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만남의광장

사색으로 즐거웠던 250리 길(서울울트라 참가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신억 작성일03-11-08 11:14 조회646회 댓글0건

본문

[프롤로그]

내가 달리기에 입문한 시기는 뉴 밀레니엄이라는 2000년11월의 어느 날이다.
둘째 딸 등교길이 멀어서 새벽 일찍 자가용으로 등교시키곤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늘 대구시 수성구에 소재한 수성못을 지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못 가에서 간단히 체조나 하고 돌아가곤 하였으나,
무심코 한 바퀴(2km)씩 뛰어보니 그런 대로 몸과 마음이 쾌적해지는 게
다른 운동과는 달리 승패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나 나 자신이 승자가 되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아주 좋은 운동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사업이다 뭐다 하면서 핑계삼아 즐긴 빈번한 음주로 인해 지방간이 있었던 나는
그해 겨울 동안 틈틈이 달렸고 2001년3월에 간 기능 검사를 해 보니

간은 어느덧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렇게 달리기의 장점을 직접 체험한 후에 나는 차츰 달리기에 중독되어 가기 시작했다.

[훈련]

달리기는 원래 지루한 운동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모임에 가입하여 같이 운동을 즐기는데,
나는 처음부터 계속해서 독립군으로 활동해 왔다.

혼자서 달리다 보니 달리기에 조금씩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내를 설득하여 같이 달리기도 하였으나
훈련량의 반 이상은 혼자서 연습하였다.

운동의 지루함을 극복하고 자극을 주기 위하여
2001년4월7일 경주에서 개최하는 제10회 벚꽃마라톤대회 10km 부문에 참가신청을 하고
열심히 연습하여 49분대의 호기록으로 완주하였다.

드디어 2001. 10. 28, 달리기를 시작한지 약 1년만에, 천년 고도 경주에서,
장가들 때와 같은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참가한 동아경주오픈마라톤대회의 풀코스를
나는 3시간52분26초에 완주하였다.

그때의 성취감을 필설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그 후 겨울 훈련을 짬짬이 하였고, 2002년3월3일 서울마라톤대회 원효대교∼광진교간을

왕복하는 풀코스에 도전하여 3시간44분42초에 완주하였다.
그 후에 친구 2명과 같이 수시로 각종 대회에 출전하다가
2002년 6월에 고교 동기생들끼리 모여 계성60마라톤클럽을 조직하여

매주 1회 이상 단체연습을 하였으며,
2개월마다 각종 대회에도 출전하는 등 기량을 연마해 왔다.

[대회준비]

회원들과의 단조로운 훈련이 조금씩 지루해져 가면서
내 마음속에는 또다시 무언가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으며,
드디어 2003년5월에 제4회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 개최가 공고되자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모하게도 덜컥 참가신청을 하고 말았다.
남몰래 혼자서 신청을 했는데도 여기저기에서 걱정과 격려의 전화가 걸려와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했으며 또한 완주에 대한 부담감이 커져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습량은 월간 150∼200km로 그전과 비슷하게 하였으며
7월부터 9월까지 헬스에 등록하여 별도로 근력운동을 하여 대회에 대비하였고
대회 3주전에 10시간주를 실시하여 자신감을 길렀다.

[도전]

대회 전날 대구를 출발하여 강남터미날에 도착하니 친구부부가 마중 나와 있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대회장에 도착하니 이미 전야제는 끝나,
선수 등록을 하고 미리 예약한 서울교육문화회관에 여장을 풀었는데

같은 방의 4명 모두가 울트라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불을 끄고 누웠으나 완주에 대한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는다.
밤새 자투리잠을 자다가 3시30분에 일어나

전주에서 오신 안평용(A462)씨가 준비해온 찰밥을 나누어 먹고 대회장으로 나가니
출전자들이 벌써 스트레칭을 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다.
드디어 정각 5시에 출발신호와 함께 우렁찬 고함을 지르며 머나먼 250리 길의 장도에 올랐다.

속도는 1km당 7분 페이스로 하고 1시간20분을 식사 및 스트레칭, 휴식 등에 할애하여
13시간을 목표로 출발하였다.
안개 낀 새벽 강가를 감상하면서 양재천에서 탄천으로 접어들 무렵

주로에서 가톨릭마라톤동호회 회원 5명을 만났다.
나도 천주교 신자인지라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그분들이 내 페이스와 같기에
같이 동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탄천을 돌아 한강 본류로 나오니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이 제법 있다.
10km마다 스트레칭을 하고 동호회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편으로는 한강을 감상하면서 함께 달리다 보니

어느덧 29.5km 지점인 암사동 반환점을 08시27분에 통과하였으며,
별로 힘들지 않게 53km 지점인 제1관문에 11시10분 경에 도착하였다.
다만 팔이 무거운 게 조금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계획에 맞춰 그런 대로 잘 달린 셈이다.
관문에서 발가락 테이핑과 바셀린 도포를 다시 하고 양말을 갈아 신고 잠시 스트레칭과
휴식을 하면서 20분을 경과한 뒤 후반의 속도 저하에 대비하고자 혼자 먼저 출발하였다.

이제부터 나 혼자 47km를 달려야 한다는 부담감과
조금씩 심해져 가는 체력의 저하가 발걸음을 점점 무겁게 하기 시작한다.
가양대교를 지나 방화대교를 돌아오는 직선주로는 왜 그리 멀기만 한지·····

가까스로 63.8km 지점인 방화대교 반환점을 12시50분에 통과한 후
"배터지는집"에 도착하여 전복죽 1.5그릇을 후다닥 해치우고는 약 10분간 휴식으로
심신을 재충전한 뒤 제2관문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도중에 자원봉사요원들의 풍물 응원에 감사의 표시로 한바퀴 더덩실 돌며
기분을 전환하고는 열심히 걸음을 떼어놓는다.
주로에는 인라이너들과 산책객들로 붐벼 달리기에 신경이 제법 쓰이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그들을 통제를 하면서
달림이들에게 주로를 확보해 주느라 애쓰고 있다.
드디어 15시08분에 제2관문인 83km 지점에 도착하여 5분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달려가는데 오른쪽 다리가 점점 가벼워지는 게
통증은 없으면서도 완전한 착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금씩 절룩거리면서 16시20분 경 양재천 입구인 92km지점에 도착하여

간식과 음료수를 들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출발하려는데, 아뿔싸!,
갑자기 오른쪽 장경인대 부분이 불에 덴 듯 극심한 통증이 온다.
몇 발짝 옮겨 보다가 포기하고 한참 동안 스트레칭을 한 후 다시 달려보려 해도

통증으로 도저히 달릴 수가 없다. 시계를 보니 어떻게 가든지 제한시간 안에
완주는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서면서 마음은 상당히 안정되었다.
할 수 없이 다리를 절면서 걷는데

해질 무렵의 양재천 추위가 체온을 빼앗아가면서 심신을 더욱 처량하게 한다.
노환으로 고생하고 계시는 부모님과 두 분을 모시며 농사를 지으시는 형님 내외분,
못난 남편 하나만 믿고 부부싸움 한번 없이 스물 몇 해를 함께 살아온

사랑스런 아내와 이제 각자의 삶을 개척하려고 애쓰는 자식들,
같이 달리고 땀흘리면서 엄청 가까워져버린 계성60마라톤클럽의 달림이 친구들,
오늘 대회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운영진과 자원봉사자들,

살다 보니 어느덧 백발이 되어버린 50줄의 자화상 등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고된 여정을 잠시 잊게 해 준다.
마지막 8km를 1시간45분간 열심히(?) 달린 끝에 붉은 주단을 밟고

피니쉬라인을 향해 가면서,
피부에는 추위로 소름이 돋아나는데 가슴속에는 뜨거운 무엇이 울컥하고 올라온다.
아∼∼

100km가, 인생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구나!
최선을 다해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어영부영해서야 어떻게 인생을 알차게 완주할 수 있으랴?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오늘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의 고통을 동반한 완주는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살찌울 것이라는 생각을 언뜻 해본다.

[에필로그]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면 목적 상실로 인해 대개 일시적인 우울증에 걸린다고들 하더니
그 말에 전염되었는지 며칠간 허공을 헤매는 기분으로 있다가
갑자기 나도 완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력이라고는 좁쌀만큼도 없는 경상도 남자가 완주기를 쓸 수 있기까지
제4회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를 훌륭하게 준비하고 진행하신 운영진과,
온종일 추위에 떨며 일부 시민들의 눈총까지 받아가면서도 온몸을 던져 봉사하신

자원봉사자님들, 그리고 함께 먼길을 달리며 즐기신 울트라맨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늘 평화가 함께 하기를·····

이름 : 신 억(배번 B799)
소속 : 계성60마라톤클럽
기록 : 13:09:33

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c) 2002 Seoulmarathon club All Rights Reserved. info@seoulmarathon.net
상단으로
M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