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친구 부부를 달리기에 초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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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기 작성일00-12-08 04:35 조회89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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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벗이 몇인가 하니 운동화와 런클유니폼이라
전국 방방곡곡 달리기대회 모자쓰고 선그라스
스톱워치 눌렀다 세웠다 이 또한 재미라 더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가죽신발이 좋다하나 발병에는 지름길
비싸고 폼나도 달리기에는 전병(O점)이라
푹신하고 발편키는 운동화 뿐인가 하노라
이색 저색 다따져 이모양 저모양 휘둘러도
런너스의 상징 노랑색 유니폼만 하더냐
보았느뇨 여의도 노랑나비의 군무를
아마도 세계에서 으뜸이라
햇빛이 따가우면 가려주고 추우면 덮어 주거늘
모자야 너는 어찌 땀 냄새를 그다지도 즐기는구나
두피에 빼곡한 너의 곱슬 친구들 너를 믿고 잠이 든다.
졸보기도 아닌 것이 돋보기도 아닌 것이
달릴 때 유용하기는 세속 금붙이에 뒤질세라
하루살이 막아주고 바람을 피해주고
뭉클할 때 흐르는 눈물 가려주고
사시사철 유용하니 그를 좋아 하노라
작은 것이 손목에 매달려 째깍째깍 반짝반짝
천리 길도 마다않고 동무하며
시와 때를 알려주니 내 벗인가 하노라.
새 친구 부부를 맞으며 자네들의 다섯 친구를 함께 소개하는 것은 아마도 많은 시간을 객지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늘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네.
이 역시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 맞네 맞아 고산 윤선도 선생이 해남에 은거하실 때 지은 "五友歌"를 또 한번 표절한 것이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나와는 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어. 고산선생은 자연 속의 변하지 않는 존재인 물, 돌, 솔, 대, 달을 벗으로 받아들였지만 나야 그럴 수 있나. 어쩌면 고산 선생은 이별이라는 것이 싫어서 그들을 택했는 것 같네. 또 한편으로는 엄청 실속파라는 생각이 안드나?
나는 어떤가? 자네 부부를 비롯해서 여러 친구들 때가 되면 은퇴시켜야 하고 또 거창하지는 않아도 조촐한 은퇴식이라도 해주어야 되지 않는가. 또 다시 새친구를 초빙해야 하고. 말이 좋아 조촐한 것이지 자네들 초빙하는 비용도 요새는 만만치 않아 솔직히. 운동화 끈만 졸라매면 되는 줄 알고 덤볐다 혀빠진 사람 몇있네 그려 허 참...
그러나 어쩌겠나. 이제 어차피 한 식구가 됐으니 우애를 다지는 의미에서 몇가지 부탁의 말씀을 드리네.
제발 자네 부부는 절대로 부부싸움을 해서는 안되네. 자네들이 부부 싸움을 할 때 치고 박으면 나는 딴지가 걸려 아스팔트 위에 나뒹구는 신세가 되고 말아. 자네들 싸움에 내 무릅과 팔굽이 터지는 꼴 꼭 보아야 하는가? 제발 부탁이야.
또 하나는 내 발냄새가 싫다고 여기 저기 물집좀 만들어 주지 말았으면 해 아울러 발톱 좀 뽑지 말고. 한해에도 몇 번씩 시커멓게 멍들어 빠져 나가는 발톱을 보면 미안해 죽겠어. 아프다면 엄살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첫째 보기가 미안해서 그러네.
마지막으로 이 것은 내가 특별히 무릅꿇고 빌면서 당부하는 말이니 귀담아 들어 주시게. 아니면 나 역시 가위들고 사생결단이라도 벌일 참이니... 절대 겁주는 것은 아닐세.
무어냐 남들이 해외여행 간다고 덩달아 보내달라고 때 쓰지 말라는 것이야. 벤치마킹 좋다 이거야. 그러나 덩달이는 되지 말자는 것이지. 한번 생각해 보자구. IMF 외환위기로 정붙여 다니던 직장을 잃고 식구들 보기 안스러워 울분을 달래려 달리기 하는 우리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또 나는 자식 둘있는거 대학 보내기도 벅차. 한학기 한 녀석 공납금만 250만원에 합이 500만원이나 들어. 거기에다 책값에 밥값에 교통비에 우리 부부도 허리가 휜다니까. 금년초 아들 녀석 군대갈 때 섭하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네가 효자다" 그랬어.
호루눌루다 뉴욕이다 보스턴이다 후쿠오까다 다 좋다 이거야. 나도 가고 싶어서 배가 아픈 지경이야. 그러나 제발 부탁이지만 자네 부부까지 해외여행 보내달라고 때 쓰지는 말아주었으면 해. 나뿐인가 요즘 세속 주머니 사정을 살펴보시게 몰라서 묻는가. 직장 떠나는 사람, 도산한 사람 등 요즘이 더 하다네. 왼환위기 걱정도 만만치 않아...그러나 조금만 더 기다려봐 내 똥꾸에도 햇빛들날 있겠지. 그때는...
그리고 곁들여 부탁인데 자네 부부 친구들 중에서 혹시 해외여행 가더라도 제발 좀 조용히 다녀오라고 해. 큰 일 난다니까. 지난번 진주달리기 하고 올라올 때 난생 처음 묻지마 관광 흉내낸답시고 노래 몇 마디하고 또 달리기 후에 스트레칭 못해 겸사겸사 해서 차안에서 몸 좀 흔들었지. 또 돈 좀 아낀답시고 소주 몇 병 이온음료에 타서 돌려 마시고 모자라는 듯 해서 간편한 캔맥주 몇 개 돌린 일이 있지. 하지만 풀어지기는 했어...
그래서 얼마나 혼났는데. 우리 런너스클럽은 선배님 말씀이라면 까무러치잖아.
이제까지 한 말은 자네 부부와 나만 알고 있자구. 남들이 알면 궁상맞다고 흉볼거야. 지가 해외여행 못가니까 배아파서 그런다고. 하지만 배아픈 건 사실이니까... 기록도 자격을 못갖추고...
괜한 소리였지만 아무튼 자네 부부를 새식구로 마지하면서 한없이 기쁜 것은 숨길 수가 없네. 우리 다섯 친구 합심협력해서 동계훈련 마치고 내년 꽃피는 춘 3월에는 무엇인가를 한번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자구. 세탁 자주해서 햇빛 잘들고 통풍 잘되는 곳에서 선탠도 자주 시켜줌세.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바이네 새운동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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