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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대구, 지하철, 마라톤,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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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선 작성일03-02-20 14:06 조회7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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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분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매우 크다.
여름은 염천이고 겨울은 혹한이다.
이러한 혹독한 기후는
때로 "대구는 저주받은 땅"이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만들기도 했다.
극심한 기온차는 사람들의 기질 형성에 세월을 두고 작용한다.
기온차가 큰 지역은 정신질환 발병율도 높다고 한다.
미당 서정주 선생이나 화가 이중섭선생도 대구에서 잠시 광인이 된 적이 있다.
대구는 유소년시절과 청년시절의 일부를 보낸 곳이다.
그래서 흔히 고향이라 한다.

대구는 원형으로 발달한 도시다.
아파트도 지하철도 사실 그리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서울 부산에 이어 가장 늦게 지하철을 건설한 것과
처음 아파트가 등장햇을 때 보수적인 대구시민들은 이를 철저히 외면해
아파트가격이 폭락한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광역시가 되면서 대구 주변지역이 시계로 편입되고
동서와 남북으로 지역이 확장되자 대규모의 주거시설과 수송시설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개발의 바람과 사람들의 조급성과 거대도시를 향한 맹목적인 모방이
이런 참사를 불렀다.

지하철공사를 하던중에도 가스폭발로 101명이나 되는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또 사고다. 방화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모진놈 옆에 있다 벼락 맞은 격일까?
아니다. 예견된 사고다.
복잡한 세상을 위태롭게 살아가는 당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사고를 맞게 될 가능성은 일상에서 동행한다.
모르지. 지금 이순간에도 사고라는 것, 죽음이라는 것이
찰라의 간격으로 우리를 빗겨가고 있는지도...

가엾은 영혼들이
아무 영문도 모르는체 삶을 접었다.
전생의 업보만이 이 돌연한 죽음을 설명할 수 있는
그러나 동의할 수 없는 희미한 단서다.

달리는 것이 좋아 마라톤을 한다.
건강에, 미용에, 정력에, 정신수양에
좋다고 마라톤을 한다.
이러한 것들은 삶을 전제로 한 명제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죽음을 준비하며 달려야 할 때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정리하며 살면서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담담할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우울하신가?
왜 허무주의적이고 염세적인
글을 쓰냐고 비난하고 싶으신가?

인정도 생각도 하기 싫지만
이미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고
우리는 그런 세월을 허위허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삶이 바쁘고도 각박하여
이 기막힌 상황을
인식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을 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느 교수님께서는
항상 속옷만은 깨끗하게 입고 다니신다고 했다.
하루에 2번 속옷을 갈아입으시니 모두들 결백증이라고들 했다.
그 이유를 여쭈니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자기의 주검을 거둘 사람에게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노라는 말씀이셨다.

아! 죽음앞에 챙겨야 할 것이 어찌 속옷뿐이랴!
교수님의 속옷은 아마도 항상 준비하는 마음이리라.

어처구니없는 죽음앞에 우리의 삶은 처연하고 또 덧없다.
그 죽음앞에 지하의 암울한 삶도 지상의 찬란한 삶도
모두 무력하다.

택시도 지하철도 버스도 전철도 자가용도
모두 허무하다.

5킬로 10킬로 하프 풀 울트라 수퍼울트라
모두 부질없다.

아파트도 호화주택도 단독주택도 전원주택도 농가주택도
주상복합건물도 러브호텔도 타워패리스도
모두 허망하다.

깨끗하게 삶을 마감하는 일을 준비하는 것만해도
인생은 너무 짧고 할일은 태산이다.

깊이 생각하고 서둘러야겠다.


대구라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달을 보고 같은 대기를 호흡하며 같이 곤고한 세월을 살았던
고인들의 명복과 영면을 빌며
(2003/02/20)

모닝스타 정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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