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문동] 그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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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현 작성일03-12-18 16:16 조회72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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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땡! 넷째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굵직한 장작을 난로 밑에 깔고
그 위에 물로 개어 올려놓은
가루 무연탄이 벌겋게 불이 붙어
교실안은 후꾼!후꾼! 하다.
"오털털"이란 별명을 갖은 역사(歷史) 선생님이
열띤 침방울을 튀긴다. 칠판위는 만주벌판이
한반도 위쪽에 크게 그려지고...
백목이 뿌러지고.. 녀석들에게 총알되어 날라간다.
"야! 이놈들아! 정신차려..."
뙤놈들한테 빼앗긴... 이 넓은 만주땅!
너희놈들이 찾아야 할 것 아닌가?
"알겠나!"
"넵!"
모두들 대답은 맞추어서 하나....
선조들이 잃어버린 넓디 넓은 만주 땅 보다...
녀석들에겐 난로위에 올려놓은 도시락속에
김치와 고추장. 들기름이 타면서 내뿜는
코앞의 맛난 내음에 취하여 만주땅 되찾으라는
그 말씀이 한귀로 흘러 나간다.
난로 가에 앉은 녀석은 벌건 얼굴을 하고
소매를 길게 빼어 도시락을 타지 않게 하는
행동을 "오털털" 선생님은 눈감아 주신다.
"야! 밥탄다. 밑에 있는 도시락 위로 오∼올려...."
"아∼ 알았어∼어∼" 임마!"
"야! 임마! 조∼오∼심혀...."
아래 깔린 도시락이 위로 올라가고
위에 있던 도시락이 아래로 바뀐다.
길기만 한 넷째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드르륵! 문을 열고 복도로 나아가시자
녀석들은 우르르.. 난로가로 모여든다.
자기 도시락을 찾으려 난로가는 북새통을 이룬다.
서로 친한 놈들끼리 모여 도시락 뚜껑을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잡곡섞인 밥을 몇 숫가락씩 먹어
적당한 공간을 만든 후 밥과 도시락 밑에 깔린 반찬을
적당히 버무린 다음 도시락 뚜껑을 닫고
양쪽을 꼭 잡은 후 잘 섞이도록 흔든다.
맛난 도시락 비빔밥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러나, 모든 녀석들이 도시락을 싸오는 것은 아니다.
큼직한 미제 숟가락 들고.. 책상사이를 누비며
도시락 사냥을 다니는 녀석이 한, 두놈은 꼭 있기 마련이다.
"야! 한 숫가락만 먹자 임마"!
"야 임마! 많이 푸지마!"
"우이씨! 너 또! 도시락 안싸 완냐! 임마!"
"그래 임마 딱! 한 숫가락만....히히히...."
그래도 박절하게 뿌리치는 놈들은 없다.
한, 두숫가락은 기분좋게 눈감아준다.
흰쌀밥, 잡곡밥, 꽁당보리밥, 옥수수밥,
색깔이 각자 다르고.. 반찬도 다르다.
그러나, 숨겨서 먹는놈도 없고...
혼자서 먹는 놈도 없다.
헤어진 교복......
발가락 삐져나온 양말....
손잡이 떨어진 가방....
시멘포대로 싼 교과서...
모두가 그렇게 살았기에
잘 살고 못사는 것이
그리 흉이 되지 않았다.
어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학교에서
한 담임선생님이 극빈자에게 무상으로 주는
교과서를 어느 학생에게 주었다가
학부형에게 낭패를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 우리는 극빈자가 아닙니다."
"우리아이 무슨 기죽일 일있습니까?"
"이것 반납하겠습니다."
동네형에게 물려받은 나긋나긋한 검정교복과
온통 빼꼼한데 없는 낡은 교과서를 물려받고도
마냥 좋아하였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천달사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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