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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다시 도전하리라(3.7 서울마라톤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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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인미 작성일04-03-12 19:47 조회5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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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킬로 1회, 10킬로 5회, 하프 1회 경력 >

지난해 11월 농민마라톤 대회에서 어렵지 않게 완주한 하프를 상기하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내친김에 풀? 하며 도전한 “서울마라톤 풀코스”, 아주 건방진 생각이란 것을 바로 알게 되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했다. 하프를 완주한 후 10킬로는 주 4~5회, 20킬로는 주 1회 가볍게 뛰었으며, 대회일 한 달 남짓 남겨 놓고는 LSD(Long-Slow Distance Running)로 28킬로 1회, 30킬로 1회를 하였다. 그럼에도 대회일이 가까워 오자 두렵기 시작했다. 과연 내가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서울마라톤 풀코스는 한강을 옆에 끼고 여의도 야외음악당을 출발하여 6.3빌딩, 한강철교, 한강대교, 동작대교, 반포대교, 한남대교, 동호대교, 성수대교, 영동대교, 청담대교, 잠실대교, 올림픽대교, 광진교 등 한강에 걸쳐있는 수많은 다리를 지나치는 그야말로 자연경관이 너무도 아름다웠으며, 친절하고 희생적인 자원봉사자가 많았고, 특히 먹을 것이 풍성한 아주 기억에 남는 마라톤 대회였다.

11:00 운동화 칩이 빨간 스타트 발판(라인)을 밟자 삐삐하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2~30대 아저씨에서부터 70은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 60이 넘으셨다는 아주머니까지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이 그 추운 날씨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의도 시민공원을 힘차게 달려 나간다. 특히 환갑되기 전에 풀코스 한 번 뛰어 보겠다고 도전하셨다는 아주머니는 경험해 보지 않은 먼 길을 달려야 하는 두려움에 잔뜩 겁먹고 있던 나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

날씨가 추워서 덧입었던 비닐이 귀찮게 느껴지던 5키로 지점까지 가볍게 달렸다. 덥다는 생각에 비닐을 벗어 자원봉사하시는 분께 건넨다.(바람을 안고 돌아올 때는 그 비닐이 어찌나 간절한지 후회 막심하였음) 처음부터 내가 다짐하고 있던 것은 오버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5시간이면 어떻고 6시간 이면 어떠랴? 이번에 목표는 완주에 두었으니 시간은 생각지 말고 천천히 뛰자고 마음먹었으나 반포대교 쯤에서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몇 사람을 추월해 앞으로 나갔다.

반포대교를 막 넘어가려는데 손과 손에 줄을 매고 달리는 아저씨 커플을 보았다. 충격이었다. 여기까지 내 앞을 이 두 분이 달리고 있었단 말인가. 존경스러웠다. 한 분은 앞을 보시지 못하는 분이셨으며 연세도 지긋해 보였다. 그 옆을 지나치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저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도전하시는데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 감사해야 한다” 고 말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모두 같은 가 보다.

동호대교쯤 와서는 목이 마른 것 같아 이온 음료를 마셨다. 이 코스는 내가 매일 연습하는 홈그라운드라서 아주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영어 정복” “○○마라톤 대회” 등 온갖 광고를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붙이시고 뛰어가시는 아저씨를 막 지나치려는 순간 아저씨 왈 “천천히 가세요. 앞으로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그렇게 빨리 가요” 하며 뛰쳐나가려는 나를 말리신다. 그래도 나는 나중에 힘 빠질 때 대비하여 내 페이스대로 가는게 좋겠다고 판단하여 힘차게 달렸다.

청담대교 가까이 오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바나나라도 먹으려 했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다음에 먹지하며 그냥 달렸다. 앞에 뛰어가는 조흥은행 조끼를 입고 달리는 아가씨의 뒤를 쫒아갔다.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 나와 페이스가 맞는 것 같다. 마라톤 웹사이트(부부마라톤)에서 보던 이름이 옆을 추월해 간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들임에도 왠지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들 같이 정겹게 느껴진다. 역시 잘 달린다.

올림픽 대교부터는 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자꾸 간다. 부럽기도 하고 혹시 나와 함께 풀코스를 출전하신 과장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드디어 반환점, 배가 고파서 더 이상은 그냥 갈 수가 없어 우선 주먹김밥 하나 먹고 오뎅한 컵 먹고 또 나간다. 이제부터는 바람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춥기도 하고 힘도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직까지는 급수대에서도 쉬지 않고 먹으면서 달렸다. 그러나 25킬로 지점쯤인 청담대교 부근에서는 바나나와 초콜렛 파인애플을 먹으면서 조금 쉬었다. 그만큼 힘이 들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다. 큰일이다. 14킬로 정도는 더 가야하는데.

계속해서 바람을 안고 뛰려니 몇 배는 더 힘든 것 같았다. 2.5킬로마다 세워놓은 거리표지판이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동호대교 부근에서는 정말 주저 않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를 악 물었다. 너무 힘이 들어 발을 뛰기가 힘들게 되자 나도 모르게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하며 구령을 붙여 뛰었다. 아마도 어머님의 영향인 것 같다. 극에 달하니까 저절로 튀어 나온다. 벌써부터 걸어가는 사람, 쥐가 나는지 다리를 부여잡고 어쩔 줄 모르는 사람, 스트레칭하는 사람, 않아있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들이 보인다.

동작대교 약간 못 미쳐 어떤 아저씨가 벌렁 누워 계신다. 생각 같아서는 다가가서 왜 그러시냐고 묻고 싶었지만 나도 내 몸을 주체하기 힘들었고 뒤에 앰블런스 및 자원봉사자들이 오겠지 하며 지나쳤는데 오는 동안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이것이 내 인간성이란 말인가 하고 후회해 보지만 어쩌랴 이미 지나쳐 오고서 이제 와서 후회하면 어쩌라고?

6.3빌딩을 지나쳐 달리다 보니 이제는 오른쪽 관절부근이 너무 아파서 다리를 들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피니쉬라인에서 기다릴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지막 힘이 솟는 듯하다. 양 옆에 늘어선 사람들의 박수 소리, 210번 힘 하는 소리가 유난히 귓가에 맴도는 순간 어느덧 내 운동화가 밟은 피니쉬 라인에서 나오는 삐 삐 소리가 아주 경쾌하게 들렸다. “4시간 42분 01초” 이렇게 나의 첫 풀코스 도전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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