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뜀꾼 가족의 화려한 외식,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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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진 작성일02-12-18 12:45 조회6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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뜀꾼 가족의 화려한 외식 그리고...

안녕하십니까 ?

서울
고덕 달림이
박복진 입니다

일요일 오후, 한바탕 신나게 뛰고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고.
아까부터 외출 준비 다 끝내고 조금은 못마땅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내와
아들을 앞세우고서 우리는 모두 아파트 앞 노상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표정이 말로 변해서 나에게 오진 않았지만 나는 쉬이 짐작합니다.
아마 이런 것이겠지요.

" 아이고, 아침에 뛰었으면 되었지, 그 사이에 또 뛰고 오는가 ?
아주 오랜만에 가져 보는 가족 외식, 꼭 그렇게 헐레벌떡 뛰고 와서
시간에 쫓기며 서둘러 갈건 또 무언가 ? 언제나 철 나, 정말 ?? ....... "

" ............... "


야간 성탄 장식이 호화로운, 우리 나라 제일의 상업, 업무 구역 테헤란로를 따라,
느릿느릿 앞차 꽁무니만 보며 차를 몹니다. 길 옆 가로수도 그렇고, 건물 앞의
조경수도 그렇고 조그만 알전구를 잔뜩 걸치고, 메고 돌려 놓인 나무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아무리 작은 알전구지만 그곳에서 나오는 열도 솔찮이 높을건데...
매년 이맘때면 성탄 장식 알전구로 시달림을 받아야 하는 나무들이 너무 불쌍합니다.

괜스레이 사람을 주눅들게 만드는 번질거리는 호텔 접수대 대리석 바닥을 지나
예약된 식당으로 갑니다. 사업상 많이 드나들었던 분위기이지만 오늘은 우리 집
개인 외식이고, 또 경애하는 아내를 동반한 만큼 약간은 긴장도 되고, 또 격식을
갖춰야 하는 이곳 분위기가 한편으로는 마음에 듭니다. 사업 상담 차 온 것 같은
적당한 긴장감도 없진 않구요.

한 두푼 짜리 식사도 아니고, 너무 비싸지만 어찌 어찌하여 이곳에 오게된
상황인 이상, 나는 최대한 멋도 부리고 약간은 과장된 거드름도 피워 봅니다.
이 모든 것을 즐길 권리가 있지요, 있고 말고요. 내 돈이 나가는데....

식당 입구 안내 책상 앞에서 나는 허리를 최대한 곧게 펴고, 예약 접수대 상대방을
똑바로 보면서 손에 걸친 외투를 받아 걸어주는 웨이터를 찾는 시늉도 해 보입니다.
발음도 표준 서울말로, 받침이 있는 단어는 또박또박, 연음으로 발음하지 않고
정당한 손님, 위엄 있는 손님의 모습을 유감없이 나타내 보입니다.

나는 누구이고, 예약된 번호는 몇 번이며, 나의 예약을 재차 확인했을 때 그 확인을
받아줬던 귀 호텔 식당의 예약 접수 담당자의 성함은 여기...
지금 식사하실 손님은 여기 옆에 서 계신 아름다운 부인 한 분, 그리고 그 옆에 서
계신 젊은 청년, 나의 아들 이렇게 도합 세 분 입니다 . 안내를 해 주시면 따라
들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을 끝내고 고개를 위에서 아래로 짧게 내렸다가 올리면서 구두 뒷꿈치도
따라서 약간 들었다가 내리고.... 아주 멋들어지게 격식을 갖춘 예의바른, 세련된,
전혀 나무랄 데 없는 신사의 행동입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아내는 약간은 우스워 혼자서 빙그레 미소를 짓고,
아빠가 하고 있는 약간의 과장에 아들은 호기심 반 창피함 반으로 식당 안쪽을
바라보며 얼른 좌정의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모든 식탁의 배열이 그려져 있는 예약 노트에서 나의 이름과 예약 번호가 확인되고
우리 세 식구는 창가 쪽 식탁으로 안내되어 갑니다. 아내가 앉을 자리 앞에 서서 나는
의자를 가만히 들어 빼어주고 아내가 식탁 앞에 섰다가 왼손으로 스커트를 쓸며
앉는 자세를 취하자 나는 의자를 가만히 밀어 넣어 주고 , 아들놈에게 그 자리가
마음에 드느냐고 정중히 묻고, 여기 모인 모두가 현재의 자리에 모두 만족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고 나도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렇게 근사한 식당에서 우리 식구의 외식은 아주 오랜만입니다.
우선 아들놈이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자정 넘어 귀가가 하루 세끼 밥 먹기 보다
더 많으니, 도통 세 식구가 모일 수 가 없었습니다. 좋다. 오늘 이 시간을 즐기자.
돈이 얼만데 !!

다림질 자국이 선명한 하얀 식탁보, 위생 검열이 턱 수건까지 매일 이루어지는 양,
내 무릎 위에 올려서 펴놓은, 원래의 진한 녹색 턱 수건은 너무 자주 빨아 녹색이
거의 다 빠져나간 듯 하지만 그래도 만족입니다. 그 청결함이 좋습니다.

년말 이라 그런지 식당 안의 손님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가면 있겠지 ! 하고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 온 손님들은 문 입구에서 서성이는 모습도
보입니다. 알 수 가 없습니다. 이렇게 비싼 식당, 이렇게 격식을 갖춘 식당에 오면서
예약 없이 무작정 오는 사람들은 꽤나 강심장이라 생각합니다. 예약을 해 놓고 사전
연락도 없이 안 나타나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

두 시간 남짓 걸린 우리 집 세 식구의 훌륭한 저녁 식사가 모두 끝났습니다.
식사 내내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못 다했던 이야기도 모두 즐거웠고요
너무 과식한 게 분명한 우리는 연신 배를 쓸며 허리를 뒤로 젖히는 행동을 반복
해 대면서, 그래도 아쉬워 마지막으로 날라 가져온 왕 천도 복숭아 크기 만한 얼음
보숭이, 아이스 크림을 입안에 마저 떠 넣습니다. 이제 정말 굉장한 포만감입니다

일본인은 색깔로 먹고, 불란서인은 혀끝 맛으로 먹고, 힌두인은 손끝의 감촉을 느끼며
손으로 집어먹고 우리 대한 민국 국민은 그럼 ? 양으로 먹는 건가, ??
깔깔대며 무릎 위 턱 수건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우리는 일어섰습니다
우리가 자리를 지킨 거의 마지막 손님 인 듯 합니다

차가 올림픽 도로 위에 성큼 올라서고 정속 주행의 모양새를 갖추자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아내와 아들을 향해 나는 한 마디 하게 됩니다.

참 안타까워 !
저렇게 근사한 식당에서 삼. 사십 분 만에 후닥딱 음식 먹어 치우고
일어서는 우리 나라 사람들.

저렇게 근사한 부폐 식당에서 접시 들고 음식 날라 먹는데 그 사이를 못 참아
서 있는 줄 앞질러 불쑥, 불쑥 끼어 들고, 서로 서로 걸어 가다가 엇갈리면 잠시
한 걸음 멈추고서 먼저 지나가시라는 몸짓으로 들고 있는 접시를 자기 몸 쪽으로
당기면서 싱끗 웃어주면 될 터인데 그런 아량이ㅣ 없는 사람들....

앞에 사람이 잘 집어지지 않는 음식 때문에 조금만 멈짓 거리면 그 팔 사이로 다른 젓가락
들어 자기 음식을 집어 가는 사람, 정말 안타까워 !

어린이를 데리고 와서 식당 안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게 그냥
놔두는 사람들, 너무 많은 음식을 가져와 그냥 수북하게 접시 위에 남기고, 그것 들
바라볼 사이도 없이 또 다시 빈 접시 들고 음식 탁자로 가는 사람들...

음식 떠 담는 큰 대 젓가락을 사용하고 바로 뒤에 서 있는 손님을 위해 집기 좋은
원래의 방향으로 가지런히 놓아주는 친절을 보이지 않고 그냥 던져 버리고 가는 사람들,
큰 훈재 고기를 직접 썰어서 손님의 접시에 담아 주는 요리사에게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이 들고 있는 자기 접시만 바라보며 그곳을 떠나는 사람들.. 참 안타까워 !

계산대에 서서 계산을 치루며 금전 등록기나 신용카드 입력 절차를 밟고 있는 여성
직원에게 그 어느 것이던 간에 한 마디 칭찬이나 즐거운 분위기의 농담없이
극히 사무적인 일만 끝내고 허겁지겁 자리를 뜨는 사람들... 참으로 안타까워....

옛날 보다 많이 나아 졌지만...

서울
고덕 달림이
박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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