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향연(울트라 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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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연달 작성일03-11-08 14:47 조회90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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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마흔넷 되던
2001년3월4일 제4회 서울마라톤대회
하프대회는 물론이고 10km 대회 출전도 한번 안해보고 참가한 풀코스마라톤
그 결과는 참으로 처절햇다.
3월의 눈보라 속에서 건져낸 4시간 38분의 사투!
준비않된 런너의 고통은 심했지만 이후 마라톤의 묘한 매력에 빠졌다.
그후 얼마 되지않아 서울마라톤에서 울트라대회 홍보지가 왔지만
세상에 별이상한 대회도 있구나 하면서
아마 이런대회 참가자는 코가 둘이던가 다리가 넷이던가 할꺼야..
하며 집사람과 농담을 주고 받았는데
내가 오늘 그 희한한 사람이 되어 건강한 700여 전사들과 함께
출발선에 서고보니 가슴 벅차다.
다섯시 정각 출발신호와 함께 내딪는 내 발자욱은 돌아올때의 고통은
생각지도 않은채 흥분의 250리 길을 나선다.
오늘 나는 두개의 목표를 정하고 대회에 임한다.
첫번째는 1km 6분, 10km 1시간의 등속주행으로 10시간 안에 결승선을 밟는것이고,
두번째는 힘들어도 걷지않고 뛰어서 100km를 완주하는것이다.
선두쪽에서 출발해서인지 많은 주자들이 추월해 나갔다.
1km 통과시간이 5분 30초, 속도를 조금 늦추고 2km에서 다시보니 5분 45초
이정도 페이스면 괜찮을것 같다.
5km 구간까지 1km단위로 거리 표식이 되어있어 페이스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역시 서울마라톤의 세심한 배려에 시작부터 고마움을 느낀다.
다섯시가 갓넘은 새벽녘의 양재천!
아침운동 나온 부지런한 시민들이 길을 비켜주고 갈대밭에서 곤히잠든 너구리가
부산한 발자욱 소리에 잠을 깨울때쯤 양재천을 벗어나 탄천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7km지점에서부터 부천 복사골 마라톤클럽의 이상권님과 함께 뛰게되었다.
그분은 마라톤기록과 출전횟수가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체가 아주 잘 발달된
부러운 몸매를 지니셨다.
광평교 아래 10km지점에 다다르니 57분 30초. 아주 적절한 페이스다.
지난 6월 30일 울트라 신청후 그 어느때보다 많은 훈련에 임했다.
유난히 비가 자주내린 올여름에도 물론 나의 달리기는 그칠줄 몰랐다.
8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내리던 비가 그치자 집에서 나와
이곳 양재천 입구에서 되돌아 가던길에 엄청난 비를 맞았는데
런닝팬티 밑으로 드러난 허벅지가 세차게 내리는 빗물에 맞아 따가웠다.
한 시간정도 계속된 우중주, 난생처음 많은비를 맞았지만 즐거웠다.
나는 지금껏 동호회 가입없이 나홀로 달리기를 하고있다.
얽매임 없이 자유롭기도 하지만 불편한점도 많다.
특히나 이번 대회처럼 경험없는 대회를 치룰때는
나의 풀코스 최고기록(3시간 21분)으로 얼마정도의 목표를 설정해야 될지등
조언을 받을수가 없고 모든걸 혼자 해결 해야한다.
자연히 마라톤 사이트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있다.
20km 통과를 56분 30초에 마치고 이젠 드넓은 한강으로 나선다.
7시쯤 잠실 종합운동장을 지나 잠실대교를 향해 달릴때,
저멀리 검단산 자락에서 찬란한 아침해가 눈부시게 떠오른다.
저햇님이 저물기전에, 중천에 떠 있을때 부상없이 완주하게 해달라고
햇님과 내 자신에게 빌어보며 아직은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잠실벌의 서울마라톤 코스는 올림픽대로 쪽이었는데
이번엔 강가쪽으로 코스가 변경됐다.
강가쪽 주로엔 화장실이 없는데 생리 현상이 신호를 보낸다.
동반주자와 합의하여 일심통체로 꽃밭에서 처리할수 밖에 없었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이제야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서울마라톤 게시판에서만 보아오던 유행애님이 20km지점에서부터 앞서 달리고 있다.
풀코스 기록을 여쭈니 3시간 38분대라는데 상대적으로 내가 너무 편하게 달리는건
아닌가 생각들지만 나름대로 많은 연구와 실험끝에 설정한 목표시간이기 때문에
현속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광진교를 지나 암사동 반환점으로 향하고 있을때 송파세상께서 돌아오자
'서방님 화이팅'하고 유행애님이 외쳐준다.
부부애가 돈둑해보여 부러움에 나도 아내 생각에 잠시 잠겨본다.
암사반환점 직전에서 먹은 따끈한 주먹김밥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꿀을 발랐는지,정성을 담아서인지,배가 고파서인지 그렇게 달고 맛있는 김밥은
처음 먹어보았다.
오늘의 두번째 반환점을 돌아 30km를 55분 31초에 통과했다.
돌아오는길에 김밥하나를 또 먹고 오는데 반대편 주자가 순위를 세워준다.
127등! 입상권하고는 전혀 관계없어 순위는 무의미 하지만
내 등속 주행이 끝까지 성공한다면 순위는 반정도 올라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아직은 경쾌한 발걸음을 옮긴다. 결과는 58위를 했다.
한 시간전에 한강을 거슬러 올라갈땐 맞바람이 제법 드셋는데 등바람이 되고보니
이렇게 좋을수가!
잠실벌을 지나 탄천 입구에 이른다.
이곳에서 탄천을 거슬러 올라가 분당 중앙공원 입구 합수지점에서 분당천을 따라
올라가면 내가 사는 아파트가 나온다.
거꾸로 말해 우리집에서 분당천으로 나와 탄천을 지나서 한강을 찍고가면 정확히
풀코스 거리, 훈련코스로서 얼마나 좋은가?
40km 통과기록이 오늘 구간 최고기록인 54분 36초로 10km마다 1분씩 빨라지고 있다.
후반이 염려되어 속도를 늦추어야 되겠다고 생각하며 여의도를 향한다.
출발 3시간 55분쯤에 풀코스 거리를 통과하며
동반주하던 이상권님이 4시간 페이스 메이커는 할 수 있겠다며 웃는다.
하긴 지금까진 어렵지 않게 달린것 같다.
45km 지점에서 이번대회 참가자와 자원봉사중에서 유일하게 나를 알고있는
양천 마라톤클럽의 조상익님을 만났다.
나로 인해 마라톤에 입문한 님은 주로 중간에 서서 마라톤에 대한 열정이상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하이파이브를 하며 집사람한테 잘달리고 있다고 전화 해달라는 부탁을하고
4시간후에 다시 만날것을 기약하며 지나간다.
작년대회 여자 3위 입상한 허숙회님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를 뒤로 미뤄놓고
앞서 나가신다.
누가 지었는지 이름이 예쁜 복숭아 길을 지나 한강대교 아래 오늘 코스의 절반인
50km를 56분 20초에 통과 했지만 절반을 달렸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7번의 풀코스 대회 출전 경험에서 터득한 후반 레이스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인것같다.
63빌딩에서 반사되는 황금빛 햇볕을 받으며 여의도 땅을 밟는다.
서두에서 언급햇던 제4회 서울마라톤 대회때 내가 약속했던 골인 시간이
넘어가자 집사람은 걱정이 되어 그 추운날 점심도 먹지 않은 몸으로 1km 지점까지
나와서 내가 어떻게 잘못 됐을까봐 걱정의 눈빛으로 나를 맞이하여 주던 그곳이다.
그곳을 조금 지나자 제1관문 물품보관소다.
자원봉사께서 친절히 건네주는 727번 봉투를 받아들고 탈의실로 들어가니 먼저오신
분들이 옷을 갈아 입고계셨다.
한강물이 불어나 여의도가 물에 잠기는 것도 아는데 모두들 왜 그리도 서두르시는지
웃음지으며 나도 재빨리 짧은 옷으로 갈아입고 양말과 운동화까지 갈아신었다.
5~6분 소요된것같다.
지금까지 동반주 하신 이상권님이 주춤 하는사이 먼저 출발을 한다.
천천히 뛰면 따라오시겠지 하고.
하지만 그분이 바로 오시지 않아 골인 시점까지 홀로 뛰게 되었다.
옷은 짧은걸로 갈아입어 좋았는데 바꿔신은 운동화가 불편해서 적응하는데 애를먹었다.
어수선한 여의도를 지나고 처음 달려보는 성산대교길,
지루한 가운데 60km를 1시간 4분 47초로 처음으로 1시간을 넘겨 통과했다.
옷을 갈아입는 시간 때문에 많이 지체 된것같다.
선두는 벌써 마지막 3번째 반환점을 돌아 지나갔고 앞선 주자들이 하나씩 지나간다.
그래도 암사동 반환점에서 보다는 앞선 주자들이 많이 줄어든것 같았다.
가양대교 부근에서 검푸클럽 회원을 만나니 같은곳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반갑다.
인사를 나눈뒤 잠시 동반주 하다 앞서 나갔다.
드디어 마지막 반환점을 돌아서니 이제 반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65km 지점에서 그 유명한 전복죽을 한그릇 먹는데 16년전 제주도 신혼여행때 먹은
전복죽보다 열배쯤은 맛있었다.
문정복님 한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이제 주자간의 간격은 한없이 벌어져가고 페이스 유지하는데 힘들어진다.
힘들고 지루한 레이스속에 57분 43초로 70km를 넘어섰다.
양화대교, 당산철교를 지나는데도 후미그룹은 아직도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어떤분은 내가 여의도에 들어 서는데도 나와 반대로 달리고 있었다.
같은 거리를 달리지만 그분들은 긴시간 더 힘드실것 같다.
우리는 그 고통의 시간을 1분이라도 줄일려고 매일마다 힘찬 달리기를 하며
훈련에 임하나보다.
여의도에 들어서니 자전거 타는 분들이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2인용 자전거가 눈에 뛴다.
몇년전, 우리가족 한강에 나가 엄마는 오빠랑타고 희진이는 아빠하고 같이타고
놀자고 약속했는데 요놈의 마라톤 때문에 그약속을 못지키고 있다.
희진아 미안하다. 조만간 약속지킬께, 조금만 기다려다오.
짧은 런닝셔츠를 입어서인지 오른쪽 겨드랑이가 쓸린다.
1관문에 와서 바세린을 찾아 발랐다.
둔탁해진 걸음으로 80km를 58분 06초에 통과했다. 아직까진 괜찮은 기록이다.
한강대교 밑을 지나면서 부터 몸에서 이상신호들이 나타난다.
다리는 무겁고 허리는 아파오고 목은 뻣뻣해지고 어깨는 처지고
그래, 이제부터야 지금까진 몸풀은거야 이고통이 없다면 무슨재미로 마라톤을 할것인가.
고통을 참고 극복해 나가는 이 과정이야 말로 마라톤의 진미 백미가 아니겠는가?
복숭아길 급수대에 도착해보니 몇분이 쉬고 계셨다.
음료수 한잔하고 뒷다리 뻣기 스트레칭 한번하고 출발을 했다.
나도 3분만 쉬고 가고 싶지만 다리가 굳을까봐 바로 일어섰다.
반달캠프 자리를 강가쪽으로 돌아 오는길은 지루했는데 고무신에 몸빼입은 새신랑의
꽹과리 소리에 힘입어 제 2관문을 도착했다.
음료 2컵을 들이키고 지나오는데 자원봉사께서 이제 다 왔으니 힘내란다.
17km 남았는데 다왔다니 "뻥치지 마세요"라고 웃으며 농담을 건네본다.
걷고 싶어진다. 참아야 한다. 나는 계속 달릴수 있다. 수많은 자기암시와 갈등속에
85km지점에서 4시간전에 만났던 조상익님을 다시 만난다.
그분은 목이 쉰 상태로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1시간 30분후에 도착할테니 집사람한테 연락 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한남, 동호, 성수대교를 지나 영동대교를 향해 천근 만근으로 무거워진 발걸음을
한발씩 떼어 놓는다.
오늘 구간거리중 가장 힘들게 느껴진 9번째 구간이다.
드디어 90km를 1시간하고도 14초를 넘긴 시간으로 통과했다.
이제 남은 거리는 10분의1, 정신력의 승부다. 내 의지력의 실험무대다.
영동대교에서 탄천까지 2km, 다시 양재천까지 2km,
그리고 마지막 양재천 6km를 머리속에 재빨리 그려 넣었다.
지금 페이스에서 5분여가 늦어진다고 해도 9시간 50분 안에는 결승라인을 통과할수
있을것 같다.
이제 자원봉사님들께서 응원 해주셔도 손을 들어 고마움을 표시 할 수도 없었다.
눈빛도 줄수 없었다. 나의 힘은 다 빠져 나가고 있었다.
탄천입구에서 물을 먹은다음 관성에의한 발놀림으로 양재천으로 향했다.
앞서가던 주자 한분이 93km지점에서 걷는다.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얼마나 힘드시면 걸을까?
내 눈시울이 뜨거위진다.
걷는 주자를 지나쳐 달리고 있을때 너무도 힘차게 나를 추월하는 분이 있었다.
그분의 남겨논 힘에 놀래며 양재천 입구에 도달했다.
이제 6km...정말 힘들다.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난다.
지금 내 나이인 마흔 여섯에 7남매 막내로 나를 보신 올해 91세인 아버지는 지금도
내 고향 서천에서 농사를 지으신다. 하늘이 내려준 건강인것 같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성실성을 이어받았다.
성실성은 마라토너가 갖추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한가지다. 아버지, 힘좀 주세요!
한낮의 양재천은 한가로웠으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앞선 주자 한분을 추월하고 나니 저멀리 윤봉길의사 기념관의 기와 지붕이 보인다.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남은 내몸의 1% 힘까지 토해내며 구름다리를 올라선다.
결승선의 마이크 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 중계에서 나의 배번호가 잘못 전달되어
다른 사람의 이름이 불리어진다.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을텐데..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나는 두손을 번쩍들고 행복에 넘친 미소를 지으며 9시간 45분 48초의
대 향연의 막을 내렸다.
드디어 나는 해냈다!
두가지 목표도 이루었다.
급수대 외에는 한발자욱도 걷지 않았다는 것이 더 자랑스럽다.
나는 이 멋진 순간을 맞기위해 새벽 3시 반부터 달려도 보았고
보통사람이 이해 못하는 일도 많이했다.
올 여름 1000km 이상을 훈련한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고맙다. 모두가 고맙다.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을 주신 부모님이 고맙고,
과도한 훈련에 짜증 내지않고 믿고 지켜봐준 아내가 고맙고
내 주위의 모든분들의 격려에 감사드린다.
나는 내 자신을 이겼다!
-글을 마치며-
개인적으로 목표했던 10시간내 걷지않고 완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자원봉사님들과 서울마라톤 스텝진 여러분께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부상없이 완주한 덕택에 지난주 '중마'에서
본인 최고기록을 세우는 무리를 범하며 올해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지루한 긴글 읽어주심에 감사드리며 내년 3월 여의도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1년3월4일 제4회 서울마라톤대회
하프대회는 물론이고 10km 대회 출전도 한번 안해보고 참가한 풀코스마라톤
그 결과는 참으로 처절햇다.
3월의 눈보라 속에서 건져낸 4시간 38분의 사투!
준비않된 런너의 고통은 심했지만 이후 마라톤의 묘한 매력에 빠졌다.
그후 얼마 되지않아 서울마라톤에서 울트라대회 홍보지가 왔지만
세상에 별이상한 대회도 있구나 하면서
아마 이런대회 참가자는 코가 둘이던가 다리가 넷이던가 할꺼야..
하며 집사람과 농담을 주고 받았는데
내가 오늘 그 희한한 사람이 되어 건강한 700여 전사들과 함께
출발선에 서고보니 가슴 벅차다.
다섯시 정각 출발신호와 함께 내딪는 내 발자욱은 돌아올때의 고통은
생각지도 않은채 흥분의 250리 길을 나선다.
오늘 나는 두개의 목표를 정하고 대회에 임한다.
첫번째는 1km 6분, 10km 1시간의 등속주행으로 10시간 안에 결승선을 밟는것이고,
두번째는 힘들어도 걷지않고 뛰어서 100km를 완주하는것이다.
선두쪽에서 출발해서인지 많은 주자들이 추월해 나갔다.
1km 통과시간이 5분 30초, 속도를 조금 늦추고 2km에서 다시보니 5분 45초
이정도 페이스면 괜찮을것 같다.
5km 구간까지 1km단위로 거리 표식이 되어있어 페이스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역시 서울마라톤의 세심한 배려에 시작부터 고마움을 느낀다.
다섯시가 갓넘은 새벽녘의 양재천!
아침운동 나온 부지런한 시민들이 길을 비켜주고 갈대밭에서 곤히잠든 너구리가
부산한 발자욱 소리에 잠을 깨울때쯤 양재천을 벗어나 탄천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7km지점에서부터 부천 복사골 마라톤클럽의 이상권님과 함께 뛰게되었다.
그분은 마라톤기록과 출전횟수가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체가 아주 잘 발달된
부러운 몸매를 지니셨다.
광평교 아래 10km지점에 다다르니 57분 30초. 아주 적절한 페이스다.
지난 6월 30일 울트라 신청후 그 어느때보다 많은 훈련에 임했다.
유난히 비가 자주내린 올여름에도 물론 나의 달리기는 그칠줄 몰랐다.
8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내리던 비가 그치자 집에서 나와
이곳 양재천 입구에서 되돌아 가던길에 엄청난 비를 맞았는데
런닝팬티 밑으로 드러난 허벅지가 세차게 내리는 빗물에 맞아 따가웠다.
한 시간정도 계속된 우중주, 난생처음 많은비를 맞았지만 즐거웠다.
나는 지금껏 동호회 가입없이 나홀로 달리기를 하고있다.
얽매임 없이 자유롭기도 하지만 불편한점도 많다.
특히나 이번 대회처럼 경험없는 대회를 치룰때는
나의 풀코스 최고기록(3시간 21분)으로 얼마정도의 목표를 설정해야 될지등
조언을 받을수가 없고 모든걸 혼자 해결 해야한다.
자연히 마라톤 사이트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있다.
20km 통과를 56분 30초에 마치고 이젠 드넓은 한강으로 나선다.
7시쯤 잠실 종합운동장을 지나 잠실대교를 향해 달릴때,
저멀리 검단산 자락에서 찬란한 아침해가 눈부시게 떠오른다.
저햇님이 저물기전에, 중천에 떠 있을때 부상없이 완주하게 해달라고
햇님과 내 자신에게 빌어보며 아직은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잠실벌의 서울마라톤 코스는 올림픽대로 쪽이었는데
이번엔 강가쪽으로 코스가 변경됐다.
강가쪽 주로엔 화장실이 없는데 생리 현상이 신호를 보낸다.
동반주자와 합의하여 일심통체로 꽃밭에서 처리할수 밖에 없었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이제야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서울마라톤 게시판에서만 보아오던 유행애님이 20km지점에서부터 앞서 달리고 있다.
풀코스 기록을 여쭈니 3시간 38분대라는데 상대적으로 내가 너무 편하게 달리는건
아닌가 생각들지만 나름대로 많은 연구와 실험끝에 설정한 목표시간이기 때문에
현속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광진교를 지나 암사동 반환점으로 향하고 있을때 송파세상께서 돌아오자
'서방님 화이팅'하고 유행애님이 외쳐준다.
부부애가 돈둑해보여 부러움에 나도 아내 생각에 잠시 잠겨본다.
암사반환점 직전에서 먹은 따끈한 주먹김밥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꿀을 발랐는지,정성을 담아서인지,배가 고파서인지 그렇게 달고 맛있는 김밥은
처음 먹어보았다.
오늘의 두번째 반환점을 돌아 30km를 55분 31초에 통과했다.
돌아오는길에 김밥하나를 또 먹고 오는데 반대편 주자가 순위를 세워준다.
127등! 입상권하고는 전혀 관계없어 순위는 무의미 하지만
내 등속 주행이 끝까지 성공한다면 순위는 반정도 올라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아직은 경쾌한 발걸음을 옮긴다. 결과는 58위를 했다.
한 시간전에 한강을 거슬러 올라갈땐 맞바람이 제법 드셋는데 등바람이 되고보니
이렇게 좋을수가!
잠실벌을 지나 탄천 입구에 이른다.
이곳에서 탄천을 거슬러 올라가 분당 중앙공원 입구 합수지점에서 분당천을 따라
올라가면 내가 사는 아파트가 나온다.
거꾸로 말해 우리집에서 분당천으로 나와 탄천을 지나서 한강을 찍고가면 정확히
풀코스 거리, 훈련코스로서 얼마나 좋은가?
40km 통과기록이 오늘 구간 최고기록인 54분 36초로 10km마다 1분씩 빨라지고 있다.
후반이 염려되어 속도를 늦추어야 되겠다고 생각하며 여의도를 향한다.
출발 3시간 55분쯤에 풀코스 거리를 통과하며
동반주하던 이상권님이 4시간 페이스 메이커는 할 수 있겠다며 웃는다.
하긴 지금까진 어렵지 않게 달린것 같다.
45km 지점에서 이번대회 참가자와 자원봉사중에서 유일하게 나를 알고있는
양천 마라톤클럽의 조상익님을 만났다.
나로 인해 마라톤에 입문한 님은 주로 중간에 서서 마라톤에 대한 열정이상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하이파이브를 하며 집사람한테 잘달리고 있다고 전화 해달라는 부탁을하고
4시간후에 다시 만날것을 기약하며 지나간다.
작년대회 여자 3위 입상한 허숙회님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를 뒤로 미뤄놓고
앞서 나가신다.
누가 지었는지 이름이 예쁜 복숭아 길을 지나 한강대교 아래 오늘 코스의 절반인
50km를 56분 20초에 통과 했지만 절반을 달렸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7번의 풀코스 대회 출전 경험에서 터득한 후반 레이스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인것같다.
63빌딩에서 반사되는 황금빛 햇볕을 받으며 여의도 땅을 밟는다.
서두에서 언급햇던 제4회 서울마라톤 대회때 내가 약속했던 골인 시간이
넘어가자 집사람은 걱정이 되어 그 추운날 점심도 먹지 않은 몸으로 1km 지점까지
나와서 내가 어떻게 잘못 됐을까봐 걱정의 눈빛으로 나를 맞이하여 주던 그곳이다.
그곳을 조금 지나자 제1관문 물품보관소다.
자원봉사께서 친절히 건네주는 727번 봉투를 받아들고 탈의실로 들어가니 먼저오신
분들이 옷을 갈아 입고계셨다.
한강물이 불어나 여의도가 물에 잠기는 것도 아는데 모두들 왜 그리도 서두르시는지
웃음지으며 나도 재빨리 짧은 옷으로 갈아입고 양말과 운동화까지 갈아신었다.
5~6분 소요된것같다.
지금까지 동반주 하신 이상권님이 주춤 하는사이 먼저 출발을 한다.
천천히 뛰면 따라오시겠지 하고.
하지만 그분이 바로 오시지 않아 골인 시점까지 홀로 뛰게 되었다.
옷은 짧은걸로 갈아입어 좋았는데 바꿔신은 운동화가 불편해서 적응하는데 애를먹었다.
어수선한 여의도를 지나고 처음 달려보는 성산대교길,
지루한 가운데 60km를 1시간 4분 47초로 처음으로 1시간을 넘겨 통과했다.
옷을 갈아입는 시간 때문에 많이 지체 된것같다.
선두는 벌써 마지막 3번째 반환점을 돌아 지나갔고 앞선 주자들이 하나씩 지나간다.
그래도 암사동 반환점에서 보다는 앞선 주자들이 많이 줄어든것 같았다.
가양대교 부근에서 검푸클럽 회원을 만나니 같은곳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반갑다.
인사를 나눈뒤 잠시 동반주 하다 앞서 나갔다.
드디어 마지막 반환점을 돌아서니 이제 반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65km 지점에서 그 유명한 전복죽을 한그릇 먹는데 16년전 제주도 신혼여행때 먹은
전복죽보다 열배쯤은 맛있었다.
문정복님 한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이제 주자간의 간격은 한없이 벌어져가고 페이스 유지하는데 힘들어진다.
힘들고 지루한 레이스속에 57분 43초로 70km를 넘어섰다.
양화대교, 당산철교를 지나는데도 후미그룹은 아직도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어떤분은 내가 여의도에 들어 서는데도 나와 반대로 달리고 있었다.
같은 거리를 달리지만 그분들은 긴시간 더 힘드실것 같다.
우리는 그 고통의 시간을 1분이라도 줄일려고 매일마다 힘찬 달리기를 하며
훈련에 임하나보다.
여의도에 들어서니 자전거 타는 분들이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2인용 자전거가 눈에 뛴다.
몇년전, 우리가족 한강에 나가 엄마는 오빠랑타고 희진이는 아빠하고 같이타고
놀자고 약속했는데 요놈의 마라톤 때문에 그약속을 못지키고 있다.
희진아 미안하다. 조만간 약속지킬께, 조금만 기다려다오.
짧은 런닝셔츠를 입어서인지 오른쪽 겨드랑이가 쓸린다.
1관문에 와서 바세린을 찾아 발랐다.
둔탁해진 걸음으로 80km를 58분 06초에 통과했다. 아직까진 괜찮은 기록이다.
한강대교 밑을 지나면서 부터 몸에서 이상신호들이 나타난다.
다리는 무겁고 허리는 아파오고 목은 뻣뻣해지고 어깨는 처지고
그래, 이제부터야 지금까진 몸풀은거야 이고통이 없다면 무슨재미로 마라톤을 할것인가.
고통을 참고 극복해 나가는 이 과정이야 말로 마라톤의 진미 백미가 아니겠는가?
복숭아길 급수대에 도착해보니 몇분이 쉬고 계셨다.
음료수 한잔하고 뒷다리 뻣기 스트레칭 한번하고 출발을 했다.
나도 3분만 쉬고 가고 싶지만 다리가 굳을까봐 바로 일어섰다.
반달캠프 자리를 강가쪽으로 돌아 오는길은 지루했는데 고무신에 몸빼입은 새신랑의
꽹과리 소리에 힘입어 제 2관문을 도착했다.
음료 2컵을 들이키고 지나오는데 자원봉사께서 이제 다 왔으니 힘내란다.
17km 남았는데 다왔다니 "뻥치지 마세요"라고 웃으며 농담을 건네본다.
걷고 싶어진다. 참아야 한다. 나는 계속 달릴수 있다. 수많은 자기암시와 갈등속에
85km지점에서 4시간전에 만났던 조상익님을 다시 만난다.
그분은 목이 쉰 상태로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1시간 30분후에 도착할테니 집사람한테 연락 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한남, 동호, 성수대교를 지나 영동대교를 향해 천근 만근으로 무거워진 발걸음을
한발씩 떼어 놓는다.
오늘 구간거리중 가장 힘들게 느껴진 9번째 구간이다.
드디어 90km를 1시간하고도 14초를 넘긴 시간으로 통과했다.
이제 남은 거리는 10분의1, 정신력의 승부다. 내 의지력의 실험무대다.
영동대교에서 탄천까지 2km, 다시 양재천까지 2km,
그리고 마지막 양재천 6km를 머리속에 재빨리 그려 넣었다.
지금 페이스에서 5분여가 늦어진다고 해도 9시간 50분 안에는 결승라인을 통과할수
있을것 같다.
이제 자원봉사님들께서 응원 해주셔도 손을 들어 고마움을 표시 할 수도 없었다.
눈빛도 줄수 없었다. 나의 힘은 다 빠져 나가고 있었다.
탄천입구에서 물을 먹은다음 관성에의한 발놀림으로 양재천으로 향했다.
앞서가던 주자 한분이 93km지점에서 걷는다.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얼마나 힘드시면 걸을까?
내 눈시울이 뜨거위진다.
걷는 주자를 지나쳐 달리고 있을때 너무도 힘차게 나를 추월하는 분이 있었다.
그분의 남겨논 힘에 놀래며 양재천 입구에 도달했다.
이제 6km...정말 힘들다.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난다.
지금 내 나이인 마흔 여섯에 7남매 막내로 나를 보신 올해 91세인 아버지는 지금도
내 고향 서천에서 농사를 지으신다. 하늘이 내려준 건강인것 같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성실성을 이어받았다.
성실성은 마라토너가 갖추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한가지다. 아버지, 힘좀 주세요!
한낮의 양재천은 한가로웠으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앞선 주자 한분을 추월하고 나니 저멀리 윤봉길의사 기념관의 기와 지붕이 보인다.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남은 내몸의 1% 힘까지 토해내며 구름다리를 올라선다.
결승선의 마이크 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 중계에서 나의 배번호가 잘못 전달되어
다른 사람의 이름이 불리어진다.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을텐데..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나는 두손을 번쩍들고 행복에 넘친 미소를 지으며 9시간 45분 48초의
대 향연의 막을 내렸다.
드디어 나는 해냈다!
두가지 목표도 이루었다.
급수대 외에는 한발자욱도 걷지 않았다는 것이 더 자랑스럽다.
나는 이 멋진 순간을 맞기위해 새벽 3시 반부터 달려도 보았고
보통사람이 이해 못하는 일도 많이했다.
올 여름 1000km 이상을 훈련한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고맙다. 모두가 고맙다.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을 주신 부모님이 고맙고,
과도한 훈련에 짜증 내지않고 믿고 지켜봐준 아내가 고맙고
내 주위의 모든분들의 격려에 감사드린다.
나는 내 자신을 이겼다!
-글을 마치며-
개인적으로 목표했던 10시간내 걷지않고 완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자원봉사님들과 서울마라톤 스텝진 여러분께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부상없이 완주한 덕택에 지난주 '중마'에서
본인 최고기록을 세우는 무리를 범하며 올해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지루한 긴글 읽어주심에 감사드리며 내년 3월 여의도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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