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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답글 : 다시찾은 청풍호반...그곳에서 만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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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권규 작성일03-01-20 09:44 조회4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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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새해 인사가 너무 늦었지요?(그래도 아직 음력으로는.....)
오랫만에 청풍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기쁨이, 아니 앤돌핀이 막
솟았습니다. 가족들의 여행을 기회 삼아 그곳을 다시달린 선생님이 부럽군요
어둠속을 달리면서 여명을 맞는 그 상쾌함....저도 작년 여름에 친구들과 양양에서
한번 느껴보았습니다. 그때의 기분이 너무 새삼스럽고, 청풍의 고통과 환희가 오버랩
되며 월요일 아침 이글을 읽는 나 자신이 붕 뜨는 기분입니다.
저도 어제는 동아를 위해 33키로 FUN RUN을 했습니다. 청풍에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스트레칭은 잘 지키려고 애 쓰고 있습니다.(애만 쓰나?)
또 항상 천천히 멀리 달리는 것에 열중하려고 번번히 노력은 하나 잘 지켜 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가족 여행 즐거우셨는지요? 서울마라톤에서 우리 휘문교우마라톤(휘마동)
도 단체 참가를 하니 그곳에서 뵈올 수있겠지요? 그때까지 안녕히계십시요. 히~~~임!

휘문교우마라톤 총무 양권규
김학윤 님 쓰신 글 :
> 1월18일 ,토요일 오후 5시30분,
> 한치의 지체도 없이 동서울 터미날을 출발한 시외버스 안에서
> 이미 제천 청풍호반에 가있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난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 아니 어쩌면 그것은 짙은 안개에 젖어 탁한 공기로 가득찬 서울을
> 무작정 떠난다는 데 대한 즐거움에서 였는지도 모른다.
>
> 지난주 거제마라톤에 이어 이번주 열리는 고성마라톤 대회,
> 난 평소대로라면 당연히 고성을 신청했을 것이고,
> 100회 소속이 아니면서도 100회 이상의 공식대회 풀코스를
> 부상없이 완주하고 싶은 잠재의식이 내재된 내게
>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
> 그러나, 이번주 만큼은 일찍 전부터
> 가족과의 여행을 내심 계획하고 있었다.
> 매주말의 마라톤 대회와 달리기로 이어지는 일상,
> 일요일에도 하루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면서
> 휴일이 더 힘든 아내를 보고, 난 어떻게 해서라고
> 그의 지친 영혼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고 싶었고,
> 대회가 줄줄이 열리는 3월전에 가족여행을 꼭 하리라 마음먹었다.
>
> 예정되었던 여행계획이 엉클어지면서
> 일요일 달리는 의사들 합동훈련에라도 참가하려 했으나
> 지난 가을 경관좋고 공기맑은 청풍호반을
> 너무도 즐겁게 달렸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는데
> 작년 제천청풍호반 마라톤에서 받은 콘도 45%할인권을
> 용케도 찾아낸 아내가 예약을 했다는 말을 듣고
> 난 또 다시 그 곳을 달릴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었고
> 이번엔 동생네 가족을 동반하는 보너스 즐거움까지 생겼다.
>
> 토요일 오전, 아이들과 아내를 버스로 먼저 출발시키고
> 난 곧 만날 가족들 생각에 미소띤 얼굴로 반도 차지않은 시외버스 좌석에 누워
> 차창너머 어둠에 싸인 서울 야경에 잠시의 작별인사를 보낸다...
>
> 1월19일 오전 5시40분,
> 어젯밤 오랫만에 만난 동생네 가족과의 즐거운 담소에
>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자정을 넘기며 술잔을 기울였음에도,
> 공기가 맑은 탓인지 이른 아침에 상쾌하게 눈이 떠진다.
>
> 하나밖에 없는 동생에 대한 각별한 정을 잘 아는 아내는
> 그런 내 모습에 늘 미소를 보내며 동생을 누구보다도 아껴주고,
> 난 그런 아내에 화답이라도 하는듯 아내의 언니와 오빠를 누구보다도 아끼고,
> 그런 우리들의 모습은 아내에게 삶의 커다란 위안이기도 하다.
>
> 다들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다
>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청풍 레이크 호텔을 나선다.
>
> 산에는 일찍 해가 저물고 아침이 늦게 찾아오는 법이지만
> 오늘따라 짙은 안개로 주위는 몇미터 앞도
>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기만 하다.
>
> 청풍리조트를 나서자마자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 옥순대교를 향하여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놓지만,
> 짙은 안개로 인하여 어둠엔 음산한 기운마저 감돌고,
> 불빛하나 없는 청풍호반 지방도로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가득하다.
>
> 자꾸 누가 뒤를 잡아당기는 쭈삣함과
> 돌아보면 뭔가 나타날 것 같은 무서움에
> 다시 돌아갈까를 몇번이고 망설이며
> 앞만보고 제자리 걸음하듯 앞으로 나간다.
>
> 이제 곧 날이 밝을테니 괜찮을거야,
>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넌 그냥 달리면 돼,
> 넌 마라토너야.
>
> 마음을 굳게 잡고 언덕을 내려가니
> 이제 청풍리조트의 불빛마저 보이지 않고
> 깜깜한 고립무원의 소외감에 몸을 떨면서도
> 하는 수 없이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앞으로만 향한다.
>
> 잘 포장된 아스팔트가 아니었더라면
> 지금이 고려시대인지, 이조시대인지도 모를,
> 차 한대 지나가지 않는 어둠속의 산길을 넘어가니 별 생각이 다 든다.
>
> 어디선가 불쑥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나타나,
> '옥순대교 가는 길이 어디에요?'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지?
>
> "사실 저도 여기가 처음이걸랑요?
> 저도 거기 가는 길인데 우리 같이 함 뛰어가 볼래요?" 해볼까,
> 헤헤, 당황해하는 여인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어보는 것도 잠시,
>
> 달려도 달려도 어둠은 걷히지 않고,
> 난 또 문득 최인호의 소설 '영혼의 새벽'에 묘사된
> 어둠의 공포를 떠올려본다.
>
> 햇볕이라곤 전혀 들어오지않는 밀폐된 지하공간에 갇혀
> 무서운 정적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조차 잃어버린
> 어둠의 공포,
>
> 난 문득 밝은 햇빛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 아아 한줄기 빛이라도 내려진다면,
> 난 무슨 짓이든 하고 싶었다.
>
> 얼마를 달렸을까, 닭우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 마음의 평온을 되찾으며 발걸음에 힘을 주어본다.
>
> 밝음은 모든 어둠을 밀어내는 이 시대의 희망이다.
> 새삼 밝음의 고마움에 감사하며 달리다보니
>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길가의 나무들,
> 바위들이 포근히 다가온다.
>
> 어느덧 어둠의 무서움도 잊은 채
>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그들에게
> 난 아침이 왔음을 알리고 깨우기 시작한다.
>
> '안녕, 얘들아,
> 일어나, 일어나라구, 아침이야,
> 일요일엔 일찍 일어나야 하루가 길어,'
>
> 수십년, 아니 어쩌면 수백, 수천의 세월을
> 그 자리에 서서 보냈을, 그래서 달리는 내가
> 더욱 부러웠을 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면서 달리는데
> 얼굴에 부딪히는 싱그러운 차가움에 눈을 떠보니
> 가벼운 눈발이 날리는 게 아닌가,
>
> 7시반을 넘어가는 시각에도 여전히 차량은 보이지 않고
> 금수산 호텔옆, 하천마을로 넘어가는 오르막은
> 옅은 흰 눈으로 곱게 덮여져있다.
>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 그곳은 어쩌면 순백의 영혼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
> 고개를 구비구비 돌다보니
> 어느새 주황의 옥순대교는 눈앞에 와있고,
> 난 옥순대교 중간에 쓰여진 15km 표시를 확인하고
> 잠시 대교위에 서서 청풍호반을 멍하니 바라보며
> 맑고 맑은, 달고도 단 생명의 신선한 공기를
> 몇번이고 깊고 깊게 들이마신 후 다시... 되돌아온다.
>
> 9시경, 눈부신 햇살이 청풍호반에 드리워지며
> 이제 세상은 밝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 긴 밤 잠에서 깨어난 모든 것들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아침,
>
> 난 무엇을 위해 어둠을 뚫고 옥순대교에 갔을까,
> 그곳에서 내가 본 것은 무엇일까,
>
> 그리고,
> 내가 그곳에서 만난 것은 무엇일까...
>
> 지친 아내의 영혼을 달래주려는 미명아래
> 정작 구원받고 싶은 것은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
> 아니, 설령 그곳에서 만난 것이 아무 것이 없을 지라도
> 이른 아침 자연속에 파묻혀 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 난 이미 살아있음의 무한한 자유를 누린 것이 아니었을까...
>
> 달리기 일지에서...
>
> 달리는 의사들 8000m 김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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