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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십자가 날 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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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종생 작성일04-01-10 16:26 조회8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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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십자갈 날 주게나.


이런 날 올 줄 알았다면 날 욕할 텐가?
물론 진짜 미워서 서로 욕하고 치고받는 이들도 있겠지.
하지만 지 복장을 찢으며 매를 드는 부모나, 생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충고하는 동무들도 있다는 걸 알아주게.
칼을 빼든 것처럼 보이는가?
아니네, 그건 십자갈 진 거라네.

어느 날부턴가 나도 여길 떠나있었지.
왠지 내 튀어나온 주둥이만 커지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도 마음은 항상 한강 근처 어디다 두고있었어.
어제, 누가 함께 질 봇짐을 혼자 지고갔다기에 슬쩍 가시방석만 모면해온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해 와본 거네.

우린 알아야 하네.
떠나고, 비울 줄, 그리고 믿을 줄도.
우리가 잘 보고있지 않은가?
가을날 과실이 좋다고 값이 다 좋던가?
아니면 값이 좋다고 어깨춤만 나오던가?
집안도 편안해야지.

이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는 거라네.
우리.

여보게, 그 십자갈 날 주게.
어여, 주게.


김종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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