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으로 인해 잃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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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현 작성일03-01-21 11:57 조회69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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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아니.. 그 이상 애지중지하며 키워왔던 녀석들이
집안 어느 구석에도 찾아볼 수 없다.
가장자리에서 대접에 물을 담아 털실로 연결하여
수분을 잘 공급받던 이끼낀 수석 위에
굵은 심줄을 붙여놓고 매년 풍성하고 도톰한
혓바닥을 낼름이며 향을 밷어내던 녀석.....
작년 겨울이던가 몹시도 춥던 날!
밤새! 수운주 눈금을 밑으로 끝까지 당겨놓터니만
하루밤새에 녀석들이 모두 녹아버렸다.
망연자실! 마라톤만 사랑했던 탓으로 돌려보나...
이미 때늦은 후회.....
그렇게 베란다와 창가를 온통 차지하고 점령하였던
그것들을 모두 잃어 버렸다.
휘고 녹아버린 그것들을 몇일간 베란다에 둔채 보내다
싹이 조금 남아있는 것만 골라 회생을 기대하며 정리하고
잔해들을 모두 모아 공터로가 태워버렸다.
달낭 몇개 남은 그것들을 거실에다 둔다.
그러나, 그마저 마라톤 사랑 시세움에 지쳐버렸는지
시름시름 한잎 두잎 말라비틀어지고 검불이 되어버린다.
이후, 이젠 집안 어디에도 녀석들을 볼 수가 없다.
개화한 자태를 부러워하며 들락 이던
이웃아낙의 슬리퍼 끄는 발자욱 소리도 뜸하여지고
녀석들과 나, 그리고 아내,
3각 구도의 애정싸움도 끝장이 나버렸다.
열두달 내내 글발 잔뜩 먹은 곧은 선비 같은 기개와
부드럽게 휘어진 여인네 잘록한 허리와 같은 자태를...
동천에 뜨는 아침햇살에 향을 실어
나의 시선까지 몽땅 묶어버리려 했던 그것들이 생각난다.
점박이....
홍화...
비취같이 깊은...
옥처럼 뽀얀...
제비꼬리 같이 뽀족한...
홍등에 붉은혀....
황록....
진분홍....
극락조 주둥이.....
촘촘한....
듬성한....
홀로 오똑한...
적보라....
해돋이...
사피....
반호...
삼광...
중반...
대호반....
중투...
복륜....
호접...
그것들이.... 녀석들이....
마라톤으로 인해 잃은 것들이다.
2002. 12. 05
즐거운달리기가되시길............
천/천/히/달/리/는/사/람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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