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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통과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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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창수 작성일03-01-08 16:54 조회7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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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도시.

며칠 전 과천에 있는 청계산을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참 아담하고 정감이 가는 산이었습니다. 일부러 찾을 것도 없이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오자마자 시작되는 산행은 많은 부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지하철 역을 나오자마자 아파트 단지가 시작되고, 그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오자마자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과천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제2정부청사가 있고, 대공원 동물원 경마장 등 서울의 비좁은 편의시설들을 대거 옮겨다 놓은 곳이 과천이었습니다. 무질서한 경제개발과 난개발만 일삼아 오던 정부가 모처럼 정신차리고 사람 살만한 곳으로 만든 계획도시이기도 합니다. 옆에서 내내 과천 자랑하시는 형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과천은 자연과 인간이 잘 어우러지는 하나의 멋진 작품이라고까지 생각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산을 내려오면서 형님께서 하신 말씀은 너무도 뜻밖이었습니다. ‘옛날에나 좋았지 지금은 아니야, 산본 평촌 등지에 신도시가 생기면서 과천은 그냥 통과도시가 되어버리고 말았어, 그 때문에 이곳을 스쳐 지나가는 교통량이 많아지면서 사고도 많아졌고 또 공기도 많이 나빠지고 말았지.’ 산을 오를 때 그렇게 과천 자랑하시더니만 정작 산을 내려 올 때에는 과천이 처한 속앓이를 말씀하는 거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예는 분당에도 있습니다. 100만 신도시 건설계획으로 만들어진 분당 신도시. 정말 대단하지요. 저 같은 서울 변두리 촌놈은 분당에 가보고 깜짝 놀라 입을 쫙~ 벌리고 말았습니다. 여기가 대~한민국 맞어? 하면서 말입니다.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 각국에서 신도시의 모델로 한 수 배우고자 하던 곳 아닙니까.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입니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그 곳도 새로운 속앓이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분당 후방의 수지 용인지구에서 벌어진 대단위 난개발로 아파트들이 마구 들어서면서 많은 차량들이 분당을 거쳐 서울로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쾌적한 신도시 계획으로 만들어진 도로는 분당 시민보다는 그냥 스쳐 지나갈 외지의 차량에 점령당했고 과천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고와 매연 오염에 시달리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화가 난 분당시민들은 급기야 도로에 팔자로 누우면서 도로봉쇄라는 극약처방을 하기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통과도시.
얼마 전 고덕의 달림이들 모두 모여 모처럼 한자리를 했습니다. 한 동네에 사는 달림이들이 모두 모였으니 오가는 이야기가 뻔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동네 자랑 서로 주고받으면서 실컷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끼리 즐거워 했지요. 또 동네 자랑해서 죄송합니다만 서울의 그 어느 지역보다 우리 동네는 쾌적합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다름아닌 배후도시가 없다는 것입니다. 고덕동을 거쳐 지나가는 도시가 없다는 것입니다. 강밖에 없습니다. 이러니 자연스럽게 고덕동은 종점도시가 되고만 것입니다. 버스종점도 지하철5호선 차고지도 모두 고덕동에 있습니다. 술마시고 퍼지고 마냥 자도 그냥 집으로 옵니다. 더 데리고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 좋은 곳이지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고덕동은 분명 천혜의 한강 그 강가에 위치한 동네입니다. 그렇지만 그 한강에 쉽게 나갈 수는 없습니다. 바로 ‘88도로’ 때문입니다. 동네 전체를 휘감아 지나가는 88도로에 막힌 관계로 한강에 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는 음식물찌꺼지처리장 옆에 나있는 조그만 토기굴 하나 뿐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덕동 또한 과천이나 분당과 마찬가지로 그저 스쳐 지나가는 통과도시에 지나지 않습니다.

88올림픽도로.
88올림픽도로는 저기 김포공항부터 고덕동에 이르는 한강 남단에 나있는 도로입니다. 5공 당시 올림픽개최를 앞두고 대대적인 한강개발사업으로 만들어진 도로입니다. 그 전까지는 한강의 접한 많은 인근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쉽게 한강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대동맥이라는 이 도로가 생기면서 한강에 접한 많은 지역들은 한강과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기껏해야 행정구마다 한 두개 정도 나있는 토끼굴 정도가 고작입니다.

노량대교서부터 암사동에 이르기까지 88도로 바로 옆으로는 수 많은 아파트가 성벽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유심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구간의 거의 모든 구간에는 소음방어벽이 설치되어있습니다. 이곳의 주민들은 한강을 접할 수 없다는 불이익은 고사하고 도로를 통과하는 많은 차량들이 뿜어내는 소음과 매연으로 시달리고 있기까지 합니다. 다시 말해서 과천 분당만이 아니라 한강 전역에 접한 대부분의 지역이 바로 통과도시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차량들로부터 함부로 내뿜어지는 소음과 매연은 고스란히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 맡고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지방의 고속화된 국도를 지나면서 중앙에 설치된 분리대를 힘겹게 넘어가는 할머니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길 건너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어린 여중생들이 학교에 가다가 미군 탱크에 깔려 죽었습니다. 충청도에 어느 마을은 주민의 60퍼센트가 마을 앞에 나있는 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경운기를 깔아 뭉개고 조용히 달리는 그 지역의 마라토너를 덮쳐 죽이고 합니다. 그저 그곳을 스쳐 지나가는 차량들로부터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너무도 많은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모름지기 길이란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것이어야 마땅합니다. 허나 보십시요. 어디 그렇습니까. 그 정반대입니다. 주민들은 집앞의 길로 인하여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과천 분당만이 아닙니다. 여기고 저기가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몽땅 통과도시인 셈입니다. 그리고 너 나가 따로 없습니다. 모두가 가해자고 또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 모두가 미쳤습니다. 서로 피해를 주고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빼앗긴 길 혹은 빼앗은 길을 원래의 주인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또 그럴 때가 되었습니다. 정책부터 똑바로 세워야 합니다. 서로 짜웅해서 명분 내걸고 공사를 따내서 한 탕 해먹고 또 뇌물 주고 받으면서 또 공사 따고 배 기름지게 하던 이제까지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이런 관행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나랏돈이 낭비되었고, 또 그 지역의 사는 주민들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고 있습니까. 정신차려야 합니다. 우리들 모두의 책임있습니다. 똑바로 뽑아야 합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들 몫으로 돌아옵니다. 정말이지 눈 똑바로 뜨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해서 저부터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 국민 대선언합니다. ’88올림픽도로 없애야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저의 전년도 계획인 한강자전거도로연결하기가 안되니까 결국 88도로를 통체로 자전거도로로 만들려는 수작이 아니냐구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도로고 88도로는 그냥 없애야 합니다. 단 지하로 들어가라는 것입니다. 소음방어벽 안에 있을것이 아니라 아예 땅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88도로는 그 지역 인근의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민 모두 나와 다방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인라인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농악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말까기도 하고 말타기도 하고 테니스도 치고 땀따먹기도 하고 그래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한 켠에는 값싼 공중 모노레일이나 스키장 리프트 같은 것을 설치하여 지역 주민들이 편리하게 출퇴근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좋습니다. 일년 내내 지지부진한 ‘한강자전거연결하기운동본부’ 간판 내리겠습니다. 대신 ’88올림픽도로없애기운동본부’ 현판을 새해 벽두부터 올리겠습니다. 많은 깐죽 기대 하십시요.



hur. 개 허창수였습니다.



p.s. 중량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많은 분들께 한 마디 하겠습니다.
아침에 나오면서 보니까, 새롭게 잘 만들어진 중량천 자전거도로에 눈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모처럼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모두들 일이 끝나는 대로 호프집으로 새지 마시고 빗자루 들고 나가서 눈 치우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의 소중한 공간을 우리가 아끼고 가꾸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시나 구에 바라지 마시고 우리들 자신들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왜냐, 바로 우리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서 나가서 눈부터 치우시고 나중에 호프 드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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