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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똥물에 튀겨진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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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남 작성일02-12-25 23:59 조회7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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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X-mas.
그래서 가족끼리 별 다섯개 짜리 호텔에서
배를 꽝꽝히 채우고 작은 움직임에도 귀찮은 듯
가죽 두른 쇼파에 벌렁 누워 TV를 켠다.
뭘 볼까?
이리 저리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KBS인간극장이란 프로를 본다.
그 프로는 언젠가 나도 김완기선수와 함께 잠깐 나온 경험이 있어
그리 낯설지 않는 프로다.
그 프로는 5부작으로 방영되는데
오늘은 그중 3부, 성탄이란 어린아이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이다.
56세 아버지는 길거리 각설이 공연자, 37세 엄마는 기억상실증 환자,
그러기에 12세 성탄이는 일찍 성인이 되었다.

어느날 모처럼 일이 들어 온 신장 개업집,
각설이 공연을 하는 아빠를 도와
북을 치고 때로는 멋드러진 트로트를 뽑아대고
아무일도 하지 못하는 엄마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만
겨울바람에 촉촉히 눈가를 적시고
그러다 미성년자를 앞세워 앵벌이를 한다고 경찰은 달려오고
개업 집 옆 다른 가게는 시끄럽다며 신고하고
그럼 돌아갔던 경찰은 다시 또 달려오고... 달려오고...

그래도 오늘은 일주일만에 공연한 하루였단다.
그래서 받은 일당은 1십 5만원,
(그나마 매일 있으면 좋으련만..)
아빠는 그중 2만원을 십일조라며 뚝 떼어
때꼽 낀 성경책 갈피에 넣는다.

허기진 하루가 오래된 누각처럼 쓰러지고
푸른 꿈을 어둑어둑 잡아먹던 화장실도 없다는 달동네 먼지의 집.
그중 방 한 칸,
덕지덕지 가난 딱지가 버즘처럼 피어 난
방 틈새로 세 식구의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성탄 트리로 삣가 번쩍하던 별 다섯 개의 호텔 음식들이
똥물에 튀겨져 내 뱃속에서 튀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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