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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국제마라톤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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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우 작성일00-08-24 09:06 조회1,8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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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달리다 보면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무리 마스터즈라 해도 마라톤 연습하는 주자들과 속도면에서 견줄 수 없다.
앞서 달려가는 런너를 추월할 때,
조금 미안한 감이 있어 먼저 손을 들어 인사를 하면
상대가 금새 손을 펴 앞을 향해 내밀면서 앞서 가라는 싸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서로 편안한 마음으로 런닝을 계속 할 수 있으나,
이따금 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따라 붙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자연스럽게 속도 경쟁을 하게 된다.

월요일(8/21) 새벽 05시30분경
집 앞 학교운동장에서 가볍게 달리려 했으나,
질퍽한 빗물들이 곳곳에 웅덩이를 만들고 있어서 발길을 올림픽공원으로 돌렸다.

올림픽공원에 가서 달리면 달리기 욕심이 앞서 무리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12.6km만 달리고 수영장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마라톤 반중독자가 어찌 환상적인 코스에서 자제할 수 있을까?
조금만 더 뛰고 조금만 하다가 그만 약 19km 정도를 달려, 조각공원을 지나고 있는데
약 50m 전방에 외국인 8명이 일렬로 달려가고 있었다.
괜히 객기가 작동했다. 저들 모두 추월해버리고 집에 가자!

88마당을 지나면서 6명은 쉽게 따돌릴 수 있었다.
1위와 2위 간격은 20m정도 벌어져 있었고 2위와 나는 5m정도 떨어져 있었다.
약간 지친 상태이기에, 억지로 속도를 내기보다 달리는 자세에 신경 쓰면서 앞으로 향했다.
그러자 2위 주자를 몽촌클럽 못미쳐 앞지를 수 있었다.
제법 속도가 있는 1위 주자를 보면서
충분히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뒤를 자꾸 돌아보면서 이미 나를 의식하고 있던 양키는
거리를 약 15m을 유지한 채, 피크닉장을 지나 곰말다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조각공원에 못 미쳐 내가 따라 잡으리라!

약 2m 간격을 유지한 채, 서로 치열한 속도 경쟁이 벌어졌다.
뒤돌아보는 횟수가 점점 빈번했다.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긴 다리를 이용한 주법(走法)이였다.
야외조형관에 이르러 서서히 앞질러 가자, 강한 스퍼트로 다시 나를 추월했다.
그러나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무슨 국제 마라톤에 참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봉주가 되어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진념을 시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힘이 다한 그를 뒤로하고 힘찬 스퍼트로 완벽하게 따돌리자,
다른 코스인 토성길쪽으로 방향을 획 틀어 가버린다.
그러면 그렇지 너희들이 감히 이봉주를 이기겠어!
누가 뭐래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은
우리나라 선수가 차지할 것이니 감히 넘보지 말도록......

항상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달리기를 했는데
오늘은 양키 8명이 나를 알아주었을 것이다.
비록 내가 순간적으로 만든 국제마라톤대회(?)지만
그들을 이기고 집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한없이 가볍기만 했다.

송파세상 김현우

2000/8/22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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