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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얼음녹는 한강둔치 순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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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현 작성일04-02-18 13:48 조회5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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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두껍게 얼었던 잠실대교 윗편 수중 보에 꽁꽁 얼었던
얼음장이 찡! 찡! 갈라지는 소리를 내고, 물결에 휩쓸려 얼음
조각들이 파편처럼 깨어지며 남아있는 얼음위로 포개어진다.
듬성듬성 숨구멍 뚫린 곳엔 자맥질하는 철새들의 몸놀림이
훨씬 날렵해진 것 같다.

겨우내 축적된 지방덩이로 인해, 출렁이는 뱃살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한강의 칼바람이 콧잔등을 잽싸게 할퀴고 지나
간다. 매서움에 재채기라도 한 듯, 맑은 콧물이 바로 줄줄
흘러내린다. 훌지럭 콧물을 삼키려하나 이미 나온 콧물은
내몸에서 떨어져 흩날린다.

그래, 그랬었지.... 검은 광목으로 지은 팔꿈치와 무릅헤진
옷을 입고, 각목에 두 개의 철사로 고정시킨 스케이트를
만들어 쪼그려 앉아, 소나무가지에 긴 장대 못을 박아 뾰족
하게 만든 송곳으로 얼음을 지쳤지.....
겨울방학이 끝날 즈음이면 얼음지치기도 능숙하고 익숙해져
강바닥에 튀어나온 돌들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가며 달리다가
얼음 녹은 숨구멍에 걸려 넘어지면 알량한 옷과 내복까지 홀랑
젖어 집에 들어가면 혼구녕이 날것이 뻔한지라.....

쇠똥과 잔디풀을 뜯어 모아 불을 피워놓고 감자처럼 튀어나
온 언 엄지발가락을 꼬물거리며 젖은 옷을 말렸었다.
대강 옷이 마르면 형들을 따라 맑아 바닥까지 보이는 얼음
밑에 보이는 피라미, 매자, 두루치, 모래무지를 발견하면
함마로 얼음장을 징! 징! 두드리면 고기는 어지럼을 타듯
멀리 도망을 가지 못하고 돌멩이 옆에 몸을 숨기면 재빠르
게 구멍을 뚫고 작살로 찍어 잡었다.

닥나무로 만든 팽이채로 후려친다. 낫으로 손베어가며 깍아
만든 팽이는 다시 혼쭐이 날까봐 날렵하게 얼음장 위를 뺑뺑이
돈다. 그러나, 팽이 밑에 쇠구슬 박은 기와집 녀석의 커다란
팽이에게 부딪친 나의 팽이는 힘도 써보지 못하고 나뒹군다.
팽이돌리기도.. 얼음지치기도 실증이 날 때쯤, 해 역시 지쳤
는지 서산으로 숨어버린다.

햇살마저 없어져 더해지는 추위만큼 빈속이 더욱 썰렁해지기
만 한다. 뚝방넘어 초가집 앞에 버팅긴 기와집의 굴뚝에선
맑은 연기가 오르지만, 내 돌아가야 할 초가집에선 청솔가지
타는지 탁한 연기만 토해낸다.

작은 키에도 고개숙여 문지방을 넘어 들어가면 구둘 틈새로
비집고 올라온 연기가 메케한 기침을 토해 내게 한다.
그러나, 쇠구슬박은 고래등같은 녀석의 기와집보다.....
하루네 얼었던 몸을 훨씬 빨리 녹여준다.
양손으로 깍지끼어 베개삼아 누워, 두눈 시선모아
천장을 바라보니 빛바랜 형이한 무늬가 한없이 깊어 보인다.

내일은 자전거포집 친척형에게 부탁해 쇠구슬 한알 얻어다
큼지막한 팽이 만들어 밑에다 알 박고, 기와집 녀석에게
한판, 맞짱을 떠보자 해야지......

광진교 관리소앞 5km 턴하고, 잠실수중보 돌아오니 10km,
01:05분 넷타임, 건타임이 무슨 대수일까?
관계없이 뱃살은 여전히 물결 따라 출렁인다.

허나, 그새 얼음장의 숨구멍은 훨씬 넓어져 있다.
봄이 저만큼 오고 있는 징조인가 보다.
그래 징그러운 겨울아! 니는 빨기 가러래이..
그러나, 어찌한데이...
보리고개 넘으려는 우리 엄니 속 타는데...

천달사/슬슬주파도사/멍텅구리/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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