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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이젠 마라톤을 그만 둘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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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필두 작성일07-11-21 08:48 조회8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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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 왜 달렸던가?

마라톤은 흔히 "자기성찰의 운동이며 지식중산층에서 주로 하는 운
동"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제가 마라톤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에서 한 <아나키스트의 세상살이>라는 개인카페를 통하여 세상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었으나, 오프라인에서 배너를 달고 달리면서 제가 꿈꾸는 세상을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저는 몸치라 운동에는 워낙 소질이 없고 공을 사용하는 종목이나
다른 사람들과 짝을 이루어하는 호흡을 맞추어 하는 배드민턴이나
테니스는 더더욱 하지 못합니다.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보니 시작한 게 마라톤이었습니다. 남들에 비해 고집이 세고
자의식이 강하다보니 공동체의 조직문화에 잘 길들여지지 못해
클럽이나 여타 마라톤 모임에도 참가하지 않고 독립적,아니 수공업적으 로 연습을 하여 왔습니다. 그동안 풀코스를10번 완주했으며 63km 한번, 이번이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마라톤은 먹고 살만한 사람이 하는 운동이며 아주 이기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걱정이 아주 많았습니다.
" 전복죽을 준다고 하는데 그걸 먹지 않는 전 어떻게 할 것인가? 떡을 준비해 배낭에 넣고 뛸까? 아니면 누구한테 맡길까?"
우선 먹는 문제가 가장 걸렸습니다. 그래서 만남의 광장에 아래와 같이 글을 올렸더니 아주 세심하게 저를 배려해주셨습니다. 아주 작은 부분까지 받아주실 수 있는 서울마라톤클럽의 따듯함에 감사드립니다.

"제12급수대 지점에서 달림이들에게 원기회복을 위해 전복죽을 제공해주시는 데, 전 우유,생선,고기 등을 아예 먹지 않는 완전채식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고기 등을 먹지 않은 지 1년 되지 않았으나 이젠 고기가 든 음식냄새가 싫어지기에 걱정입니다. 혹시 고기나 생선,해산물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위해 떡이나 다른 음식물을 제공해주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아무거나 골고루 먹는 게 최선의 식생법이라고 모두들 이야기하지만 신념의 문제로 그걸 섭취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사회에서는. 번거로운 일이겠지요."

"답글 : 떡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허필두 님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도전하는 울트라마라톤 100km을 무사히 완주하시길
기원하면서 방화대교 반환점에 떡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12급수대에서 전복죽을 제공하시는 문정복 사장님께 떡을 보관해
놓겠습니다. 문사장님 찾아 가셔서 '허필두'라고 말슴하시면 바로
내어 드릴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대회장에서 뵙겠습니다."


대회 전에 먹는 문제가 해결이 되었으나 연습을 제대로 하지도 않았습니다. 걱정이 되어 지난 10월 63km미터 연습주를 신청하였는데 생각보다 아주 편하게 달렸습니다. 1km당 6분대로 달려 '이번에도 최소한 11시간 30분 대에는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만심이 있었습니다.

그 전날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 카페에 아이들과 아내에게 글을 남겼습니다.

"이쯤에서 안녕이라고 이야기하지요.
재수가 없어서 심장이 멎어 들어오지 못하고
병원으로 실려간다해도 별로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허필두가 죽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내의 얼굴표정과
반응이 궁금해집니다.
찬영이와 찬빈이에게 잘 놀아주지도 못해
미안하지요.
찬빈이는 나중에 아빠와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지 말고,
찬영이는 자아가 너무 강하면 다른 사람이 힘드니
유연하게 스펀지 같은 품성으로 다 받아들이기
바란다. "



추운 날씨에 복장을 제대로 갖추어 입지도 않았으면서 초반부터 속도를 냈는데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양재천에서 상당한 거리를 벌렸던 분들이 60km 지점에 가까이 다가올 때 저를 바짝 따라 오고 있었습니다. 65km 반환점에서는 좀 쉬었더니
그 간격이 더 좁혀졌습니다. 그래도 사푼사푼 발걸음을 내디딜 정도로
상태가 좋았으나 갑자기 70km 지점부터는 왼쪽발목이 시큰거려 더 이상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아직도 30km가 남았는데......
그렇다고 관둘 수는 없었습니다.
또 일년을 기다리기가 싫었고,
11월 23일 제3회 카페모임에서도 당당해지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무엇보다 제가 완주를 해야했던 이유는
올 2월 20일부터 완전채식을 실천한 후
고기를 먹지 않고도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비록 달리다 심장이 멎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온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가진 고기나 우유를 통해서만 단백질을 섭취하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를 깨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달리는 의사회 이윤희 님은 마라토너에게 완전채식은 아주 위험하다고 했지만 그게 사실인지 제 몸을 갖고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웬만하면 100km 이상은 달리고 싶지 않습니다.

달리는 내내 한달 이상 냉전 중인 아내를 생각했습니다.
또한 한강변을 달리면서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에 '아이들과 한번도 와보지 않은 이곳엘 왜 저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해 달리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걷다가 뛰다를 반복하며 피니시라인을 향해 절룩거리며 한없이 슬펐습니다.
이제 당분간 아이가 클 때까지 마라톤을 그만 둘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저의 오만과 이기심으로 아내가 지쳐버려 상처 받은 아이엄마를 치유해주고, 한강에서 올림픽 공원에서 마라톤을 완주하는 아빠,남편을 기다릴 수 있는 날을 맞이 하기 위해, 이제 더 이상 피니시라인에서 첫사랑 여자가 절 기다리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마지막으로 그날 추운 날씨에도 자원봉사를 하신 여러 분들과 살인적인 추위로 완주를 그만 두었던 달림이들에게 저의 애정과 관심을 보냅니다." -구라 끝.

2007.11.21. 아침에 뻥쟁이 허필두가 구라를 풉니다.

저와 소통하고자 하시는 분은

http://cafe.daum.net/traumwelt
<한 아나키스트의 세상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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