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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다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틔우면서(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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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성진 작성일04-03-12 11:54 조회5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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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마라톤대회 하프 출전의 경험이 두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10킬로미터를 뛰었다.
이것도 안뛰려 하였으나 헬스클럽 회원들의 마라톤대회 훈련대장을 맡은
신랑 때문에 할 수 없이 뛰게 된 것이다.(임광선씨가 제 신랑입니다)

올해 결혼한지 꼭 10년째인데, 함께 살만큼 산 셈인데도,
서울마라톤을 준비하는 동안 저 사람이 내 신랑이 맞나 싶은 때가 많았다.
원래 수줍음이 많아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하고, 나서는 것도,
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요 근래에는 재혼을 해서 사는 것 같은 신선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물론 헬스클럽 안에서 국한된 것이지만...

처음 마라톤대회 출전을 하자고 제안을 했던 회원이 빠져나가면서
경험이 좀 있다는 이유로 훈련대장 역을 떠맡아 처음에는 많이 곤란해 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열성적으로 자기 역할을, 아니 그 이상을 하는 신랑을 보며
속으로 많이 놀랐었다.

2년 전 함께 풀코스를 완주하자는 다짐을 하고, 조선일보 대회때 나란히
풀코스를 신청하였지만, 대회를 얼마 앞두고 출장 가서 걸려온 홍콩의 혹독한
독감 때문에 보름 밤낮을 쉬지 않고 기침을 해대다가 갈비뼈가 3대나 부러지는
어이없는 부상을 입었었다.

신랑은 나와 함께 대회를 포기하였고, 나는 운동을 할 수 없는 3개월을
무척이나 우울하게 보냈다. 신랑은 다음 해(작년) 3월, 6회 서울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59분이라는 좋은 기록으로 첫풀코스 완주를 했고,
송파세상님의 부인이신 땅꼬박사 유행애님과 나란히 울트라 100킬로까지 완주하며
마라톤 매니아가 되어갔다.

신랑이 자신의 기록을 갱신하며 뛰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나는 마라톤과 멀어져갔다.
몸이 회복된 후 다시 뛰어보려 했지만 전처럼 뛰어지질 않았다.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훈련한 만큼 성과가 없다는 절망감으로,
나는 마라톤에 대해 지쳐갔다.

기록은 점점 떨어지고, 나는 애써 마라톤을 내 마음에서 지워나갔다.
나는 자꾸만 쳐져 가는데, 계속해서 앞서나가는 신랑이 얄밉기도 하였다.
연습이 줄고, 대회장에는 근처에도 안가게 되고, 마라톤 사이트에도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헬스클럽에서 다른 회원들과 함께 대회준비를 하는
신랑을 보면서 찾아든 소외감.
신랑에게 '헬스클럽 아줌마들한테 하는 반만큼만 나한테 해봐라’하며
투덜대기도 하였다.
오기가 생겨 함께 참가하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그래도 내가 경험자인데, 초보자들 틈에 끼어서 꼴찌를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10킬로라는 거리가 위안을 주었다.
그리고 대회를 준비하며 조금씩 욕심도 생겨났다.

올해 1월, 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때 빈혈이 너무 심해 정밀진단을
받으라는 결과가 나왔다.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심각한 철분 부족으로 인한 빈혈 증상이었다.
언젠가 마라톤에 관한 자료 중 연습에 비해 성과가 없을 때는 철분 부족을
의심해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고,
마라톤에서 철분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자료를 본 적이 있었다.
연습해도 결과가 안나온다며 저조한 기록을 탓하기만 하였지,
왜 성과가 없는지 그 원인을 찾을 생각을 못했었다.

2월 말부터 병원 처방대로 철분제를 복용하고 있고,
그 효과를 보았는지 1시간 15분을 예상하며 8개월 만에 출전한 10킬로 대회에서
54분에 완주하였다.(다친 이후부터 10킬로미터를 1시간 안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성취는 꿈을 간직한 이들의 몫이고, 난 내가 외면하며 버려두었던 꿈을
그 눈밭에서 되찾았다.
눈밭을 밟으며 돌아오는 길에 아무도 모르게 그곳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하나 심어놓았다.

요즘 난 신랑과 나란히 풀코스를 완주하는 내 모습을 그려보곤 한다.
그리고 운동을 하다가 눈을 들어 쳐다보면 배시시 웃고 있는
거울 속의 나를 만나곤 한다.
대회 출전 이후 전보다 더 반갑게 서로를 맞이하며 격려해주는
회원들의 모습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꿈 하나를 마음속에
간직하게 되었다면 좋겠다.
그 꿈을 내년에 이루던, 그 내년에 이루던 조급해 하지 않을 것이다.
무리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그 꿈을 즐길 것이다.

새하얀 눈밭 위의 사람들은 분명 꽃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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