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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웨메! 대단허요! 새벽부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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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현 작성일04-05-13 10:01 조회6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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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落照)때 섬전체가 붉게 물드는데서 유래한 대흑산도(大黑山島)
서쪽 22.5km 지점에 있는 홍도(紅島)는 말과 글로서는 제대로
표현 할수없는 절경(絶境)과 비경(秘境)이었다.
규암과. 사암등으로 구성된 홍도는 단애(斷崖)로 이루어진 해안으로
해식동굴이 절경을 이룬,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이란다.
그러나, 아쉽게도 달리면서 볼 수 있는 경치는 접할 수가 없고
섬 전체를 배를 타고 멀리서 관광을 할 수밖에 없음이 아쉬웠다.

관광선을 타고 2시간30분간을 돌며, 벌어지는 입을 도저히 다물수가
없었고, 잠시라도 한눈을 팔수 없는 바다와 어울어진 기암괴석과
수백년간 바위틈에 뿌리내려 태풍을 이겨낸, 작지만 튼튼하고 굵게
뿌리내린 척박한 자연이 만들어낸 헤아릴 수없이 기이하게 생긴
소나무와 동백나무의 숲들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한폭의 동양화가 아니라 섬 전체를 조각조각내어 본다고 하더라도
완벽한 동양화로, 정말, 동양화를 그리는 화가가 홍도를 보지않고
동양화를 그린다면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비경과 절경을 지니고 있었다.

해상관광중 어업선과 연계되어 바로 회를 떠서 잎새주와 먹는 맛은
상술만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또 다른 식도락의 즐거움이 있었다.
바닷가엔 몽돌들이 천년동안 갈고 닦인 월석무늬를 지낸채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섬 상부에는 원시의 천연 동백림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홍도에서 나서 홍도에서 시집을 가고 자식들 뒷바라지로 일생을
보내고 앞으로 남은 여생도 자식들을 위해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해녀 할머니가 함지박에서 꺼내어 능숙하게 썰어주는 전복과 해삼
을 안주삼아 다시한번 잎새주 한잔을 털어 넣고 천혜의 아름다운
홍도를 뒤로한다.

달리면서 습관처럼 눈이 떠지는 새벽녘!
옆지기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복장을 갖추고
술주정꾼이 주먹으로 쳤는지 여기저기 상처난 여관 문을 닫는다.

최서남단에 위치한 흑산도의 어원은 배를 타고 멀리나가 섬을 바라
보면 섬치고는 나무가 많고, 바닷물이 깊고, 맑아서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모두 검게 보인다고 하여 흑산도(黑山島)라고 한다.
또한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 화산암류는 검은색을 띠고 있므로
'검은 해벽에 유래된 검거미,
숯처럼 검게 탄 데서 숯데미'라고도 한다.
'검게 타 버린 흑산도 아가씨'라고 노래한 것도 이러한 아가씨의
마음을 검은 빛깔의 토지 환경에 연관시킨 것이 아닐까 한다.

대흑산도 예리항의 조그마한 포구에는 정박해 있는 선박들이 한가하게
파도에 몸을 맡긴채 흔들리고 있고, 먼바다에서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커다란 어선에선 수세미처럼 헝크러진 머리들 한 젊은 어부가 어구를
손질하는데,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억센 사내의 행동거지가
쉽게 범접할수 없는 힘을 느끼게 한다.

여인의 허리처럼 잘록한 죽항리와 예리를 이어주는 언덕을 올라서니
영산도가 눈에 보이고 다도해의 청정해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싱그러운 바다내음으로 심호흡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려하니 어둠속에
낯선 나의 그림자를 발견한 동네 견공들이 합창이라도 하듯 컹!컹!
짖어댄다. 오늘도 어제 목포에서 겪은 견공들처럼 견재가 심할 듯
하다. 500m를 채 달리기도 전에 해안의 언덕이 가파르게 다가온다.

섬의 숲에서 뿜어나오는 향기와 새벽의 상큼함이 폐속 깊은 곳까지
정화를 시켜주는 듯하다. 더욱이 언덕으로 인하여 바로 모공이 열리며
몸 전체가 마치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근 듯 땀방울들을 배출한다.

"샘골"과 "가는게"라는 마을을 지나 청촌리 최익현 손생의 유배지를
지나,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언덕을 쉼없이 달리려 하나 보폭은 영 벌
어지지 않는다.
빼곡하고 무성한 숲의 주인임을 알리려는 듯 이름모들 새들이 모습을
숨진채 지져긴다. 갑자기 고도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 다가오며
내 발걸음에도 놀란 듯 으쓱하여지고 머리카락이 쭈삣하여 진다.

가빠진 호흡을 간신히 언덕의 내리막에서 가다듬으려 하나 급경사로
걸음이 빨라져 천달사의 늦은 발걸음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줄여본다.
붉게 박차고 올라오는 일출의 붉은 태양을 가슴에 담고 가쁜 호흡을
토해낸다. 인적이 없다 못해 으스슥하고 한적한 숲속길을 홀로 달리
는 나를 지켜주려는듯 아침바다에 잔잔하게 드리워진 태양의 긴꼬리
가 내뒤를 계속 따라온다.

몇굽이의 경사지를 달려 내려서니 민가가 서너채 옹기종기 모여있다.
담장도 없는 부락을 지키고 있는 토종견들이 예외없이 낮선사내를
견재라도 하듯 서너마리가 컹!컹! 짖어댄다.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죽여가며 슬슬눈치를 보며 달리려니 다행히
가장 사납게 생긴 녀석은 목줄을 메인채 으르렁!!! 거리고
덩치작은 녀석 두놈이 으르렁!!거리며 겁을 주다 되돌아간다.
휴! 뒷꽁지 저려옴을 뒤로하고 작은 언덕을 오르니 달려온 시간이
30분이 지난다.

신유박해에 흑산도로 유배되어 복성재(復性齋)를 지어 섬 소년들을
가르치고 한국최초 자산어보(玆山漁譜)를 집필한 정약전(丁若銓)의
유배지가 있는 "사리"까지 달리기를 하지 못한채 토종견들이 있는
부락으로 되돌아 달린다.

사납게 생긴 토종견의 주인인 부부가 마당에서 어구를 정리하다
낮선 복장의 사내가 새벽에 진땀을 흘리며 달리는 모습을 발견하고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와 억양으로 반겨준다.

"워메! 대단허요! 새벽부텀...."
"안녕하십니까?"
무엇이 그리 바쁜지 손을 간단히 흔들며 지나친다.

사나운 토종견이 주인과의 대화 때문인지 처음 대면보다는 부드럽게
짖는다. 나를 놀랬던 녀석들도 짖음이 부드럽고 움직임이 없다.
조금전 편하게 내리 달렸던 언덕을 헉!헉!대며 오르기를 두 번 반복
하니 어둠이 깔려있던 조그마한 포구 "예리"항(港)이 밝게 나를 맞이
하고 있었다.

아침밥을 먹기위해 들린 식당에는 국을 끓이는 내음이 고약해서 주인
에게 물으니 "홍어내장탕"이라고 하며 한그릇 줄려하나 사양을 하고
된장국을 시켜서 먹고 마을버스를 타고 흑산도관광 필수코스인 상라봉
으로 향한다.
동백나무가 산 전체를 덮고있는 12구비 오름길을 올라 흑산도 전체가
보이는 전망대엔 가수 이미자가 부른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커다
랗게 서 있다.

흑산군도 조그마한 섬들이 나즈막히 깔려있고 검푸른 바다위로 오른
햇살이 은빛으로 넓게 펼쳐지고 부서진다. 좋은 음향은 아니지만
이미자의 애절한 음성을 들으며 노래비에 새겨진 글자를 음미하니
한번도 가보지 못한 육지를 그리는 "흑산도 아가씨" 마음이 된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드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한없이 외로운 달빛을 안고
흘러온 나그넨가 귀향 살인가
애타도록 보고픈 머나먼
그 서울을 그리다가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2004. 05. 06


천달사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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