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은 청풍호반...그곳에서 만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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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학윤 작성일03-01-20 09:11 조회54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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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8일 ,토요일 오후 5시30분,
한치의 지체도 없이 동서울 터미날을 출발한 시외버스 안에서
이미 제천 청풍호반에 가있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난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짙은 안개에 젖어 탁한 공기로 가득찬 서울을
무작정 떠난다는 데 대한 즐거움에서 였는지도 모른다.
지난주 거제마라톤에 이어 이번주 열리는 고성마라톤 대회,
난 평소대로라면 당연히 고성을 신청했을 것이고,
100회 소속이 아니면서도 100회 이상의 공식대회 풀코스를
부상없이 완주하고 싶은 잠재의식이 내재된 내게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주 만큼은 일찍 전부터
가족과의 여행을 내심 계획하고 있었다.
매주말의 마라톤 대회와 달리기로 이어지는 일상,
일요일에도 하루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면서
휴일이 더 힘든 아내를 보고, 난 어떻게 해서라고
그의 지친 영혼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고 싶었고,
대회가 줄줄이 열리는 3월전에 가족여행을 꼭 하리라 마음먹었다.
예정되었던 여행계획이 엉클어지면서
일요일 달리는 의사들 합동훈련에라도 참가하려 했으나
지난 가을 경관좋고 공기맑은 청풍호반을
너무도 즐겁게 달렸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는데
작년 제천청풍호반 마라톤에서 받은 콘도 45%할인권을
용케도 찾아낸 아내가 예약을 했다는 말을 듣고
난 또 다시 그 곳을 달릴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었고
이번엔 동생네 가족을 동반하는 보너스 즐거움까지 생겼다.
토요일 오전, 아이들과 아내를 버스로 먼저 출발시키고
난 곧 만날 가족들 생각에 미소띤 얼굴로 반도 차지않은 시외버스 좌석에 누워
차창너머 어둠에 싸인 서울 야경에 잠시의 작별인사를 보낸다...
1월19일 오전 5시40분,
어젯밤 오랫만에 만난 동생네 가족과의 즐거운 담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자정을 넘기며 술잔을 기울였음에도,
공기가 맑은 탓인지 이른 아침에 상쾌하게 눈이 떠진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에 대한 각별한 정을 잘 아는 아내는
그런 내 모습에 늘 미소를 보내며 동생을 누구보다도 아껴주고,
난 그런 아내에 화답이라도 하는듯 아내의 언니와 오빠를 누구보다도 아끼고,
그런 우리들의 모습은 아내에게 삶의 커다란 위안이기도 하다.
다들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다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청풍 레이크 호텔을 나선다.
산에는 일찍 해가 저물고 아침이 늦게 찾아오는 법이지만
오늘따라 짙은 안개로 주위는 몇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기만 하다.
청풍리조트를 나서자마자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옥순대교를 향하여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놓지만,
짙은 안개로 인하여 어둠엔 음산한 기운마저 감돌고,
불빛하나 없는 청풍호반 지방도로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가득하다.
자꾸 누가 뒤를 잡아당기는 쭈삣함과
돌아보면 뭔가 나타날 것 같은 무서움에
다시 돌아갈까를 몇번이고 망설이며
앞만보고 제자리 걸음하듯 앞으로 나간다.
이제 곧 날이 밝을테니 괜찮을거야,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넌 그냥 달리면 돼,
넌 마라토너야.
마음을 굳게 잡고 언덕을 내려가니
이제 청풍리조트의 불빛마저 보이지 않고
깜깜한 고립무원의 소외감에 몸을 떨면서도
하는 수 없이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앞으로만 향한다.
잘 포장된 아스팔트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이 고려시대인지, 이조시대인지도 모를,
차 한대 지나가지 않는 어둠속의 산길을 넘어가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어디선가 불쑥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나타나,
'옥순대교 가는 길이 어디에요?'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지?
"사실 저도 여기가 처음이걸랑요?
저도 거기 가는 길인데 우리 같이 함 뛰어가 볼래요?" 해볼까,
헤헤, 당황해하는 여인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어보는 것도 잠시,
달려도 달려도 어둠은 걷히지 않고,
난 또 문득 최인호의 소설 '영혼의 새벽'에 묘사된
어둠의 공포를 떠올려본다.
햇볕이라곤 전혀 들어오지않는 밀폐된 지하공간에 갇혀
무서운 정적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조차 잃어버린
어둠의 공포,
난 문득 밝은 햇빛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아아 한줄기 빛이라도 내려진다면,
난 무슨 짓이든 하고 싶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닭우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마음의 평온을 되찾으며 발걸음에 힘을 주어본다.
밝음은 모든 어둠을 밀어내는 이 시대의 희망이다.
새삼 밝음의 고마움에 감사하며 달리다보니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길가의 나무들,
바위들이 포근히 다가온다.
어느덧 어둠의 무서움도 잊은 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그들에게
난 아침이 왔음을 알리고 깨우기 시작한다.
'안녕, 얘들아,
일어나, 일어나라구, 아침이야,
일요일엔 일찍 일어나야 하루가 길어,'
수십년, 아니 어쩌면 수백, 수천의 세월을
그 자리에 서서 보냈을, 그래서 달리는 내가
더욱 부러웠을 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면서 달리는데
얼굴에 부딪히는 싱그러운 차가움에 눈을 떠보니
가벼운 눈발이 날리는 게 아닌가,
7시반을 넘어가는 시각에도 여전히 차량은 보이지 않고
금수산 호텔옆, 하천마을로 넘어가는 오르막은
옅은 흰 눈으로 곱게 덮여져있다.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그곳은 어쩌면 순백의 영혼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고개를 구비구비 돌다보니
어느새 주황의 옥순대교는 눈앞에 와있고,
난 옥순대교 중간에 쓰여진 15km 표시를 확인하고
잠시 대교위에 서서 청풍호반을 멍하니 바라보며
맑고 맑은, 달고도 단 생명의 신선한 공기를
몇번이고 깊고 깊게 들이마신 후 다시... 되돌아온다.
9시경, 눈부신 햇살이 청풍호반에 드리워지며
이제 세상은 밝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긴 밤 잠에서 깨어난 모든 것들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아침,
난 무엇을 위해 어둠을 뚫고 옥순대교에 갔을까,
그곳에서 내가 본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만난 것은 무엇일까...
지친 아내의 영혼을 달래주려는 미명아래
정작 구원받고 싶은 것은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아니, 설령 그곳에서 만난 것이 아무 것이 없을 지라도
이른 아침 자연속에 파묻혀 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난 이미 살아있음의 무한한 자유를 누린 것이 아니었을까...
달리기 일지에서...
달리는 의사들 8000m 김학윤
한치의 지체도 없이 동서울 터미날을 출발한 시외버스 안에서
이미 제천 청풍호반에 가있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난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짙은 안개에 젖어 탁한 공기로 가득찬 서울을
무작정 떠난다는 데 대한 즐거움에서 였는지도 모른다.
지난주 거제마라톤에 이어 이번주 열리는 고성마라톤 대회,
난 평소대로라면 당연히 고성을 신청했을 것이고,
100회 소속이 아니면서도 100회 이상의 공식대회 풀코스를
부상없이 완주하고 싶은 잠재의식이 내재된 내게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주 만큼은 일찍 전부터
가족과의 여행을 내심 계획하고 있었다.
매주말의 마라톤 대회와 달리기로 이어지는 일상,
일요일에도 하루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면서
휴일이 더 힘든 아내를 보고, 난 어떻게 해서라고
그의 지친 영혼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고 싶었고,
대회가 줄줄이 열리는 3월전에 가족여행을 꼭 하리라 마음먹었다.
예정되었던 여행계획이 엉클어지면서
일요일 달리는 의사들 합동훈련에라도 참가하려 했으나
지난 가을 경관좋고 공기맑은 청풍호반을
너무도 즐겁게 달렸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는데
작년 제천청풍호반 마라톤에서 받은 콘도 45%할인권을
용케도 찾아낸 아내가 예약을 했다는 말을 듣고
난 또 다시 그 곳을 달릴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었고
이번엔 동생네 가족을 동반하는 보너스 즐거움까지 생겼다.
토요일 오전, 아이들과 아내를 버스로 먼저 출발시키고
난 곧 만날 가족들 생각에 미소띤 얼굴로 반도 차지않은 시외버스 좌석에 누워
차창너머 어둠에 싸인 서울 야경에 잠시의 작별인사를 보낸다...
1월19일 오전 5시40분,
어젯밤 오랫만에 만난 동생네 가족과의 즐거운 담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자정을 넘기며 술잔을 기울였음에도,
공기가 맑은 탓인지 이른 아침에 상쾌하게 눈이 떠진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에 대한 각별한 정을 잘 아는 아내는
그런 내 모습에 늘 미소를 보내며 동생을 누구보다도 아껴주고,
난 그런 아내에 화답이라도 하는듯 아내의 언니와 오빠를 누구보다도 아끼고,
그런 우리들의 모습은 아내에게 삶의 커다란 위안이기도 하다.
다들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다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청풍 레이크 호텔을 나선다.
산에는 일찍 해가 저물고 아침이 늦게 찾아오는 법이지만
오늘따라 짙은 안개로 주위는 몇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기만 하다.
청풍리조트를 나서자마자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옥순대교를 향하여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놓지만,
짙은 안개로 인하여 어둠엔 음산한 기운마저 감돌고,
불빛하나 없는 청풍호반 지방도로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가득하다.
자꾸 누가 뒤를 잡아당기는 쭈삣함과
돌아보면 뭔가 나타날 것 같은 무서움에
다시 돌아갈까를 몇번이고 망설이며
앞만보고 제자리 걸음하듯 앞으로 나간다.
이제 곧 날이 밝을테니 괜찮을거야,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넌 그냥 달리면 돼,
넌 마라토너야.
마음을 굳게 잡고 언덕을 내려가니
이제 청풍리조트의 불빛마저 보이지 않고
깜깜한 고립무원의 소외감에 몸을 떨면서도
하는 수 없이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앞으로만 향한다.
잘 포장된 아스팔트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이 고려시대인지, 이조시대인지도 모를,
차 한대 지나가지 않는 어둠속의 산길을 넘어가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어디선가 불쑥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나타나,
'옥순대교 가는 길이 어디에요?'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지?
"사실 저도 여기가 처음이걸랑요?
저도 거기 가는 길인데 우리 같이 함 뛰어가 볼래요?" 해볼까,
헤헤, 당황해하는 여인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어보는 것도 잠시,
달려도 달려도 어둠은 걷히지 않고,
난 또 문득 최인호의 소설 '영혼의 새벽'에 묘사된
어둠의 공포를 떠올려본다.
햇볕이라곤 전혀 들어오지않는 밀폐된 지하공간에 갇혀
무서운 정적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조차 잃어버린
어둠의 공포,
난 문득 밝은 햇빛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아아 한줄기 빛이라도 내려진다면,
난 무슨 짓이든 하고 싶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닭우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마음의 평온을 되찾으며 발걸음에 힘을 주어본다.
밝음은 모든 어둠을 밀어내는 이 시대의 희망이다.
새삼 밝음의 고마움에 감사하며 달리다보니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길가의 나무들,
바위들이 포근히 다가온다.
어느덧 어둠의 무서움도 잊은 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그들에게
난 아침이 왔음을 알리고 깨우기 시작한다.
'안녕, 얘들아,
일어나, 일어나라구, 아침이야,
일요일엔 일찍 일어나야 하루가 길어,'
수십년, 아니 어쩌면 수백, 수천의 세월을
그 자리에 서서 보냈을, 그래서 달리는 내가
더욱 부러웠을 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면서 달리는데
얼굴에 부딪히는 싱그러운 차가움에 눈을 떠보니
가벼운 눈발이 날리는 게 아닌가,
7시반을 넘어가는 시각에도 여전히 차량은 보이지 않고
금수산 호텔옆, 하천마을로 넘어가는 오르막은
옅은 흰 눈으로 곱게 덮여져있다.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그곳은 어쩌면 순백의 영혼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고개를 구비구비 돌다보니
어느새 주황의 옥순대교는 눈앞에 와있고,
난 옥순대교 중간에 쓰여진 15km 표시를 확인하고
잠시 대교위에 서서 청풍호반을 멍하니 바라보며
맑고 맑은, 달고도 단 생명의 신선한 공기를
몇번이고 깊고 깊게 들이마신 후 다시... 되돌아온다.
9시경, 눈부신 햇살이 청풍호반에 드리워지며
이제 세상은 밝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긴 밤 잠에서 깨어난 모든 것들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아침,
난 무엇을 위해 어둠을 뚫고 옥순대교에 갔을까,
그곳에서 내가 본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만난 것은 무엇일까...
지친 아내의 영혼을 달래주려는 미명아래
정작 구원받고 싶은 것은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아니, 설령 그곳에서 만난 것이 아무 것이 없을 지라도
이른 아침 자연속에 파묻혀 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난 이미 살아있음의 무한한 자유를 누린 것이 아니었을까...
달리기 일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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