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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이 시려운 레이스, 즐거운 달리기, 그리고 슬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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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이준 작성일00-11-13 15:52 조회1,1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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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이 시려운 레이스, 즐거운 달리기, 그리고 슬라이딩

차가운 한강변을 힘겹게 달릴때면 언제나 '왜 달릴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편안한 레이스, 내몸에 맞는 경제적인 속도 정도를 가늠한 대회였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힘겨움을 덜 느끼는 대회였다.
대회를 앞두고 항상 시험을 앞두고 공부 안한 학생처럼 연습 안하고 대회에 임박하면 다가오는 스트레스에 왜 마라톤을 하는지, 또 대회에는 좀 손쉬운 하프를 신청할 것을 괜히 풀코스를 신청했다는 후회 때문에 대회전 일주일은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윤경진님이 연습 안하고 대회에 임하면 풀코스를 모독한다고 했다나, 덧붙여 전날 쇼핑한다고 늦게 쏘다니고 하루를 넘기도록 컴앞에 앉아 헤매다녔다면 풀코스 마라톤을 모욕할 수 있을 만큼은 다 한 경우이다.

20분전에 도착하니 벌써 출전선수들이 출발선으로 이동한다고 움직이고 있다. 허겁지겁 물품을 맡기고 출발선에 섰다. 대회에서 첫째줄에 설 수 있는 행운은 일년에 몇번 될까.

출발 징소리와 함께 주자들이 뛰어 나갔다. 출발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앞질러 나가다 보니 63빌딩을 지나지도 않았는데 선두주자들은 모퉁이를 돌아 한강철교까지 내닫고 있다. 언제즈음 스피드에도 욕심을 낼 수 있을까

전날 차가운 날씨때문에 걱정이 되었는데, 63빌딩을 지나면서 빌딩외벽의 반사경으로 인해 생각보다 더 포근하게 느껴져 다행스럽다. 솔바람 이은영님과의 레이스를 시작하니 몇마디 말은 나누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다. 반포대교를 지나자 하프주자인 외국인 여자선수가 옆에 선다. 어디서 왔냐고 묻자, 미국이라고 하고 여러번의 대회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짧은 영어실력이 바닥이 나서 더 이상 묻지를 못했다. 대화를 나눌 상대가 궁했던지 내가 한마디를 하면 줄줄 영어를 하는데 실례를 범할까봐 더 이상 사실 묻기가 겁났다.

9킬로에 가까이 가자 벌써 하프 반환주자 외국인 선수들이 떼지어 오고 있다. 반환주자들의 얼굴은 항상 보아도 밝다.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고 반환지점에 가서 반환주자들과 몇마디 나누고 또 풀코스 반환지점을 향했다. 지금부터 한강은 찬기운만 잔뜩 품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은 불지 않지만 여기저기 쓰레기들이 둥둥 떠 다니며 무표정한 얼굴이다.

성수대교 지점에 이르자, 맨발의 여전사 박선자님이 '따라오려니까 힘들다'며 옆에 선다. 아무래도 스피드에 밀리는 것 같아 먼저 가라고 했더니 날렵한 몸짓으로 앞으로 나아가 버린다. 동호대교에서 15킬로 지점까지 박선자님 덕분에 24분만에 통과해 버렸다고 한다. 15킬로지점부터는 옆에서 함께 뛰던 이은영님도 앞서 보내고 , 이은영님과 자꾸 거리가 멀어지니까 아무리 뛰어도 자꾸만 뒤로 밀려가는 것만 같다.

풀코스 반환지점이 다가오는지 경찰 사이카가 불빛을 번쩍 대며 오른쪽으로 가라는 손짓을 보내온다. 선두주자 2명이 사이카와 사이클부대를 앞세우고 온다. 선두주자에게 너무 많은 인원이 성원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 정말 힘겹게 오는 분들은 처음 풀코스 도전하는 분들일텐데.....
곳곳에 서서 안내하시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어도 중간에 구불어진 길 때문에 어디로 가야할지 혼란을 겪는 분들도 있고 얼마 남았는지 거리 때문에 불안한 분들도 있는데.......

김정숙님의 밝은 얼굴과 조금은 힘겨워 보이는 학생의 얼굴이 대조를 이룬다. 돌아서 나오는 앞선주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드디어 반환점에 도달했다. 함께 대회를 뛰기로 되어있는 정연희님이 이름을 부르며 나오고 있다. 의아스러워 지금 뭐하느냐고 했더니 몸이 좋지 않아 대회를 포기하고 풀코스지점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단다. 채수연님과 포옹을 하고 조금 쉬려고 했더니 화이팅하면서 빨리 가라고 재촉한다.

물을 먹고 얘기하는 동안 3명의 주자들이 앞질러 나갔지만 이런들 어쩌리,
즐거운 달리기를 하기로 했으므로 올림픽대교 가에 억새풀 사이에 사진을 찍는 상상도 하고 자원봉사 나오신 분들과 얘기도 나누고 탄천강변에 있는 오리들이 없다고 찾아보기도 하고 한강의 다리를 헤어보기도 하고 박회장님의 충고대로 fun run을 하기로 마음을 굳히자, 힘겨운게 없었다.

함께 비슷하게 보조를 맞추어 달려오시던 아주머니는 풀코스가 처음인지 급수대가 나타나도 물을 안 먹을때도 있고 먹어도 물컵을 쥐고 마시면서 뛴다. 항상 급수대를 지나면 나를 앞질러가고 급수대를 조금 지나면 내가 앞질러가곤 했는데 탄천을 지나면서 많이 쳐졌는지 발소리도 안들린다.

탄천에서 영동대교, 성수대교를 지나 동호대교까지 달릴때에는 찬기운이 속살가지 파고 든다고 해야겠다. 긴 소매옷도 차가운 바람에는 소용이 없고 외투를 하나 안 껴입은게 얼마나 후회스러웠는지 모른다.
추위를 잊으려고 이것 저것 머리에 떠올려 본다.

서울마라톤대회도 뉴욕마라톤대회처럼 누구나 한번즈음 참가하고 싶은 대회로 만들기 위해서 한강고수부지 주로를 서울시에다가 정비해달라고 메일이나 보내볼까, 작년에 일본인들도 많이 왔는데.....

아무리 딴곳으로 생각을 돌리려하지만 바람이 오랫동안 옷안에 머물러 있어 찬기운은 가시지 않는다. 동호대교가 보이자 안도감이 들었다. 좀 쉬면서 자원봉사자들의 차안에 가서라도 몸을 좀 녹여 달리겠다고 반갑게 뛰어들어갔다. 동호대교가 보일 즈음 바람은 더 불어 자원봉사자들이 너무 추운데 고생하지 말고 차안에서 기다리고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호대교 밑에 자원봉사자들은 추위에 떨며 물컵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허정권님에게 '추운데 차에 좀 들어가서 기다리시지' 했더니 허정권님은 물을 마시는 동안 어깨를 두드려주더니 물컵을 놓기가 무섭게 화이팅, 화이팅하면서 가라고 등을 밀어버린다. 스트레칭도 하고 얘기도 나누고 푹쉬고 갈 참이었는데.....

정말 실망스러워 좀 쉬겠다는 말도 못하고 천천히 달려보지만 한동안 실망스러운 마음은 어쩔수가 없다. 철탑지점에 있는 자원봉사자 하시는 분, 주로 확보를 위해 자동차운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시는 자원봉사자님들, 정말 잊을 수 없다. 아마 어느 대회보다 편안하고 힘이 나는 것은 물컵을 전해주며 완주를 격려하는 따스한 배려때문인 것 같다.

잠수대교 위로 올라가는 앞선 주자가 사라졌다. 알고 보니 주로를 모르고 잠수교 밑으로 갔다가 다시 언덕을 오르고 계셨다. 얼마나 힘이 빠질까, 처음 뛰시는 분이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

이번 대회가 평소 굳건한 인내를 시험하지 않고 편안한 달리기라지만 추위와 싸움은 힘들다. 주로에 걸어가시는 아저씨들이 늦게 혼자 뛴다고 "연습 좀 더 하셔야 겠네요"라고 한다. 아마 남자분들이 뛰면 그런 소리를 안할 텐데, 뒤에 오시는 많은 여성분들도 지나가는 구경꾼들의 말들로 인해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3킬로 지점부터는 왜 이리 킬로수 줄어드는게 더디는지, 63빌딩이 보이자, 결승점에서 누구나 결승점에 들어온 분들을 위해 환호를 보내는 순간을 생각하며 내달렸다.

결승점이 보이고 자원봉사하는 세민정보 이쁜 여고생이 312번 배번호를 본부에 알려주며 함께 뛰어준다. 추워서 힘들다는 생각은 잊어버린 것 같다. 연제환님, 엄우용님 차례로 손바닥을 치면서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결승점에 많은 분들 나와 격려를 해주었고 거기까지는 좋았다. 스피트칩 융단을 밟고 사진을 찍고 융단 끝자락에서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미끄러져 슬라이딩을 해버렸다. 눈길에서 넘어졌을 때 아픈것보다 누가볼까 바 벌떡 일어나는 반동이라도 생기었을텐데, 남들이 다 보는 상황에서 두팔을 벌린 채 슬라이딩을 해버렸으니 숨을 장소도 없고.

이때까지 대회에 가 보아도 결승점에서 넘어진 주자는 없는 것 같다. 급히 간호사분이 다가와서 처치를 해주었는데 일회용 밴드 두장을 팔꿈치에 붙히고 응급조치를 끝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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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날 며칠을 대회 당일을 위해 각자의 직장 업무를 마치고 대회를 준비하고, 대회전날 저녁 그리고 대회당일 추운가운데에서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대회물품을 한강에 설치하고 철수하느라고 수고하셨을 대회관계자님들과 11. 12 전국 여러곳에서 대회가 있음에도 뛰는 즐거움을 기꺼이 포기하고 하루종일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자리를 지켜주시고 격려를 보내주신 자원봉사자님들게 다시 한번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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