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만남의광장

답글 : 失 職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재남 작성일03-02-06 15:56 조회445회 댓글0건

본문

失 職

김재남

천직으로 알고 아파트 경비로 일하다 그만 복권에 당첨됐는데/ 평생을 두고 만질 수 없는 거금을 탔는데/ 그날부터 홀쭉하던 주머니는 탱탱히 부풀어오르고 미아리 전셋집은 새벽같이 강남 호화 아파트로 변신을 했다. 딱지처럼 버려진 천직, 밤마다 비싼 양주가 춤을 춘다

인생은 역전이었다. 먼지 낀 골목마다 꿀벌처럼 윙윙거리던 아낙들의 입담도, 시린 어깨를 찍어 내리던 아이들의 돈타령도 이제 초고속으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의 세상을 모른다. 사장님 이제 출근하세요. 신참 경비는 로봇처럼 허리를 굽히고 그 앞을 지나는 졸부의 서툰 어깨 짓, 거드름 끝에 걸린 오후 2시의 외출이다. 사우나는 낮부터 한량들의 낙원, 게워내는 양주가 온탕의 온도를 높인다

알콜성 지방간을 지나 간경화입니다. 그래서 간은 굳어 가는데/ 밤 빛 마담들의 너스레도, 비싼 양주도, 아직 남아있는 복권 당첨금도, 수술대 위로 모두 모여드는데/ 푸른 마스크 속에 감춰진 의사의 눈빛이 온탕처럼 뜨겁다.



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c) 2002 Seoulmarathon club All Rights Reserved. info@seoulmarathon.net
상단으로
M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