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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 똥골배기 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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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진 작성일04-12-03 16:18 조회8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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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 똥골배기 치기

안녕하십니까.

서울
고덕 달림이
박 복진 입니다.

우리 말 표현에 달력에 똥골뱅이 친다는 말이 있지요.
네, 어떤 날을 잊지 않기 위해 꼭 기억하려 하는 행위입니다
영어에도 Circle the date 라고 하는 그 같은 표현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내년도 2005 년 달력이 내 손에 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아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아들 제대 예정일 등을 표시 해 놓고 나서는
마라톤 일정이 잡힌 마라톤 대회 일을 찾아 똥골뱅이를 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참 신나는 일입니다. 이 순간만은 고질적인 발목 부상의 두려움도 어디로 잠깐
자리를 비켜주는 예절을 발휘해 주는 양, 그저 즐겁습니다.

사무실의 컴퓨터 음악 방송에서는 비이토벤이 흘러나오는, 조금은 한가한 금요일
오후 시간입니다. 참 세상 좋아졌지요. 나는 이 방송국을 즐겨 찾기로 해 놓고
출근해서 마니러를 ( 모니터 ) 켜자마자 이 싸이트를 접속해서 바닥에 깔아놓고,
아침 커피를 들면서 간밤의 전자서신 입전을 챙겨보며 하루 일을 시작하지요.

내일은 근무를 하지 않으니 또 팔당댐까지 한강의 새벽안개 속을
달려 보렵니다. 약 40 여 Km, 4 시간 정도의 뜀질이 되지요.
이 근방에 사시지 않으시지만, 워낙 알려진 그 명성 때문에 이 길을 뛰어 보시고
싶다는 분들 중 아무 분이나 내일 그 시간에 그 곳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그럴 분이 있을지 모르니 아내보고 주먹 밥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나는 마라톤 대회 일정을 확인하다가 3 월 26 일에 나의 눈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그 날에는 똥골뱅이를 하나 더 크게 겹으로 쳐 놓았습니다
....

남녘의 전주에서 50 리 정도 떨어진 곳에 약 60 여 호 되는 전형적인 논농사 마을
하나가 있지요. 마을의 집집마다 널판지로 대문을 단 집들이 많다고 해서
널문리 ( 널판지 문 마을, DMZ 의 판문점이 있는 판문, 널문리 옛날 이름과 같습니다 ),
네, 그곳이 바로 제가 나서 자란 곳입니다.

그 곳 까치 붕알네 집이라고 부르는 집 바로 옆집에서 나는 태어났고,
인공 때 산 속의 빨치산 따발총 소리가 무서워 너른 들녘 이 그곳으로 막 이사 온 부모님은

변변하니 입고 덮을 것이 없어 추위에 울어대던 나를 검정광목 이불 위에 뉘이고
양지 바른 울타리 밑에 갖다 놓으면 따스한 햇살에 잠이 들곤 했다는 까치 붕알네
집.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런 이름이 생겼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두서너 집 걸어서 골목을 꺾어 나오면 털이 많다고 해서 얻은 별명으로 털보 김생원
집이 있었는데 그 집 문칸 방에 세든 나이 젊은 새댁은 엿을 고와 장터에 내다 팔았지요.
어느 여름 날, 그 새댁 굵은 팔뚝에 “ 성공 ” 이라고 문신을 써 넣은 걸 보았는데,
엿이 잘 팔리어 지금쯤 많이 성공해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네 사람 시비 붙은 곳이면 어김없이 엉겨 붙어 메주 알 코주 알 대드는
앙알쇠 김생원 집 바로 옆에 쿵쿵쿵! 전기 방앗간도 있는 곳,

노란 탱자나무 울타리 있는 작두 샘 ( 작두로 물을 퍼 올리는 곳 ) 지나 왼쪽으로
첫 번째 집 누나는 동네 총각 만나러 밤 마실 몇 번 갔다가 그 집 아버지한테 머리
끄뎅이 질질 끌리며 뒷마당에 패대기치듯 나뒹구러져서 어린 나의 마음에 깊은
충격을 주기도 했었지요.

멀리 들판 건너 앞에는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비산비야 조그만 동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 이름이 봉개산, 옛날 도사가 가도 가도 들판이고 쉴 데가 없었는데
갑자기 뒤 꼭지가 이상해서 뒤를 돌아 봉개 ( 보니까 의 전라도 사투리 ) 산이 있어
봉개산 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동산이 있는 곳, 이곳을 나는 봄 소풍, 가을 소풍 국민학교
를 졸업하려면 11 번을 가야만 했지요. 천지 사방 둘러보아도 들판 뿐, 어디 좀
툭 불거진 곳에 가서 도시락 까먹을 데라고는 그 곳 밖에 없었으니까요

내 고향 널문리 가까운 그 곳 온고을, 전주에서 제 1 회 울트라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합니다. 그 날이 3 월 26 일, 나는 잊을세라 방금 받은 2005 년 새 해 달력 그 날자에
커다란 똥골배기를 겹으로 해 놓았습니다.

맨 날, 남의 동네에 가서 대접 받으며 나 잘났다 뛰어 다녔던 국내의 마라톤 여행,
이번에는 내 고장을 찾으시는 달림이들께 어떻게 해 드릴까 라고 지금부터 고민을 좀
해 보아야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고향의 전주 울트라 마라톤 운영위원님들과 함께
생각을 좀 많이 해 보아야겠습니다.

내 고향에서 한 판 벌어지는 온 고을 전주 울트라 마라톤 대회, 크게 겹으로 쳐진
3 월 26 일의 똥골뱅이를 나는 오랫동안 바라보며 달력의 다음 달을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 좋은 주말의 시작, 금요일 오후입니다

서울
고덕 달림이
박 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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