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다리를 건너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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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건수 작성일00-11-24 12:33 조회88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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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다리를 건너서-2
문제는 시차였다. 일행들은 나름대로 시차 극복을 위해서 노력을 했겠지만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다. 출국 며칠을 남긴 어느날 오후 선주성님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시험일을 앞둔 수험생마냥 예상 문제를 알아볼 요량으로...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선진 마라톤을 즐기라는 것이다. 그분도 역시 시차와 코스 때문에 제대로 기록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뉴욕은 5시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특히 마천루가 많아서 그 어둠의 깊이가 한국의 그것보다 깊다. 모두가 지쳐있다. 게다가 엑스포 구경으로 파김치가 된 상태이다. 빨리 호텔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센트럴파크에 도착하니 6시30분 모두들 귀찮은지 운동화만 갈아 신고 도로변에 모인다. 뭉친 근육을 푸는 데 좋을 것이란 유회장님의 말씀을 믿고 첫발을 내디뎌본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공원으로 들어가니 모래 마라톤 대회를 참석하기 위해 세계각국에서 모인 선남선녀들이 어둠을 가르고 질주를 한다. 완벽한 몸매에 타이즈를 한 여성의 모습의 여성이 흘리는 땀은 어둠 속에 빛나는 보석과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너무 게으름을 피운 것 같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마라토너만이 가질 수 있는 저들과 같은 멋스러움을 스스로 포기했으니까. 우리는 발을 맞춰 30분 가량 천천히 달렸다. 어느새 피곤함이 사라져 버린다. 달리기는 묘한 마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옛날에는 쓰레기 하치장이었다던 이곳을 아름드리 나무로 채울 수 있는 미국인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서울에도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 남산 순화 도로 일부 3km 코스가 그곳인데 언덕훈련하기에는 제격인 장소이다. 이번에 방한한 독일 외무장관도 남산을 뛰고 훌륭한 코스라 평했다. 나도 이번 대회를 위해서 점심을 거르고 몸무게도 조정할 겸 그곳에서 10km씩 5회 뛰었다. 오버페이스를 한 후 페이스다운을 할 때 효과가 큰 것을 보면 우리 한국 마라토너들에게는 소중한 장소이다. 그러나 코스가 너무나 짧고 남산 꼭대기까지는 2km나 뛰어 올라가야 한다. 나를 포함한 초중급자에게는 힘들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러나 뉴욕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센트럴파크는 적절한 언덕과 둘레가 10km나 된다고 하니 뉴요커들에게는 가장 훌륭한 달리기장소이고, 뉴욕 러너스클럽에서는 이곳을 중심으로 각 급별로 훈련 및 대회가 거의 매주 열린다고 하니 참 부럽다.
몸풀기를 마친 후 우리는 맨하탄 한가운데 있는 우천이란 한식당에서 꿀맛 같은 식사를 했다. 소주한잔 마시고 싶은데 참아야 했다. 끝날 때까지 우리팀의 에너지 보충은 한국식당에서 이루어졌다. 책에 나온 데로 탄수화물 섭취에는 한식이 그만이 아닌가. 우리 여행에서 세심한 음식 배려를 한사람이 바로 여행춘추 정 동창 사장이다. 정사장을 만난 것은 출발하기 1주일 전 내가 참가자 모임을 참가하지 못하자 뉴욕마라톤 관련 서류를 들고 신문사로 찾아왔을 때였다. 6척 장신에 호걸형 모습을 한 그를 본 순간 참 후덕한 인간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사장이 자료 몇 페이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객을 직접 찾아온단 말인가.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부지런하다는 생각은 나의 오류였다. 다른 이가 귀엣말을 해주어서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이번 마라톤 여행을 통해 참가단 수가 너무 적어서 적지 않은 금전적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행이 끝날 때까지도 그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오히려 엑스포장에서 한국 마라톤을 위해서 모 신문사 마라톤 홍보책자를 대회 참석자에게 나눠주며 한국의 마라톤 홍보를 하고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의 풀뿌리 마라톤을 위해 말없이 스스로가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이였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 그 이를 만난 것도 하나의 큰 축복이었다.
시차 때문인지 새벽3시에 잠이 깬다. 룸메이트에 방해를 주고 싶지 않아, 도둑고양이 빠져나가듯 호텔방을 빠져나간다. 갑자기 회의가 엄습한다. "내가 지금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지"하며 어둠을 누비며 호텔주위를 계속 조깅해본다. 흑인 경비원이 이상한지 문밖으로 나와 나의 동태를 살핀다. 내가 약간 맛이 간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영어가 어눌하니 그냥 달릴 수밖에...
D-1, 웨스트강에서 바라다보는 새벽의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루늦게 참석한 삼성의료원 이병달 박사님은 자청하여 뉴욕에 대해서 자상히 설명을 해 주신다. 이 박사님과 같은 병원에 근무하시는 김갑수 박사님도 뉴욕대회에 앞서 춘천마라톤에 이박사님과 같이 참석하셨다고 한다. 최고의 인술을 베풀고 자기 자신을 관리하기 위한 모습이 여느 의사에게서 느낄 수 없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전8시 뉴욕은 거대한 축제의 물결로 휩싸인다. 우리의 숙소는 뉴저지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리무진 버스를 타고 맨하탄 UN본부 앞으로 이동했지만 시내에 숙소를 둔 세계 각국 선수들은 수 백 명씩 떼지어 달리면서 맨하탄의 각 거리를 감상하며 누비고 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어찌보면 가장무도회에 참석한 것 같다. 형형색색의 각국 유니폼도 그러하거니와 각국을 대표하는 의상, 가면, 모자들이 그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우리는 태극기를 앞세우고 UN본부 남쪽 광장에 만국기 대열에 합류한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비록 인원은 적었지만 우리는 모두가 애국자였다. 이국에서의 태극기를 바라다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감동이었다. 공연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UN광장 앞에서 만난 허리훈 UN 총영사님과의 만남도 뜻밖의 해후였다. 외교관이 일반 국민보다 애국심이 큰 것일까? 그의 등에는 대문짝 만한 태극기가 수 놓여있었다. 육순의 나이에도 마라톤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에국심이 와락 묻어나온다.
이제 Fun Run이다. 이는 공식 마라톤 하루 전에 이루어지는 행사로 유엔본부에서 센트럴파크까지 약 6km를 각국 선수들이 우의를 다지며 달리는 행사이다. 그 복잡한 맨하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빨리 달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세계의 중심 뉴욕을 즐기며 환호하고 사진 찍고 웃음을 나누며 그냥 달리는 것이다. 온 세계가 하나가된 느낌이다.
(계속)
문제는 시차였다. 일행들은 나름대로 시차 극복을 위해서 노력을 했겠지만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다. 출국 며칠을 남긴 어느날 오후 선주성님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시험일을 앞둔 수험생마냥 예상 문제를 알아볼 요량으로...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선진 마라톤을 즐기라는 것이다. 그분도 역시 시차와 코스 때문에 제대로 기록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뉴욕은 5시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특히 마천루가 많아서 그 어둠의 깊이가 한국의 그것보다 깊다. 모두가 지쳐있다. 게다가 엑스포 구경으로 파김치가 된 상태이다. 빨리 호텔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센트럴파크에 도착하니 6시30분 모두들 귀찮은지 운동화만 갈아 신고 도로변에 모인다. 뭉친 근육을 푸는 데 좋을 것이란 유회장님의 말씀을 믿고 첫발을 내디뎌본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공원으로 들어가니 모래 마라톤 대회를 참석하기 위해 세계각국에서 모인 선남선녀들이 어둠을 가르고 질주를 한다. 완벽한 몸매에 타이즈를 한 여성의 모습의 여성이 흘리는 땀은 어둠 속에 빛나는 보석과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너무 게으름을 피운 것 같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마라토너만이 가질 수 있는 저들과 같은 멋스러움을 스스로 포기했으니까. 우리는 발을 맞춰 30분 가량 천천히 달렸다. 어느새 피곤함이 사라져 버린다. 달리기는 묘한 마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옛날에는 쓰레기 하치장이었다던 이곳을 아름드리 나무로 채울 수 있는 미국인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서울에도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 남산 순화 도로 일부 3km 코스가 그곳인데 언덕훈련하기에는 제격인 장소이다. 이번에 방한한 독일 외무장관도 남산을 뛰고 훌륭한 코스라 평했다. 나도 이번 대회를 위해서 점심을 거르고 몸무게도 조정할 겸 그곳에서 10km씩 5회 뛰었다. 오버페이스를 한 후 페이스다운을 할 때 효과가 큰 것을 보면 우리 한국 마라토너들에게는 소중한 장소이다. 그러나 코스가 너무나 짧고 남산 꼭대기까지는 2km나 뛰어 올라가야 한다. 나를 포함한 초중급자에게는 힘들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러나 뉴욕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센트럴파크는 적절한 언덕과 둘레가 10km나 된다고 하니 뉴요커들에게는 가장 훌륭한 달리기장소이고, 뉴욕 러너스클럽에서는 이곳을 중심으로 각 급별로 훈련 및 대회가 거의 매주 열린다고 하니 참 부럽다.
몸풀기를 마친 후 우리는 맨하탄 한가운데 있는 우천이란 한식당에서 꿀맛 같은 식사를 했다. 소주한잔 마시고 싶은데 참아야 했다. 끝날 때까지 우리팀의 에너지 보충은 한국식당에서 이루어졌다. 책에 나온 데로 탄수화물 섭취에는 한식이 그만이 아닌가. 우리 여행에서 세심한 음식 배려를 한사람이 바로 여행춘추 정 동창 사장이다. 정사장을 만난 것은 출발하기 1주일 전 내가 참가자 모임을 참가하지 못하자 뉴욕마라톤 관련 서류를 들고 신문사로 찾아왔을 때였다. 6척 장신에 호걸형 모습을 한 그를 본 순간 참 후덕한 인간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사장이 자료 몇 페이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객을 직접 찾아온단 말인가.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부지런하다는 생각은 나의 오류였다. 다른 이가 귀엣말을 해주어서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이번 마라톤 여행을 통해 참가단 수가 너무 적어서 적지 않은 금전적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행이 끝날 때까지도 그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오히려 엑스포장에서 한국 마라톤을 위해서 모 신문사 마라톤 홍보책자를 대회 참석자에게 나눠주며 한국의 마라톤 홍보를 하고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의 풀뿌리 마라톤을 위해 말없이 스스로가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이였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 그 이를 만난 것도 하나의 큰 축복이었다.
시차 때문인지 새벽3시에 잠이 깬다. 룸메이트에 방해를 주고 싶지 않아, 도둑고양이 빠져나가듯 호텔방을 빠져나간다. 갑자기 회의가 엄습한다. "내가 지금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지"하며 어둠을 누비며 호텔주위를 계속 조깅해본다. 흑인 경비원이 이상한지 문밖으로 나와 나의 동태를 살핀다. 내가 약간 맛이 간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영어가 어눌하니 그냥 달릴 수밖에...
D-1, 웨스트강에서 바라다보는 새벽의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루늦게 참석한 삼성의료원 이병달 박사님은 자청하여 뉴욕에 대해서 자상히 설명을 해 주신다. 이 박사님과 같은 병원에 근무하시는 김갑수 박사님도 뉴욕대회에 앞서 춘천마라톤에 이박사님과 같이 참석하셨다고 한다. 최고의 인술을 베풀고 자기 자신을 관리하기 위한 모습이 여느 의사에게서 느낄 수 없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전8시 뉴욕은 거대한 축제의 물결로 휩싸인다. 우리의 숙소는 뉴저지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리무진 버스를 타고 맨하탄 UN본부 앞으로 이동했지만 시내에 숙소를 둔 세계 각국 선수들은 수 백 명씩 떼지어 달리면서 맨하탄의 각 거리를 감상하며 누비고 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어찌보면 가장무도회에 참석한 것 같다. 형형색색의 각국 유니폼도 그러하거니와 각국을 대표하는 의상, 가면, 모자들이 그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우리는 태극기를 앞세우고 UN본부 남쪽 광장에 만국기 대열에 합류한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비록 인원은 적었지만 우리는 모두가 애국자였다. 이국에서의 태극기를 바라다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감동이었다. 공연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UN광장 앞에서 만난 허리훈 UN 총영사님과의 만남도 뜻밖의 해후였다. 외교관이 일반 국민보다 애국심이 큰 것일까? 그의 등에는 대문짝 만한 태극기가 수 놓여있었다. 육순의 나이에도 마라톤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에국심이 와락 묻어나온다.
이제 Fun Run이다. 이는 공식 마라톤 하루 전에 이루어지는 행사로 유엔본부에서 센트럴파크까지 약 6km를 각국 선수들이 우의를 다지며 달리는 행사이다. 그 복잡한 맨하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빨리 달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세계의 중심 뉴욕을 즐기며 환호하고 사진 찍고 웃음을 나누며 그냥 달리는 것이다. 온 세계가 하나가된 느낌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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