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만남의광장

서울 울트라 100킬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황태식 작성일07-11-19 21:46 조회683회 댓글0건

본문

이른 새벽 3시 딸따니가 그때까지 안 자고 있다가 깨워준다. 눈 거풀이 하 무거우니
잠이 모자란 탓인가? 그래도 깜빡했단 안 될 거 같아 억지로 용쓰고 일어난다. 4시까지
는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으로 가야는 것이다. 엊저녁 비가 세차게 내리던 일이 떠올라


창밖을 내다보니 비는 그쳐 다행이지만 공기가 차고 축축하단 느낌이다. 반팔 반바지
에 더해 긴 옷을 꼼꼼히 챙겨 넣고 찹쌀떡 사다논 거 두어개 우물거려 본다. 아무래도
종일 달리는 울트라는 체력전이 아니겠나...? 택시를 내리니 공원 주변은 아직 잠이


덜 깬듯 어색하기만 하고 남녀 탈의실 휑하니 비어 썰렁하다. 다만 옆 비닐 천막속
에서 이른 새벽부터 주최측에서 준비한 컵 라면 먹는 이들이 대 여섯씩 식탁에 둘러 서
서 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라면 말고 더운 순부두 국물도 있으니 그거나 한 종지


마셔둔다. 아마추어 마라톤계의 영원한 사부이신 박영석님께서 순부두를 가득 담은
소반을 들고 몸소 써빙하시니 그 모습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마침 작년에도 만났던 어
려 보이는 일본 여자 선수가 있어 아는 체 하니 2005부터 3년 연속 출전이라며 웃는다.


그러고 보니 일본인들이 수십명 출전했단 소리 들은 거 떠올리게 된다.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지만 양국 사이에 어떠한 불협화음이 있더라도 이런 민간 교류는 늘 가뿐히
그를 뛰어 넘고도 남아 보인다. 진정한 외교는 늘 이런 데서 시작되는 것일 게다.


출발시간 다섯시가 가까와도 칼바람이 몰아치는 공간에 차려진 대회본부 앞에는
달림이들이 잘 모이지 않는다. 방한용으로 나눠어 준 비닐 겉옷이 바람에 떠는 소리만
이 더욱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육칠백은 되어 보이건만 날씨에 압도라도 당한 듯 뜀뛰기


스트레칭에도 대회다운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추운 11월에 날짜를 잡은 대회
본부를 원망하는 소리도 들리는 듯 해 실소하게 된다...하하 누가 이리 추워질 줄 알았
겠나...? 깊은 가을과 사나운 초겨울이란 본디 바로 백짓장 차이가 아니던가...?


드디어 카운트 다운...공원 여기 저기 물 고인 데는 다 얼어 붙어 조심조심 발을 내딛
게 된다. 주최측 서울 마라톤 클럽은 워낙 주도 면밀하게 대회를 운영하므로 약간이라
도 궁금해지는 곳이라면 모두 요원을 배치해 어둠속을 달리더라도 믿음이 간다.


성내천을 지나 한강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4킬로 표시판이 있는데 문득 뒷편엔 96킬로
라고 씌여 있어 오늘의 여정을 새삼 각인시킨다. 96킬로를 달려서 되돌아 오면 잔여거
리 4킬로가 되겠구나 그럼 오늘 무사히 완주한 셈이 되는데...하는 속셈인 것이다.


이런 한가한 계산에나 빠져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가르쳐 주기라도 하려는 듯 한강
에서는 공기가 다르다. 귀를 에이는 듯 바람이 차니 온 몸을 웅크리게 될 뿐 아니라 눈
에 이슬이 맺히기라도 한 겐지 시야가 흐릿해 보이기조차 한다. 에쿠 이거 보통 일이


아니로구나...맞바람이 몸을 돌려세우기라도 할듯 거침없으니 발걸음이 더욱 느려 터
진다.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만큼 가는 것이 아니겠나...? 천호대교 조금 지
나 처음으로 반환하고 탄천 양재천에서 반환하고 다시 한강으로 돌아 나와 여의도로 방향


을 잡으니 약간씩 이력이 붙기 시작하는 듯 하다.4시간 20분여에 40킬로를 통과했으
니 그래도 순조로운 레이스를 펼친 셈이 아닌가? 안양천과 한강은 공기가 전혀 다르
다. 바람도 거의 없고 따뜻한 햇볕이 내려 쪼이니 처음으로 땀다운 게 나기 시작한다.


곧 만난 50킬로 팻말도 의미 있다. 이제 반 넘었단 사실은 남은 거리 별 거 아니단
느긋한 마음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안양천 반환점을 돌고 나와 마지막 반환점 65
킬로를 향한다. 7시간 30분 내에 여기에 도달한다면 나머지 35킬로...걷더라도 제한


시간 6시간 30분이내에 주파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심리적인 마지노 선인 것이
다. 세상에 최악의 경우라도 이룰 수 있다는 담보란 이만큼 중요하다. 마지막 반환점에
는 아치가 세워져 또 한단계의 중간 목표 달성이라는 성취감을 안겨준다. 우선 따끈한


전복죽부터 두 그릇 뚝딱하고 옷을 갈아 입을까 망설이다 그냥 양말만 갈아신는다.
오후에는 반팔차림으로 달리려는 게 본디 계획이었지만 아무래도 한강 바람이 두려운
탓이다. 35킬로를 돌아오는 동안 35명을 추월하리란 목표를 정해 본다. 75킬로까지 10명


을 달성하고 중간에 꽹가리 응원 이해영님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눈다. 역시 마라톤
매니아시며 늘 후기로 감동을 나눠 주시는데 마라톤 쉬시는 날엔 꼭 자전거로 현장을
이동해 가시며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니 보통이 넘는 열정이 아니실 수 없다.중간에


다시 박영석님 만나 인삼즙 한잔 얻어 마시고 나니 힘이 난다. 정작 학교 다닐때는
좀체로 쉽잖았던 스승을 마라톤을 통해 만나게 되니 이도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스
포츠를 가까이 하는 것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지 헤아리기 어렵다. 드디어 96킬로...새벽 어스름에 만났던 그 팻말이 아직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약간의 언덕길을 올라 성내천 푹신한 길을 달리니 마치
정리운동이라도 하는 기분이 된다. 3킬로 2킬로 1킬로...드디어 평화의 문 날개가 보이고


그리고...붉은 카펫을 밟아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골인...11시간 22분 49초...11번째
100킬로 완주이지만 올해는 처음이라 감격스럽다.고개 숙여 대형 메달과 어깨를 감싸
주는 대형 타올을 받고도...두리번하는 것은 혹시 가족이 오지 않았나 해서인데...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좀 실망스럽다...12시간쯤 걸릴거라 이야기해 놓은 게
기록이 생각보다 빨라 미처 도착하지 못한 탓이다. 옷 갈아 입고 따뜻한 배춧국밥 한
그릇 게눈 감추듯 하고 바로 온 마눌과 딸따니 만나 뒷 이야기 즐거이 나누며 귀가...
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c) 2002 Seoulmarathon club All Rights Reserved. info@seoulmarathon.net
상단으로
M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