭대신 가벼운 허리 색으로 대체, 휴대하여 물통만 챙기니 몸은 그런 대로 가뿐하다. 매 10Km 지점 급수대마다 물 한 통을 채워 주로 에서 다 마시고 다음 급수대에서 채우는 방식으로 무리 없이 수분 공급은 충분하다. 약간의 에너지보충용 보충제를 휴대하여 물과 함께 타서 마셔 힘을 얻는다.

5. 몸이 왼쪽으로 기운 듯 해요.!!!
130Km를 지나 140Km 지점으로 향해 가는 주로 에서 뒤에 오던 주자가 " 어째 몸이 왼쪽으로 기운 듯 해요??""어디 편찮으세요?
이게 뭔말인가? 충격을 받았다. 자꾸 오른쪽 다리가 끌려 이상하다 했는데 뒤에서 보기에는 몸이 기울어 보인다는 것이다. 오른쪽 다리가 힘이 드니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체중을 옮기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잠시 쉬면서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 마사지를 하면서 상태를 살펴보았다. 걷는데는 문제가 없으나 달리는데는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때서야....

남원을 지나 표선까지 잘 왔는데 이게 웬 청천벽력이란 말이냐???
자꾸 몸이 기운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일단 140Km 급수대까지 가자. 나를 다독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19시간만에 140Km 지점에 도착했다. 잠시 쉬면서 여러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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