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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 대한 판단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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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재봉 작성일02-01-31 08:54 조회4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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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님께서 숙제를 내 주셨습니다.
"자신에 대한 판단기준은 무엇인가?..."
"객관적인 사실이나 증거에 의한 사실적 기준이냐?
혹은 주관적인 경험이나 감정에 의한 개인적 기준이냐?"

그러면서 친절하게 이해하지 못할 힌트도 주셨지요.
"뛰면서 생각해 보거라."

알듯 모를 듯, 고개만 갸우뚱거리다가,
회사업무를 서둘러 끝내고 간만에 헬스장에 갔습니다.

스트레칭을 하는 듯 마는 듯,
런닝머신에 자리가 나자 마자 얼른 올라 탔습니다.
시간을 12km/Hr의 속도로 맟추고 62분을 Setting시켜 놓았습니다.
여유롭게 달리면서 이동윤님의 화두를 생각했습니다.
"나 자신의 진정한 판단기준은 무엇인가?"
"난 무엇으로 내 자신을 판단하는가?"
....

이삼십분쯤 달렸을까요?
윙윙 돌아가는 기계음에 맞춰 발걸음을 자동적으로 옮겨가는
내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내 의지가 아닌 기계의 회전수에 맞춰서...
이런 세상에! 달리기조차 내 의지대로 못하고 기계에 내 몸을
맡기다니!!
참으로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습니다.

순간 세상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퍼득하고 머리를 스쳤습니다.
내 몸인데 내 맘대로 못하는,
내 생각인데 내 맘대로 못하는,
내 정신인데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내 주위의 상황에 나를 맞춰야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 같았습니다.

시계를 보았습니다.
15분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그 마지막 15분간은 기계의 벽을 깨뜨리기 위해서
숨이 목까지 오도록 까지 속도를 높여 갔습니다.
"그래 난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어!"
"난 기계가 아니야! 그 벽을 깨뜨릴 수 있어!!"

속도계는 13...14...15...15.7km/Hr 까지 가리켰습니다.
반대로 시간은 15...10...5,4,3,2,1분이 지나고 Cool Down이
시작되니 내가 이겼습니다.

'드디어 기계의 의지를 꺽었다!"
기분이 좋아 런닝머신을 내려와선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미친 듯 뛰는 날 보고, 트레이너는 흘낏흘낏 날 쳐다봅니다.
속으로 그랬을 겁니다.
"별 미친 넘 다 보겠네" 정말 그런 눈치였습니다.

그렇지만, 난 즐거웠습니다.
기계을 이겼으니...
이동윤님의 질문에 답을 얻었습니다.

그 답은 "난 내 맘대로 날 평가합니다."입니다.
어떤 때는 감정으로...
어떤 때는 이성으로...
어떤 때는 내 자신과의 싸움에 스스로를 걸고...
또 오늘과 같은 때는 의지없는 기계와 싸워 이긴 날 대견스러워
하면서...

그렇게 사는 게 "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이동윤님께서 원하시는 답이 아니겠지만...
적어도 오늘 저의 답변은 이러합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말입니다.

고재봉 올림

p.s. 최근의 게시판의 빈대논쟁과 관련없이
서울마라톤클럽을 사랑합니다. 공연히 마음쓰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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