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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목요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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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문동 작성일03-02-06 14:09 조회4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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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늘도 목요문학이 열리지 않는군요.
그런데 목요문학을 그리워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하여 졸필이나마 열어 봅니다.
달리면서 생각하는 상념들을
부담없이 풀어 놓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목요문학을 릴레이로 엽니다.
오늘 열면서 한 분을 지명하면 다음 주 목요일에 그 분이 여는 겁니다.
그 분이 열지 않으면 지명하시는 분이 다시 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죽는 날까지 <목요문학/목문동>이 지속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죽는 날까지 달리기가 계속되어야 하듯이...

다음 주에는 <영광 고재봉님>을 지명합니다.
좋으시겠지요?

배달9200/개천5901/단기4336/서기2003/2/6 이름 없는 풀뿌리 나강하




<일출바라기>

길손!
항상 있는 낮과 밤이지만 지금 보니
이 순간만은 다시 오지 않을 광경일 것 같았어.
누가 뭐라던, 거부하거나 말거나 너른 천지의 어둠의 장막을
서서히 걷어올리는 저 어김없는 섭리여!
그 때 드넓은 대청호의 거울 같은 수면에서는 뽀얀 물안개가 피어났지.
여기 저기에서 산짐승들은 푸석거리며 잠에서 깨어났어.
벌거벗은 나무들은 쉭! 쉭! 소리를 내며 수액(水液)을
물관부와 체관부의 통로를 경유하여 가지 끝까지 뿜어 올리며 기지개를 펴고 있었지.
하늘과 맞닿으며 끝없이 펼쳐진 연봉(連峰)들 위로
새들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 오르고 있었지.
길손!
나는 거기서 보았네. 대자연의 장엄함을...
붉은 기운은 아내의 해산 조짐이었어.
산맥들의 봉우리를 베개삼고 누워있던
아내의 아픈 비명소리와 함께 양수가 터져버린
누우런 액체가 하늘 가장자리에 엎질러져 스며들었지.
이윽고 탯줄을 자른 붉은 선혈이 몇 줄기 번지더니
이내 눈부신 이마를 빛내며 신생아가 연생(緣生)하였지.
반질반질한 이마를 뽐내는 신생아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산상(山上)에 있던 학생들과 나의 함성과 한데 어우러져 울려퍼졌지.
베에토벤의 합창교향악이 귓전에 환청되어 왔어.
그 합창이 일순간(一瞬間)에 멈추어진 정적 속에서
천지사위(天地四位)는 아무 말도 못하고 벌거벗은 모습을 드러내고야 말았지.
어둠에 묻혀있던 뭇 인간들이 축조한 도로며, 마을이며, 천수답이
대지의 뼈와 살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가
저 원시를 간직한 햇살의 찬란함 앞에 엎드려
그들이 저지른 비리와 죄와 음험함을 고(告)하고야 말았지.
그들의 고해성사에 감복한 태양은
학생들과 내가 서있는 산성(山城)과 산맥들을 아우르고
무서운 속도로 솟아 오르고 있었어.
아니 솟아 오르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두 발로 서 있는
지구(地球)가 태양을 향하여 수레바퀴처럼 스르르 굴러가는 것 같았어.
어질어질하게 구르는 와중에 두 눈을 감고 머리를 수그려 기도 드렸지.
『햇님이여! 천지간에 하나 뿐인 햇님이여!
보잘 것 없는 이 한 몸은 대자연이 심판하는 대로 맡기려하되,
다만 저의 칠순을 넘기신 시골에 계신 부모님, 장모님 무병 장수하게 하여 주사옵고,
사랑하는 나의 아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여 주사옵고,
두 아들놈도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공부도 잘 하게 하여 주사옵고,
하나 뿐인 저의 형님, 두 누이네 가정에도 행복이 깃들게 하여 주사이다.』
길손!
그렇게 두 손 모아 간절하게 경배하며 빌었지.

배달9200/단기4336/서기2003/1/2 이름 없는 풀뿌리 나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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