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만남의광장

Re: [마라톤과 음악]에 부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송재익 작성일00-11-11 10:52 조회1,001회 댓글0건

본문

송파세상 김 현우님.
눈이 부시도록 밝고 청명한 늦가을 토요일 아침에 아침이슬처럼 영롱한
송파세상님 글 잘 읽었습니다.첫 인상에서 느꼈던 조금은 시골틱(죄송~~)
한 이미지와는 달리 이렇듯 음악에 대해서까지 조예가 깊으신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올라서 뭇사람들을 주눅들게 하고 있는 마라톤에 대한 열정,
마라톤 문학의 지평을 열었다고 까지 평가받고 있는 물흐르듯 써내려가는 수려한
필치의 문장력,동서양을 넘나드는 음악의 깊은 세계에까지 도대체 님의 깊이는
어디까지란 말입니까?
경외스러울 따름입니다.그리고 좀 더 송파세상님과 친해지고 싶습니다.
그러다보면 누가 압니까.털보아저씨 지휘자의 음악회 티켓이라도 한장 얻을수
있을지.
기분 좋은 주말입니다.












김현우 wrote:
> 천상의 목소리란 어떤 것을 두고 하는 말일까?
> 이 세상에서 더 아름다운 것을 찾지 못해, 하늘에서 내려 온 목소리를 말하는 것일까?
>
> 나는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 단지 듣고 즐길 뿐, 그것이 어떤 시대적 배경과 어떤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 즐거우면 그것으로 즐겁고, 슬프면 홀로 눈물로 대신하면서 음악을 들을 뿐이다.
> 누가 음악적 깊이를 가지고 논한다면
>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 왜냐면 음악적 지식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
> 나는 매일 아침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 수영이 개인 운동처럼 보이지만,
> 레슨을 받으며 운동을 하다보면, 같은 레인 사람들끼리 단체운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 매일 함께 수영하는 사람들 중에는
>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어울리게 된다.
>
> 맨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
> 헤엄과 수영이 엄연히 구분된다는 것을 모르고
> 개헤엄을 칠 줄 안다고 우겨서 중급 반부터 시작했다.
> 당연히 중급 반에서 헤매기 시작했다.
> 그렇다고 다시 초급반으로 내려갈 수도 없는 문제여서
> 레슨이 끝난 후, 홀로 많은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 그 결과, 20일 정도 지나자 중급반 선두에 서서 수영할 수 있는 영광을 갖게 되었다.
> 초급반 사람들이 당연히 나를 부러워했다.
> 그 중에 그렛나룻을 덥수룩하게 기른 사람이 있었다.
> 순간! 나는 털보만두집이 떠올라 기회가 된다면
> 그분의 가게에 가서 좋아하는 만두나 실컷 먹어보겠다고 생각했다.
> 그 분 또한 내게 자꾸 평형 영법(泳法)에 대해서 물어오곤 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
> 어느 날, 수영이 끝나고 탈의실에서 옷을 입고 있는데
> 털보아저씨가 웃으면서 내게 다가와서 음악회 공연 티켓 2장을 내밀면서
> 시간이 나면 오라고 했다.
> 무의식중에 받아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 털보만두집에 오는 손님 중, 어느 분이 그것을 그분에게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리고 자기가 자신이 없어서 그 표를 내게 넘기는 것으로 생각했다.
>
> 음악회 날이 되었다.
> 예술의 전당 이였다.
> 청중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 차 있었다.
> 아내와 함께 조심스럽게 자리를 찾아가 앉고 연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들어와 자신의 악기로 음을 조절하고 있었다.
> 연주가 시작되기 전, 악장인 수석 바이올린 리스트가 들어와 멤버들을 조율하고 앉았다.
> 잠시 침묵이 진행되었다.
> 헛기침소리가 들려왔다.
> 공연장의 모든 불이 꺼졌다.
> 모두들 침묵 속에서 긴장한 상태로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 한줄기의 빛이 무대의 왼쪽을 비추기 시작했다.
> 문이 열리고 연미복의 지휘자가 들어 왔다.
> 청중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 순간! 난, 그 자리에서 뻣뻣해질 수밖에 없었다.
> 현실이 믿기지 않아 눈을 감았다 떴다 몇 번을 반복해 보았다.
> 그러나 현실 이였다.
> '아니! 만두집 사장님이 어떻게 지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 털보만두집으로만 생각하고 지냈는데,
> 이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니?
> 그 날, 그 분의 손끝에 따라 연주되는 음악들은 나를 다른 세계로 몰아가고 있었다.
>
> 너무나 소탈해서 너무 가깝게 지냈던 사람 이였다.
> 사회적으로 명성에 걸맞지 않게
> 함께 포장마차에서 소주와 곰장어로 시간을 보낸 적이 많았었다.
> 6월 초순 어느 평일 날
> 계획도 없이 무작정 둘이서 동해바다로 함께 놀러가서
>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 수영하고 놀았다.
> 그리고 소주와 회를 먹으면서 인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그 때도 나는 그 분을 만두집 사장으로만 알고 편하게 이야기했었고,
> 그 분 역시 즐겁게 받아 주었다.
>
> 연주회 이후 난, 그 분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 너무 인간적으로 다가왔기에 두려웠기 때문이다.
> 그러나 나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마음에 이끌려 더 가까워 질 수밖에 없었다.
> 그 이후 우리는 만나면 형제처럼 지내면서
>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나는 주로 듣고 있었고, 그 분은 수많은 쟝르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듣는 것으로 행복했었다.
> 그리고 연주회가 있으면 항상 내게 초대권을 주면서 연주될 곡목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 난, 그 때마다 부지런히 연주회장을 따라 다녔다.
>
> 이번,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초청공연 역시
> 그분의 배려로 A석에 앉아서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 청중들의 반응이 대단했고, 조수미 역시 청중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
> "호프만의 이야기"중에서 [인형의 노래]는 고음의 작은 도약과 험난한 기교를
>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을 보고 속으로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 또한 "캔디디 서곡"중에서 [화려하고 쾌활하게]는
> 귀족출신 처녀가 이웃나라와 싸움에서 가족이 몰살당하고 도피하여
> 미모로 화류계 여왕이 되어 몸을 팔면서도
> 억지로 화려하고 쾌활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 "내가 느끼는 무섭고 무서운 수치심을 얼마나 용감하게 숨기는지 지켜봐."
> 라고 노래하는 대목에서 조수미씨의 표정은 마치 그 주인공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
> 카라얀이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감탄했다는 조수미!
> 신이 내렸기에 신들린 것처럼 노래하면서 청중을 사로잡고 있었다.
> 3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고 그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꿈속만 같았다.
>
> 나는 고전 음악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듣는 것은 항상 좋아하는 편이다.
> 또한 나는 마라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달린 뒤에 오는 맛에 항상 즐거워 할 뿐이다.
>
> 음악과 마라톤!
> 어울릴 것같지 않지만,
> 지극히 추구하는 카타르시스에선 분명히 통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 그렇기에 난 그것에 빠져들 수밖에 없나 보다.
>
> 송파세상 김현우
>
추천 1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c) 2002 Seoulmarathon club All Rights Reserved. info@seoulmarathon.net
상단으로
M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