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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마흔 여섯을 어떻게 맞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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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12-23 20:35 조회6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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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침을 먹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것, 꼭 먹어야만 하나?
그래서 간단하게 결정을 내렸다.
그래, 하루 한끼씩만 먹자.
탁상용 달력을 보니, 천행인지 이번 주에는 약속이 없다.
지난 주 까지는 하루걸러 하루씩 있던 약속들이 거짓말 같이 없다.

물론 안다.
중철형님이 전화를 주셨지만 가지 못했던 엊그제도 세 개의 술자리가 있었으며
이번 주에도 예정에 없이도
만나자는 친구들의 전화는 얼마든지 올 수 있으며
전화를 받으면 또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이라는 것을.

하지만, 내 시간의 주체가 나라는 사실을 생각해서
미리 스스로 자신과의 선약을 해두면 될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 이번 주에는 나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
아니, 만나긴 하더라도 먹고 마시지는 말자... 이렇게.

지킬 것은 '술 참기'와 '밥 참기'다.
금주는 금주다.
밥은 하루 한 끼로 한다... 이렇게.


거창하게 경건한 일주일을 보내겠다고는 양심상 차마 말 못한다.
반 우스개로 말하자면 잘 달리기 위해서 체중도 줄이고,
위가 가득차면 머리가 비어지는 현상,
즉 뒤집어서, 배가 고프면 머리가 명료해질 것이다...라는 억지 논리를
한번 시현해보고 싶은 것이다.

또 이렇게 시답잖은 얘기를 공개하는 것은
스스로를 단속하는 의미도 있다고 하겠다.


사실 5년전 마닐라에 살던 시절에 일주일간 금식을 한 적이 있었다.
어디가 불편해서는 아니고, 의례적인 건강검진이 끝나고(장청소를 말끔히 했다)
갑자기 깨끗한 몸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먹지 않은 것은 아니고, 하루에 한 병씩 포도 쥬스만 마셨다.
그 외에는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한 삼일이 지나자 숙변이 나오고(상세설명 생략)
5일이 지나자 대변을 볼 일이 없어졌다.

정신은 맑아졌던가?
특별한 기억은 없다.
8일째가 되던날... 좀 더 견딜 수 있었으나
업무상 만나는 분들과 술을 마시지 않고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다.

다시 음식에 입을 대기 시작했다.
첫날은 죽으로, 다음날 부터는 평상식으로.
둘쨋날까지는 대변이 나오지 않았다.
삼일째가 되자 대변이 나왔는데, 그야말로 황금빛이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약에도 쓴다는 그 샛노란 변은, 꼭 갓난아이의 그것과 같았다.
그러나 과거의 주지육림에 젖는 생활스타일로 복귀하여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다시 빛은 암갈색으로 변해갔다.

그 때 금식을 끝내고, 내 기분은 매우 상쾌했었다.
의지력을 자평도 해보고,
건강도 많이 좋아졌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던,
그런 기억을 연상하면서 일주일만 참아보고 싶다.
다만, 오늘 날의 서울 생활이 너무나 살벌한 것임을 감안하여
아침만은 먹어야겠다.
열심히 일해야 하니까.

하지만 난 소망한다.
이런 노력이 기특해서라도
혼탁한 내 머리속이 조금이라도 맑아지기를...
어지러운 내 정신이 조금이라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무엇보다도,
진지한 모습으로 내 소중한 사십대의 또 한 해를 맞을 수 있기를...

(200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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