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닮아가는 사람들, 부부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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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용자 작성일04-03-26 21:33 조회89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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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일이 가까워 올수록 점점 날씨에 민감해진다. 할 수 있을까?
3월에 내린 백년만의 폭설, 혹시라도 얼어 있을지 모를 주로보다는
매서운 바람이 더 걱정스럽다.
주말부부인 우리는 연습조차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각자 연습하다 한 대회에 같이 참여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달리는 것에 대한 중독보다는 게으름과 변명에 더 익숙해진 때문인지
멀리 떨어져 있는 현실은 서로에 대한 채찍질을 반감시킨다.
막연하게나마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지금껏 뛰어봤던 하프코스의
두 배 거리 일뿐이라는 위안과 2,3주 전 일요일, 남편과 30km 동반주 해봤던
경험이 부른 착각인지 모른다.
아침 9시. 많은 참가자들이 여의도로 여의도로 모여든다.
3년째 참가하는 대회이지만 무엇보다 하얀 설경이 더 인상적이다.
걱정했던 대로 칼바람은 불어오지만 모질게 한판 해보자는 오기로
출발선의 행렬에 남편과 함께 선다. 오늘의 완주가 곧 군 입대하게될
아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출발 후 반환지점까지는 순조로웠다. 체감온도 영하 10도와 상관없이
대회진행은 어느 대회보다 더 돋보였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 자원봉사자의
응원과 진행요원의 세심함은 여느 대회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서울마라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은 반환점에서 제공된다.
따뜻한 순두부 국물이 얼어버릴 듯한 심장과 폐부를 녹이는 것 같다.
잠깐 동안은 맛있는 음식에 취해 즐거웠지만 돌아오는 길은 역시
힘겨운 싸움이었다.
찬바람에 노출된 얼굴과 두 겹의 얇은 운동복으로 가려진 몸뚱이는
어찌나 굳어가던지 그제야 한강변 칼바람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한 발씩 내딛을 때마다 입에서는 절로 모질음이 나온다.
아마도 옆에서 편하게 지켜보는 이가 있다면 내 몸에서 살얼음이 부서지는
소리로 착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30킬로를 조금 넘어서자 남편의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몸은 점점 굳어만 가는데 차갑고 맵찬 날씨는 왜 이리도 혹독한지
그 추위만으로도 우리 부부는 충분히 압도당하고 있었다.
"아들에게 영광을!" 출발선에서 서로 다짐하며 외쳤던 구호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우리는 일단 달려야 한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결국 먼저 가라고 등을 떠미는 남편을 뒤에 두고 시린 가슴으로 감각없는
다리를 절어가며 혼자서 계속 달려나간다.
남편은 금방 자신을 수습하여 나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저 앞에서 나를 반기는 동호회 회원들이 보인다.
내 친구. 구로구육상연합회.
모두들 남편은 어디두고 혼자 오느냐며 환호와 장난섞인 질책을 한다.
"그 사람은 문제 없어요." 곧 들어 올거라 외치며 골인 지점으로 향한다.
짧고도 힘겨운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다섯시간을 넘긴 것에 속이 상한다. 최선을 다했기에 더욱 서운했는지 모른다.
그런 아쉬움도 잠시,
다시 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어디만큼 오고 있는걸까?...". 걱정이 밀려온다.
무심한 사람이라고 원망하고 있지는 않은지, 앞질러가는 다른 참가자의 뒷모습과,
매서운 칼바람에 행여 좌절하지 않는지. 새삼 가슴이 져미어온다.
저만큼 구로 유니폼이 보인다. 반가움에 눈물이 난다.
역시, 지금껏 그는 이런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엔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피니시라인을 지나자 서울마라톤클럽회장님께서 직접 골인하는 모든 이에게
목걸이를 걸어주시고 꽃과 담요로 행복과 따스함을 전해준다.
진한 감동이 몰려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월계관을 쓰고 완주상패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포기와 완주는 결코 선하나의 차이만이 아닌 것을 실감한다.
힘에 부친 승부였기에 완주의 기쁨은 더욱더 새롭다
남편이 겸연쩍게 웃으며 말한다. "내년에 또 한번 해볼까?"
당장 대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으나 한가지만은 분명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1년 뒤에 분명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되리란 것을...
끝으로 여러 가지 성원을 아끼지 않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준 구로구육상연합회
회원님께 감사를 전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음식물과 텐트를 준비해준 운영진과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응원 나와준 모든 분들, 그리고 아빠와 엄마의 완주를
열렬히 응원해준 사랑하는 원모와 보람이에게도.
- 3월 7일 밤 11시 30분
3월에 내린 백년만의 폭설, 혹시라도 얼어 있을지 모를 주로보다는
매서운 바람이 더 걱정스럽다.
주말부부인 우리는 연습조차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각자 연습하다 한 대회에 같이 참여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달리는 것에 대한 중독보다는 게으름과 변명에 더 익숙해진 때문인지
멀리 떨어져 있는 현실은 서로에 대한 채찍질을 반감시킨다.
막연하게나마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지금껏 뛰어봤던 하프코스의
두 배 거리 일뿐이라는 위안과 2,3주 전 일요일, 남편과 30km 동반주 해봤던
경험이 부른 착각인지 모른다.
아침 9시. 많은 참가자들이 여의도로 여의도로 모여든다.
3년째 참가하는 대회이지만 무엇보다 하얀 설경이 더 인상적이다.
걱정했던 대로 칼바람은 불어오지만 모질게 한판 해보자는 오기로
출발선의 행렬에 남편과 함께 선다. 오늘의 완주가 곧 군 입대하게될
아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출발 후 반환지점까지는 순조로웠다. 체감온도 영하 10도와 상관없이
대회진행은 어느 대회보다 더 돋보였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 자원봉사자의
응원과 진행요원의 세심함은 여느 대회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서울마라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은 반환점에서 제공된다.
따뜻한 순두부 국물이 얼어버릴 듯한 심장과 폐부를 녹이는 것 같다.
잠깐 동안은 맛있는 음식에 취해 즐거웠지만 돌아오는 길은 역시
힘겨운 싸움이었다.
찬바람에 노출된 얼굴과 두 겹의 얇은 운동복으로 가려진 몸뚱이는
어찌나 굳어가던지 그제야 한강변 칼바람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한 발씩 내딛을 때마다 입에서는 절로 모질음이 나온다.
아마도 옆에서 편하게 지켜보는 이가 있다면 내 몸에서 살얼음이 부서지는
소리로 착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30킬로를 조금 넘어서자 남편의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몸은 점점 굳어만 가는데 차갑고 맵찬 날씨는 왜 이리도 혹독한지
그 추위만으로도 우리 부부는 충분히 압도당하고 있었다.
"아들에게 영광을!" 출발선에서 서로 다짐하며 외쳤던 구호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우리는 일단 달려야 한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결국 먼저 가라고 등을 떠미는 남편을 뒤에 두고 시린 가슴으로 감각없는
다리를 절어가며 혼자서 계속 달려나간다.
남편은 금방 자신을 수습하여 나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저 앞에서 나를 반기는 동호회 회원들이 보인다.
내 친구. 구로구육상연합회.
모두들 남편은 어디두고 혼자 오느냐며 환호와 장난섞인 질책을 한다.
"그 사람은 문제 없어요." 곧 들어 올거라 외치며 골인 지점으로 향한다.
짧고도 힘겨운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다섯시간을 넘긴 것에 속이 상한다. 최선을 다했기에 더욱 서운했는지 모른다.
그런 아쉬움도 잠시,
다시 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어디만큼 오고 있는걸까?...". 걱정이 밀려온다.
무심한 사람이라고 원망하고 있지는 않은지, 앞질러가는 다른 참가자의 뒷모습과,
매서운 칼바람에 행여 좌절하지 않는지. 새삼 가슴이 져미어온다.
저만큼 구로 유니폼이 보인다. 반가움에 눈물이 난다.
역시, 지금껏 그는 이런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엔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피니시라인을 지나자 서울마라톤클럽회장님께서 직접 골인하는 모든 이에게
목걸이를 걸어주시고 꽃과 담요로 행복과 따스함을 전해준다.
진한 감동이 몰려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월계관을 쓰고 완주상패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포기와 완주는 결코 선하나의 차이만이 아닌 것을 실감한다.
힘에 부친 승부였기에 완주의 기쁨은 더욱더 새롭다
남편이 겸연쩍게 웃으며 말한다. "내년에 또 한번 해볼까?"
당장 대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으나 한가지만은 분명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1년 뒤에 분명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되리란 것을...
끝으로 여러 가지 성원을 아끼지 않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준 구로구육상연합회
회원님께 감사를 전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음식물과 텐트를 준비해준 운영진과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응원 나와준 모든 분들, 그리고 아빠와 엄마의 완주를
열렬히 응원해준 사랑하는 원모와 보람이에게도.
- 3월 7일 밤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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