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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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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우 작성일02-05-09 19:45 조회6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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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검푸의 분당하프마라톤 참가기

1. 뭐야 이거, 오늘도 사대천왕 자리를 놓고 둘이서 대결하는 거야?

3월부터 주말마다 각종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마라톤을 즐기기 시작한 이래로
대회가 시작된 첫회부터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는 대회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탄천검푸클럽의 분당하프마라톤대회 이다.
그래서 나는 이 대회에 연속 참가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걸맞게 동호인들이 정성스럽게 모든 것을 잘 진행해주어 감사하고 싶을 뿐이다.

중앙공원에서 에어로빅으로 가볍게 몸을 푼 후,
출발지인 대로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나를 알아보는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서울마라톤 강동원, 정희순님이 다정스러운 잉꼬부부의 애정을 환한 미소로 자랑 해왔다.
약 1시간 전에 대회장인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서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지만
밝은 인상 때문에 다시 뵈어도 정겹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이번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달리실 것인지 묻자
시작부터 동반주(同伴走) 하는 것을 포기하고, 강동원 형님이 먼저 골인한 후,
다시 주로(走路)로 마중 나가, 서로 만난 후부터 그렇게 하신다고 했다.
부인을 위한 형님의 정성이 참으로 지극스럽게 느껴졌기에
옆에서 소녀처럼 배시시 웃고 있는 정희순님의 모습은
절정의 행복감에 취해 있는 것 같았다.

"오늘, 땅꼬박사님이 여자부에서 일내는 거 아닌가요?"
정희순님이 내게 물어왔다.
"에이, 아닙니다. 5km에서나 어쩌다 입상한 적이 있지, 장거리는 아직 멀었습니다."
그러자 이번 대회에서 누구와 점심내기 승부를 벌이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그렇기로 했던 불의 전차 김재왕님이 발목부상으로 대회 출전을 포기한 바람에
그냥 혼자 뛰기로 했다고 하자,
슬며시 강동원 형님과 나를 번갈아 훑어보시더니
"그러면 이참에 두 분이서 한판 붙어 보시는 게 어때요?"
회심의 미소로 점심내기 승부를 걸어왔다.
순간, 살랑거리는 듯한 저 미소 속에
점심을 거저 뺏어 드시려는 사나운 발톱이 숨어 있는 것 같아
"아,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형님의 상대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극구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풀코스에서 어쩌다 한번 이겨 본 적이 있을 뿐,
번번이 뒤에서 헤매는 주제에 덜컹 달려들었다가 흔들고 피박 쓸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출발선 후미에서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서울마라톤 박선자님이 신랑인 이경렬님을 찾고 있다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지난 함평대회 풀코스에서 박선자님이 여성부 입상을 했다고 내가 알려주자
"와! 대단하십니다. 축하합니다."하며 강동원 형님이 인사말을 건넸다.
"아녀요, 그날 여성 러너가 10명밖에 안 되어 어부지리로 얻은 거여요."
박선자님이 애교 있는 말솜씨로 겸손을 떨어왔다.
그러자 형님이 정희순님을 빙긋이 내려보면서
"그럼, 당신이 작년에 그 대회에서 입상한 것하고 똑같네. 그려!"
뽀르뚱해진 정희순님이 곧바로
"아니, 시방 이 양반이 뭐라고 한다냐!
몇 명이 달린 것보다, 입상한 것이 중요하지! 안 그래요?"
박선자님에게 동의를 구해왔다.
"맞아요! 마라톤대회에서 상 탄 것이 더 중요하죠."
찰떡같이 둘이서 호흡을 맞추며 대회에서 입상한 자부심을 자랑했다.
"그런 당신이 이날까지 마라톤에서 그런 상이라도 한번 타본 적이 있남요?
참말로, 집에 근사한 액자 속에 있는 그 상장을 어디서 누가 거저 준 줄로 아시나 봐?"

갑자기 할 말이 막혀버린 강동원 형님은 나에게 씁쓰레한 눈빛을 주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이제까지 수많은 마라톤대회에 참가해보았지만 입상과는 아주 멀었다.
또한 내 평생 마라톤대회 입상 한번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그렇기에 형님이 내게 던진 그 눈빛에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이 느껴졌다.

뒤쪽에서 계속 이런 저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데
갑자기 출발라인 쪽에서 카운트다운과 함께 러너들이 힘차게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흐름에 맞춰 천천히 걸어 나가자
길바닥에 출발 시간을 체크하는 붉은 매트가 깔려 있었다.
대로변을 적셔 가는 러너들의 모습은 소규모의 하프대회이여선지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일반 참가자 수를 1000명으로 제한한 것은 지난 대회와 비슷했지만
성남지역 주민들에게 할애된 것이 있었기에 전체 수적인 면에선 조금 더 많은 것 같았다.

네정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돌아 달리자, 뒤쪽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울마라톤 윤현수님이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마라톤 사대천왕 자리를 꿰차고 있었지만,
근래에는 훈련을 하지 못해 사대졸병으로 전락하여
혹독한 고문관 코스를 밟고 있는 중이어서 풀코스 SUB-5가 목표라나 어쩐다나?
곧이어 앞쪽에는 눈에 익은 러너가
허리를 곳곳이 세운 체,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었다.
반달모임에서 자주 뵙게 되는 서울마라톤 김수홍님이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휙 돌아보시더니 빙긋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난 4월 전군마라톤대회에서
그 동안 꿈에도 그리던 보스톤 참가기록을 땄다며 즐거워하시면서
이제 앞으로는 천천히 달리겠다고 하시더니만,
주로에 들어서면 조급해지는 마음을 어떻게 억누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덩달아 빨라진 내 페이스가 어느 덧 탄천으로 접어들자,
바로 앞에 뒷모습이 상당히 눈에 익은 러너가 보였다.
서울마라톤 사대천왕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강홍기님이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속도를 올리지 말고 그의 뒤만 졸졸 따라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의 발놀림을 주시하면서 뒤따르기 시작하자
바로 앞에는 빨간 러닝복을 입은 고재봉님과 제 2대 반달장군이신 이명준님이 보였다.
강홍기님의 바로 뒤에서 그의 속도에 맞춰 달리고 있었기에
손을 들어 인사를 보내면서 그들을 앞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반달장군님이
"뭐야 이거, 오늘도 사대천왕 자리를 놓고 둘이서 대결하는 거야?"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심코 강홍기님의 페이스를 맞춰 달려가고 있는데,
그 소리를 듣자 갑자기 사대천왕 자리를 넘보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초반부터 그를 앞질러 나간다는 것은 무리일 것 같기에
계속 일정거리를 두고 뒤따르다 막판 어느 시점에서 스퍼트를 해 앞지르기로 했다.

뒤돌아보아 나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내가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 같은 강홍기님은
일정속도에 세팅되어 있는 것처럼 달리면서 앞선 러너들을 추월해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초반부터 무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를 따라 뛰는 것은 주로에서 어느 정도 쾌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SUB-3 러너였기에 편하게 따라갈 수 있는 호락호락한 스피드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따라가다 안 될 것 같으면, 사대천왕 자리이고 뭐고 관계없이
내 편한 페이스로 달리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약 4km 지점을 통과하면서
지난해 이 대회에서 초반 오버페이스로 고생했던 것이 스멀스럽게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씩 멀어지는 강홍기님을 보면서 페이스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5km 지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더운 날씨에 욕심만 앞세우고 달려 온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다가왔다.(20:40)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송파세상 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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