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춘삼월의 마라톤 여행 (참가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영준 작성일04-03-11 10:22 조회388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2004년 춘삼월의 마라톤 여행
(금요일)
2004.3.7. 서울마라톤대회를 이틀 앞둔 금요일 저녁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춘삼월의 눈 폭설이라는 거짓말 같은
사실이 "9시 뉴스"를 채우고 있다.
일요일 아마추어 서울마라톤대회에 대해선 아무런 멘트도 없지만
장모님과 집사람은 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내가 걱정되는지
추운 날 사서고생하지 말고 그냥 식구들과 찜질 방이나 가자고 한다.
내심 그러고 싶지만 나는 이미 혼자가 아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16km를 같이
뛰고 운동이 끝나면 시원하게 맥주한잔씩 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쌓았던 의리의 사나이들과 같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의리의 사나이 8명
만약 4년 전 비만탈출을 위한 달리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전혀 만날 수 없었던 소중한 분들이다.
내가 속한 직업세계와 전혀 다른 곳에서 일을 하는 분들이라
맥주한잔 하다보면 간접적으로 다양한 직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
각자 전혀 다른 인생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취미생활이 마라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직업세계와 다른 끈끈한 우정 !
어쩌면 소꿉친구와 같은 우정과 의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우리들 대부분은 운동을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했지만 지난 겨울 영하의 날씨 속에서 장거리 훈련을 즐겁게
할 정도로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마라톤에 흠뻑 중독된 마라토너들이라 어느 한 분 추운 날씨 때문에 뛰지 못하겠다는 전화가 없다.
그러나 뉴스를 보고있는 나는 한강변의 강추위에 뛸 것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고 따끈한 찜질 방에 가자는 집사람의 말에 귀가 솔깃해져온다.
하지만 그동안 다섯 번의 풀코스를 경험한 두 다리는 천재지변으로
대회가 취소되지 않는 한 달려야 한다고 다짐한다.
(토요일)
당일 날 신을려고 화요일에 세탁해 놓은 마라톤화는
바닦에 땀을 배출하는 숨구멍이 뚫려있어 물이 들어올 것이 걱정되어 집사람에게 이번 기회에 신발을 하나 사도 되냐고 물어보니 좋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 퇴근하자마자 할인점에 가서 1년 전에만 해도 15만원에
팔리던 마라톤화를 9만원에 구입하고 경기장 트랙으로 달려갔다.
쿠션 좋은 트랙위를 가볍게 30분 정도 조깅하고 집으로 뛰어오는데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저녁을 가볍게 먹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가방을 꾸린 후
일찍 잠을 청해 보지만 늘 그렇듯 눈이 감기지 않는다.
이번이 서울마라톤대회에 3번째 참가다.
몸에 별다른 부상도 없으니 최소한 전년도 기록 3시간 12분 04초보다 더 좋게 나와야 한다고 다짐 !
(일요일)
새벽 5시 알람소리에 눈이 번쩍 떠지고 곧바로 짐을 챙겨 공항버스를 타는 코아백화점 앞으로 택시를 달렸다.
출발시간이 가까워지자 함께 신청한 의리의 사나이들이 속속 도착
그동안 많은 훈련을 같이해서 상대방 눈빛만 봐도 컨디션을 알 수 있다. 허리케인 형님 얼굴이 부어 있어 약간 걱정이 된다.
서울로 달려가는 버스 안에는
눈 폭설과 추운 날씨 때문에 모두들 긴장된 분위기지만
주로의 눈이 깨끗하게 치워졌다는 소식과 작년 가을에 같은 장소에서
100km 울트라를 뛰었던 분들이라 모두들 소풍가는 들뜬 분위기
대회장에 도착하니 출발 2시간 전
우리들은 대회장의 흥겨운 분위기에 점점 도취되어 가고
기념품을 나눠주는 곳에서 모자를 받아 오시는 분도 계시고
탈의장에 가서 타이즈 등 겨울철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보온 비닐을 입고 밖으로 나오니 별로 춥지가 않다.
(주로에서)
각자 몸을 가볍게 달리며 몸을 풀고
에어로빅 음악에 맞추어 굳었던 몸도 돌려보고
풀코스 출발 전에 모두들 모여서 기념사진도 찍으며 긴장을 풀고
드디어 각자 지정된 위치로 파이팅을 외치며 분산
오늘은 이상하게 몸이 처음부터 잘 나간다.
'거참 ~~~ 지난 겨울 동계훈련을 많이 해서 그런가 ?'
내심 오늘은 서브3 기록을 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조금 뛰다보니 각자 페이스대로 그룹이 만들어지고
5킬로 지점을 지나며 시간을 보니 18분 30초
오늘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
조금 뛰다보니 15명의 대그룹이 몰려온다.
아마도 오늘 서브3를 목표로 달리는 클럽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분들의 후미에 붙었다.
선두는 아마추어 마라톤클럽에서 유명한
청주마라톤클럽 소속 3분이 그룹을 리드하고 있고
모두들 훈련을 많이 해서 그런지 가볍게 잘들 뛰신다.
이분들만 따라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앞 주자의 등만 바라보며 뛰다보니 10km 통과 (40분 47초)
그러나 초반 5킬로미터를 빠르게 뛰었는지
체력이 점점 떨어져 하프지점에선 그분들을 따라가기가 힘들고
발바닦에서 따끔거리는 이상신호를 느끼며 반환점 통과 (1시간 28분 52초)
아마 그동안 빠른 달리기 훈련이 되지 않았고
어제 새로 산 운동화가 길이 들지 않아서 그런가 ?
이런저런 불안한 생각이 들지만
마라톤은 이런 맛으로 뛰는 것이라 자위하며 욕심을 숨기고
반환점에서는 정성스럽게 차려놓은 탄수화물을 먹고 마시고
다시 힘을 내어 뛰어가려 했지만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내 몸의 체온과 힘을 빠르게 빼앗아 간다.
드디어 25km 지점을 넘어서자 우려했던 이상신호가 두 다리에서 온다. 갑자기 오른발에 쥐가 나기 시작하더니 온 몸에 통증이 시작되며
몸이 뒤틀리려 한다.
그동안 풀코스를 여러번 뛰었는데 처음 겪는 일이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목이 마르지 않아 조금만 마셔 탈수현상이 온 것 같다.
날씨가 춥더라도 땀은 그래도 나는 것이니 물을 마셨어야만 했는데.....
다리 근육이 뭉쳐 통증이 오고 더 이상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휘청거리고 있자니
근처에 있던 자원 봉사자 님이 달려와서 딱딱한 근육에 지압을 해주고 그분의 조언대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잠시 쉬다보니
천만다행으로 뭉쳤던 근육이 풀려온다.
그분께서는 걱정이 되는지 의료지원차량을 불러 준다고 하는데~~~~
극구 사양하고 끝까지 완주하기 다짐 또 다짐 !
다시 힘을 내 보폭을 최대한 줄이고 음료대가 있는 곳에선
바나나, 귤, 영양갱을 먹으며 물을 마시려다보니 살얼음이 얼어서
입안이 시원하다.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여유를 갖고 달렸다면
지금쯤 기분 좋게 뛰었을 수 있을 텐데~~~ 後悔莫及
하지만 어쩌랴 나도 인간인 이상
사회 체력검사장인 마라톤대회에 나오면 자꾸 빠르게 달리고 싶은데....
차가운 강바람에 내 몸과 마음이 식어갈 때 저 앞을 보니
처음 출발 후 5km를 지나면서 입고 있던 방한복을
어느 여자 자원봉사자 님께 맡겼었는데 저 앞에서 천사처럼 내 하얀 옷을 들고 계신다.
옷을 받으며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못 드리고.....
이제 남은 5km만 뛰면 된다는 생각만 하면서 달리고 있는데
저 앞에서 갑자기 미끈하게 잘빠진 주자 한 분이 쥐가 났는지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同病相憐
여러 주자들에 묻혀서 뛰다 지나쳐 뒤돌아보니
계속 몸을 숙이고 고통스러운 모습
잠시 뒤돌아서 그분의 뭉친 다리를 엄지손가락으로 힘껏 눌렀다.
잘 뛰는 분인 것 같은데 오늘 단단히 혼나고 있는 듯 하다.
조금 전에 내가 받았던 지압을 똑같이 해주고 앉았다 일어나라고 말하니 그냥 먼저 뛰라고 하여 표정을 보니 괜찮은 것 같아 다시 출발
먼 옛날 군대 훈련소에서 뺑뺑이 쳤던 기억을 되살려가며
발바닦과 장딴지의 근육통을 잊어보려고 했지만 너무 고통스럽다.
허나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변명도 못하고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고 그냥 끝까지 쓰러질 때까지 뛰어보자고 작심 !
38km 지점 다리 밑을 천천히 조깅보다 느린 속도로 한 발 한 발
마라톤 고통의 가시밭길을 뛰고 있는데 100회 마라톤클럽 조끼를 입은 분이 힘들게 뛰고 있어 한마디 던졌다.
"100회를 뛰려면 최대 1년에 10회를 뛰어도 10년은 뛰어야하는 어려운 일인데요 ?" 내심 왜 이렇게 힘든 운동을 하냐는 의도였으나 그분의 한마디 대답은 의외였다.
"아닙니다. 1년에 25회를 뛰고 있으니 약 4년이면 가능합니다"
그 한마디를 들으니 마라톤에 대한 생각과 개념에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머릿속이 복잡해져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일년에 25회면 하나뿐인 몸을 너무 혹사하는 것이 아닌가 ?'
그분을 먼저 보내고 이렇게 힘든 마라톤을 계속해야만 하는가 의문 ?
드디어 저 앞에 빛나는 63빌딩이 보이고
이제 조금만 더 뛰면 모든 고통이 끝난다는 기분 좋은 생각들
이번 대회만 끝나면 그동안 자제했던 술도 마시고
일요일엔 식구들이 좋아하는 찜질 방에도 가고
힘든 훈련 대신에 건강을 위한 마라톤을 하자고 다짐했다.
마지막 골인지점에 다가가니 두 다리의 통증은 줄어들고
기분 좋게 두 팔 벌려 골인하며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니 3시간 31분 29초, 이번이 풀코스 도전 6번째인데 가장 힘들었다.
(골인 후)
천천히 걸어가니 칩을 풀어주는 분도 계시고
완주매달을 목에 걸어주시고 커다란 타월을 걸쳐주시고
탈의장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발바닦의 물집을 터트리며 쉬고 있자니 우리 일행들이 무사히 끝내고 속속 도착하며 힘들었고 즐거웠던 이야기가 호방한 웃음 속에서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온다.
전문 선수들과 달리 우리들 아마추어 마라톤의 재미는 이런 것이다.
아직 우리들의 마라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전부다 무사히 도착하고 이어서 가람 형님의 서울사시는 작은 형님 댁에서 가족휴게실에 차려 놓은 얼큰한 김치찌개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완주의 기쁨에 모두들 즐거운 표정들
전주로 내려오는 길에는 전체 5등을 한 분이 합류하여 총 9명이 리무진 공항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우리들 마라토너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한강변 아름다운 주로에서 일어났던 소설을 쓰기 시작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코아호텔 사우나에 들어가 시원하게 샤워를 한 후 근처 슈퍼에 가서 시원한 맥주 2박스를 들이키며 오늘의 마라톤 여행을 기분 좋게 마무리
그 후로도 깊은 여운이 남은 가장 연장자이신 60세 양 회장님의 덕담으로 하루를 마감
"마라톤도 즐거운 일이지만
자신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이 더 중요한 것이고,
본인의 직장 일이 더 중요한 것이다"
오늘 함께 하신 분들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즐겁게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 참고사항
ST1 = 10km-출발, ST2 = 풀반환-10km,
ST3 = 32km-풀반환, ST4 = 결승-32km,
ST5 = 하프반환-출발, ST6 = 결승-하프반환
이름 참가번호 Course 개인출발 ST1 ST2 ST3 ST4 결승도착 NetTime
김영준 108 F 11:00:13 40:47 48:04 59:33 1:03:06 14:31:41 3:31:29
(금요일)
2004.3.7. 서울마라톤대회를 이틀 앞둔 금요일 저녁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춘삼월의 눈 폭설이라는 거짓말 같은
사실이 "9시 뉴스"를 채우고 있다.
일요일 아마추어 서울마라톤대회에 대해선 아무런 멘트도 없지만
장모님과 집사람은 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내가 걱정되는지
추운 날 사서고생하지 말고 그냥 식구들과 찜질 방이나 가자고 한다.
내심 그러고 싶지만 나는 이미 혼자가 아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16km를 같이
뛰고 운동이 끝나면 시원하게 맥주한잔씩 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쌓았던 의리의 사나이들과 같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의리의 사나이 8명
만약 4년 전 비만탈출을 위한 달리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전혀 만날 수 없었던 소중한 분들이다.
내가 속한 직업세계와 전혀 다른 곳에서 일을 하는 분들이라
맥주한잔 하다보면 간접적으로 다양한 직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
각자 전혀 다른 인생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취미생활이 마라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직업세계와 다른 끈끈한 우정 !
어쩌면 소꿉친구와 같은 우정과 의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우리들 대부분은 운동을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했지만 지난 겨울 영하의 날씨 속에서 장거리 훈련을 즐겁게
할 정도로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마라톤에 흠뻑 중독된 마라토너들이라 어느 한 분 추운 날씨 때문에 뛰지 못하겠다는 전화가 없다.
그러나 뉴스를 보고있는 나는 한강변의 강추위에 뛸 것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고 따끈한 찜질 방에 가자는 집사람의 말에 귀가 솔깃해져온다.
하지만 그동안 다섯 번의 풀코스를 경험한 두 다리는 천재지변으로
대회가 취소되지 않는 한 달려야 한다고 다짐한다.
(토요일)
당일 날 신을려고 화요일에 세탁해 놓은 마라톤화는
바닦에 땀을 배출하는 숨구멍이 뚫려있어 물이 들어올 것이 걱정되어 집사람에게 이번 기회에 신발을 하나 사도 되냐고 물어보니 좋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 퇴근하자마자 할인점에 가서 1년 전에만 해도 15만원에
팔리던 마라톤화를 9만원에 구입하고 경기장 트랙으로 달려갔다.
쿠션 좋은 트랙위를 가볍게 30분 정도 조깅하고 집으로 뛰어오는데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저녁을 가볍게 먹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가방을 꾸린 후
일찍 잠을 청해 보지만 늘 그렇듯 눈이 감기지 않는다.
이번이 서울마라톤대회에 3번째 참가다.
몸에 별다른 부상도 없으니 최소한 전년도 기록 3시간 12분 04초보다 더 좋게 나와야 한다고 다짐 !
(일요일)
새벽 5시 알람소리에 눈이 번쩍 떠지고 곧바로 짐을 챙겨 공항버스를 타는 코아백화점 앞으로 택시를 달렸다.
출발시간이 가까워지자 함께 신청한 의리의 사나이들이 속속 도착
그동안 많은 훈련을 같이해서 상대방 눈빛만 봐도 컨디션을 알 수 있다. 허리케인 형님 얼굴이 부어 있어 약간 걱정이 된다.
서울로 달려가는 버스 안에는
눈 폭설과 추운 날씨 때문에 모두들 긴장된 분위기지만
주로의 눈이 깨끗하게 치워졌다는 소식과 작년 가을에 같은 장소에서
100km 울트라를 뛰었던 분들이라 모두들 소풍가는 들뜬 분위기
대회장에 도착하니 출발 2시간 전
우리들은 대회장의 흥겨운 분위기에 점점 도취되어 가고
기념품을 나눠주는 곳에서 모자를 받아 오시는 분도 계시고
탈의장에 가서 타이즈 등 겨울철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보온 비닐을 입고 밖으로 나오니 별로 춥지가 않다.
(주로에서)
각자 몸을 가볍게 달리며 몸을 풀고
에어로빅 음악에 맞추어 굳었던 몸도 돌려보고
풀코스 출발 전에 모두들 모여서 기념사진도 찍으며 긴장을 풀고
드디어 각자 지정된 위치로 파이팅을 외치며 분산
오늘은 이상하게 몸이 처음부터 잘 나간다.
'거참 ~~~ 지난 겨울 동계훈련을 많이 해서 그런가 ?'
내심 오늘은 서브3 기록을 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조금 뛰다보니 각자 페이스대로 그룹이 만들어지고
5킬로 지점을 지나며 시간을 보니 18분 30초
오늘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
조금 뛰다보니 15명의 대그룹이 몰려온다.
아마도 오늘 서브3를 목표로 달리는 클럽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분들의 후미에 붙었다.
선두는 아마추어 마라톤클럽에서 유명한
청주마라톤클럽 소속 3분이 그룹을 리드하고 있고
모두들 훈련을 많이 해서 그런지 가볍게 잘들 뛰신다.
이분들만 따라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앞 주자의 등만 바라보며 뛰다보니 10km 통과 (40분 47초)
그러나 초반 5킬로미터를 빠르게 뛰었는지
체력이 점점 떨어져 하프지점에선 그분들을 따라가기가 힘들고
발바닦에서 따끔거리는 이상신호를 느끼며 반환점 통과 (1시간 28분 52초)
아마 그동안 빠른 달리기 훈련이 되지 않았고
어제 새로 산 운동화가 길이 들지 않아서 그런가 ?
이런저런 불안한 생각이 들지만
마라톤은 이런 맛으로 뛰는 것이라 자위하며 욕심을 숨기고
반환점에서는 정성스럽게 차려놓은 탄수화물을 먹고 마시고
다시 힘을 내어 뛰어가려 했지만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내 몸의 체온과 힘을 빠르게 빼앗아 간다.
드디어 25km 지점을 넘어서자 우려했던 이상신호가 두 다리에서 온다. 갑자기 오른발에 쥐가 나기 시작하더니 온 몸에 통증이 시작되며
몸이 뒤틀리려 한다.
그동안 풀코스를 여러번 뛰었는데 처음 겪는 일이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목이 마르지 않아 조금만 마셔 탈수현상이 온 것 같다.
날씨가 춥더라도 땀은 그래도 나는 것이니 물을 마셨어야만 했는데.....
다리 근육이 뭉쳐 통증이 오고 더 이상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휘청거리고 있자니
근처에 있던 자원 봉사자 님이 달려와서 딱딱한 근육에 지압을 해주고 그분의 조언대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잠시 쉬다보니
천만다행으로 뭉쳤던 근육이 풀려온다.
그분께서는 걱정이 되는지 의료지원차량을 불러 준다고 하는데~~~~
극구 사양하고 끝까지 완주하기 다짐 또 다짐 !
다시 힘을 내 보폭을 최대한 줄이고 음료대가 있는 곳에선
바나나, 귤, 영양갱을 먹으며 물을 마시려다보니 살얼음이 얼어서
입안이 시원하다.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여유를 갖고 달렸다면
지금쯤 기분 좋게 뛰었을 수 있을 텐데~~~ 後悔莫及
하지만 어쩌랴 나도 인간인 이상
사회 체력검사장인 마라톤대회에 나오면 자꾸 빠르게 달리고 싶은데....
차가운 강바람에 내 몸과 마음이 식어갈 때 저 앞을 보니
처음 출발 후 5km를 지나면서 입고 있던 방한복을
어느 여자 자원봉사자 님께 맡겼었는데 저 앞에서 천사처럼 내 하얀 옷을 들고 계신다.
옷을 받으며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못 드리고.....
이제 남은 5km만 뛰면 된다는 생각만 하면서 달리고 있는데
저 앞에서 갑자기 미끈하게 잘빠진 주자 한 분이 쥐가 났는지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同病相憐
여러 주자들에 묻혀서 뛰다 지나쳐 뒤돌아보니
계속 몸을 숙이고 고통스러운 모습
잠시 뒤돌아서 그분의 뭉친 다리를 엄지손가락으로 힘껏 눌렀다.
잘 뛰는 분인 것 같은데 오늘 단단히 혼나고 있는 듯 하다.
조금 전에 내가 받았던 지압을 똑같이 해주고 앉았다 일어나라고 말하니 그냥 먼저 뛰라고 하여 표정을 보니 괜찮은 것 같아 다시 출발
먼 옛날 군대 훈련소에서 뺑뺑이 쳤던 기억을 되살려가며
발바닦과 장딴지의 근육통을 잊어보려고 했지만 너무 고통스럽다.
허나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변명도 못하고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고 그냥 끝까지 쓰러질 때까지 뛰어보자고 작심 !
38km 지점 다리 밑을 천천히 조깅보다 느린 속도로 한 발 한 발
마라톤 고통의 가시밭길을 뛰고 있는데 100회 마라톤클럽 조끼를 입은 분이 힘들게 뛰고 있어 한마디 던졌다.
"100회를 뛰려면 최대 1년에 10회를 뛰어도 10년은 뛰어야하는 어려운 일인데요 ?" 내심 왜 이렇게 힘든 운동을 하냐는 의도였으나 그분의 한마디 대답은 의외였다.
"아닙니다. 1년에 25회를 뛰고 있으니 약 4년이면 가능합니다"
그 한마디를 들으니 마라톤에 대한 생각과 개념에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머릿속이 복잡해져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일년에 25회면 하나뿐인 몸을 너무 혹사하는 것이 아닌가 ?'
그분을 먼저 보내고 이렇게 힘든 마라톤을 계속해야만 하는가 의문 ?
드디어 저 앞에 빛나는 63빌딩이 보이고
이제 조금만 더 뛰면 모든 고통이 끝난다는 기분 좋은 생각들
이번 대회만 끝나면 그동안 자제했던 술도 마시고
일요일엔 식구들이 좋아하는 찜질 방에도 가고
힘든 훈련 대신에 건강을 위한 마라톤을 하자고 다짐했다.
마지막 골인지점에 다가가니 두 다리의 통증은 줄어들고
기분 좋게 두 팔 벌려 골인하며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니 3시간 31분 29초, 이번이 풀코스 도전 6번째인데 가장 힘들었다.
(골인 후)
천천히 걸어가니 칩을 풀어주는 분도 계시고
완주매달을 목에 걸어주시고 커다란 타월을 걸쳐주시고
탈의장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발바닦의 물집을 터트리며 쉬고 있자니 우리 일행들이 무사히 끝내고 속속 도착하며 힘들었고 즐거웠던 이야기가 호방한 웃음 속에서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온다.
전문 선수들과 달리 우리들 아마추어 마라톤의 재미는 이런 것이다.
아직 우리들의 마라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전부다 무사히 도착하고 이어서 가람 형님의 서울사시는 작은 형님 댁에서 가족휴게실에 차려 놓은 얼큰한 김치찌개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완주의 기쁨에 모두들 즐거운 표정들
전주로 내려오는 길에는 전체 5등을 한 분이 합류하여 총 9명이 리무진 공항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우리들 마라토너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한강변 아름다운 주로에서 일어났던 소설을 쓰기 시작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코아호텔 사우나에 들어가 시원하게 샤워를 한 후 근처 슈퍼에 가서 시원한 맥주 2박스를 들이키며 오늘의 마라톤 여행을 기분 좋게 마무리
그 후로도 깊은 여운이 남은 가장 연장자이신 60세 양 회장님의 덕담으로 하루를 마감
"마라톤도 즐거운 일이지만
자신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이 더 중요한 것이고,
본인의 직장 일이 더 중요한 것이다"
오늘 함께 하신 분들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즐겁게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 참고사항
ST1 = 10km-출발, ST2 = 풀반환-10km,
ST3 = 32km-풀반환, ST4 = 결승-32km,
ST5 = 하프반환-출발, ST6 = 결승-하프반환
이름 참가번호 Course 개인출발 ST1 ST2 ST3 ST4 결승도착 NetTime
김영준 108 F 11:00:13 40:47 48:04 59:33 1:03:06 14:31:41 3:31:29
추천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