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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별장에서의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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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진 작성일02-12-30 18:58 조회5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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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별장에서의 달리기,


여기는 영국 중 북부, 어느 작으맣고 외진 마을.

서울에서 토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12 시간을 날아와
다시 런던 패딩턴 기차 정거장에서 3 시간 기차 여행 후
기진 맥진 겨우 도착하여 늦은 밤 호텔 앞에서 짐을 내린다

작으마한 전원 시골 마을이라 마땅한 호텔이 없어
나의 영국 측 거래 파트너는 이곳 별장 식 호텔에 방을 예약 해 주었다

말이 호텔이지, 이 건물은 정 사각형으로 된 단일 건물인데
객실용 방은 언뜻 보아도 4 개가 채 안 되는
다시 말하면, 옛날 지방의 어느 귀족 별장인데
돈이 궁한 그 후손이 방 네 개를 살짝 개조해
이지방에 머무는 과객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 그런 형태의 호텔이다.

이런 곳은 유럽을 여행하며 가끔씩 마주치는 작은 기쁨이라 할 수 있는데,
대개의 주인들은 상당히 유식해서 동.서양 화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뿐만 아니라,
조금 길게 이야기 해 보면 나름의 인생 철학도 진지해서 배울 점도 많은 경우가 있다.
강한 지방 사투리도 덤으로 얻어듣고.....

건물은 작지만, 밀고 들어서는 목재 현관문의 육중함이 이 별장의 무게를
느끼게 해 준다. 출입구는 이 문 하나인 모양이다

얼른 보아도 장시간의 항공 여행에 지칠 데로 지쳐 보이는 이 낯모를 동양의
여행객에게 후덕하니 늙은 호텔 주인은 과분할 정도의 친절을 보이며
수다를 떨어댄다.

심심하고 시간이 있으면 같이 맞대응을 하며 영국 도착 첫날을 보내고도 싶겠으나
우선 나는 너무 많이 피곤한 상태라, 어서 방 열쇠를 받고 올라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가 바로 잠 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다

호텔 투숙객이 알아야 할 몇 가지 사항이라면서
나를 붙잡고 사설을 늘어놓는 그 늙은 호텔 주인에게
나는 " 예, 다 압니다. 이런 식 호텔은 처음이 아니니 걱정 마세요 ! "
라고 손으로 그 노인을 밀치며 낑낑대고 짐 가방을 들고 이층 계단을 올라가서
내 방에 들어가자 마자 짐을 풀고 그냥 고꾸라졌다.

지독한 피로감이었다.

그저 어서 눈 좀 붙였다가 내일 아침에 이곳 호텔과 마을을 이어주는 그림 같은 길을
뛸 생각만으로 얼른 잠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픈 마음뿐이었다.
아까 이곳에 도착하기 전, 오면서 눈여겨본, 마을에서 이곳 별장으로 오는
그림 같은 길을 뛰어 볼 수 있다는 가슴 설레임을 안고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눈은 그냥 저절로 붙어버렸다

이튿날 새벽 세 시경,
잠은 버얼써 깨어 아까부터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한국 시간으로 한낮 12 시니 잠이 더 올 리가 없다.
안타까운 순간이다. 잠을 더 자둬야 하는데, 정신은 말짱,
한 두 번 겪는 일이 아니건만 방법이 없다.
불을 켜고 책을 보다가 새벽이 되면 달리기를 나가는 수밖에는....

커튼 사이로 아침을 준비하는 빛이 책받침 두께만큼 보이기 시작한다
달리기 복장을 하고 나갈 준비하는 나의 입에서 휘파람 소리가 절로 난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고 쏟은 노력이 너무 아까워서라도 서둘러 바깥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간편 복장으로 금방 바꿔 입고 삐걱거리는 목재 계단을
내려와 육중한 현관문을 밀치고 바깥으로 나오자 아주 상큼한 새벽 공기가
기다렸다는 듯 내 콧속을 파고든다. 무겁고 육중한 목재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등뒤로 하고 나는 파아란 잔디 가운데로 조그맣게 나 있는 소로를 따라
저 아래 마을을 향해 아침 달리기를 시작했다.

오, 이 상쾌한 공기 !
골프장 그린 같은 잔디, 그 위에 띄엄띄엄 심어져 있는 아주 오래된 고목들.
적당한 우유 빛 아침 안개는 이 좋은 풍경을 아까워하는 듯
내가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만 열어주고 있었다

한참을 뛰니 조그만 마을이 나오고, 마을 입구에는 그 마을을 수호하기 위해
용감히 싸우다 전사한 전쟁 영웅들 이름이 새겨진 기념탑도 있다
누군가가 갖다 바친, 아직도 싱싱한 꽃 한 다발이 새벽 이슬에 너무 애처럽다.

이제 돌아가자. 옷은 벌써 땀으로 젖어 있어서 잠깐 머문 사이 벌써 한기가
내 몸을 에워싼다. 서둘러서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
이곳 영국의 파트너는 나를 아침 8 시 45 분에 데리러 오기로 돼 있으니
얼른 가서 씻고 정장으로 갈아입고 상담을 준비해야 한다.

그림 같은 주위 경관을 다시 흡족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더 음미하며
호텔 쪽으로 달렸다. 어제 비행기에서 장시간 시달린 근육이 다 풀리는 듯,
내 몸은 아침 달리기로 다시 최상의 상태를 회복하였다. 아, 이렇게 좋을 수가 !!!

호텔 현관 앞에 다시 왔다.
벨을 찾으니 벨은 없고 청송 소싸움 나가는 황소의 코뚜레 만한 동그란 쇠 문고리만
달랑 보인다. 그렇지 ! 이걸 문짝에다 대고 탕 ! 탕 두드리면 되겠다 !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할 수 없이 문고리를 문에 대고 몇 번 흔들었다
처음에는 살짝 두드리다가 기척이 없자, 조금의 간격을 두고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아까보다 더 세게 두드리었다.

기척도, 대답도, 아무 것도 없다.
이 호텔은 골프장 한 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사방 반 마일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다.
몸에 난 땀이 식어감에 따라 나의 걱정이, 조바심이 슬슬 공포로 바뀌어 갔다.
어찌된 노릇일까 ? 내가 어제 저녁 귀신에 홀린 것일까.
분명히 노인 한 분이 나의 투숙을 받아 주었는데 ???
잠을 자고 달리기 옷으로 이렇게 바꿔 입고 나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

아주, 아주 두꺼운 성벽에 나있는 현관문인양, 내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목재 출입문은
요지부동이다. 건물을 따라 뒤쪽으로 돌아 가 보았다. 어제 밤에 들어 올 때는
몰랐는데, 이 건물 전체는 완전 정사각형으로 바깥에서의 침입은 결코 꿈도 뀌지
못할 요새 같은 곳이다. 건물을 돌아가면서 창문 모두를 두드려 보았다.
전혀 기척이 없고 또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이제 동양의 작은 나라 코리아에서 온 이 가련한 달림이의 입에서는 딱! 딱 !
따그닥 딱 위아래 이빨 부딪히는 소리로 공포스러운 추위에 사정없이 휘 감긴다
아이고, 이 지독한 추위, 저절로 목이 들어가고 두 다리가 오그라진다.
두 다리도 달, 달 ,달 떨리기 시작한다
나는 이제 이성을 잃고 현관문을 다시 두드리고, 발로 차며 주인을 소리, 소리
불러 댔다. 아무 기척이 없다. 아니 이럴 수가 ??? 투숙객이 바깥에서 얼어
죽는다고 난린데 침대에서 자빠져 자고 있다니 ???

발 밑에서 작은 돌멩이를 집어들었다. 유리가 깨지지 않을 정도의 작은 돌멩이다.
그 주인의 방이라고 짐작되는 방의 창문을 향해 힘껏 던졌다 .
기척이 없다.
이번에는 한 움큼의 작은 돌을 집어 소나기처럼 유리 창문 전체를 향해 돌아가며
뿌려댔다. 따다다다다닥 !!! 따발총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귀를 기울였다.
역시 반응이 없다.
내 몸은 이제 완전히 얼어 감각이 없어져 가고 정신 마저 혼미해져 갔다.

" Oh, Bloody cold !! Am freezing !! Help !! Anybody in there ???
Oh, please !! "

이제 절망적인 절규가 언 내 입 속에서 터져 나왔다
사방은 고고하고, 내 절규를 들어줄이 아무도 없고,
나는 더해 가는 추위로 ,공포감으로 이미 반 죽어 갔다

........ 더 계속 됩니다

서울
고덕 달림이
박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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