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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명동 빈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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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3-02-24 09:22 조회7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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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명동빈대떡 집엘 갔습니다.

문정복님이 압구정의 배터지는 집을 접고 새로이 강북시대를 연 이후 그곳에서 몇번의 모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가뵙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었던 차에, 김진사께서 허창수를 비롯한 주먹깨나 쓰는 사람들을 다 모이라고 소집령을 내린 사건이 발생한 바 혹여 싸움판이라도 벌어지면 중재를 해보려는 작은 충정에서였지요.

빗방울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저녁 7시는 빈대떡에 막걸리 몇잔을 마시는 상황에는 최고의 연출이 아닐까를 생각하면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몇 분 정도 늦을 것 같아 연신 휴대전화를 해대며, 조금 늦더라도 이해를 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어? 광호씨...아무도 안 왔는데, 오늘 무슨 모임있어요?'

문정복 사장의 대답입니다.
그럴리가 없는데...의아해하며 드디어 명동빈대떡에 들어간 시간이 7시 5분 정도인데, 정말 아무도 없을 뿐 아니라, 한 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여보세요? 송재익입니다. 어? 우광호. 왜 거기가 있어? 아무도 안갈텐데...김진사도 거기 안갈꺼야...'
'뭐? 그럴리가 있냐. 본인이 모이라고 해놓고...그냥 술 한잔 하자는 얘기도 아니고 주제도 묵직하게 걸었던데?'
'아냐. 나 영철이 만나러 처갓집 가는 길인데, 너 일루 와라.'
'안돼. 기다려 봐야지. 허창수는 안올지 몰라도 김진사야 오시겠지.'
'그래. 그럼 니 맘대로 해. 기다리다가 아무도 안오면 일루 와.'

옆 테이블에서는 문정복사장을 연신 불러대며 마라톤에 대한 화제를 이어갑니다. 식당입구 오른 쪽 벽에 세면장의 수건걸이를 부착해놓고 그 곳에 메달 50여개를 걸어놓은 문사장님의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아저씨 정말 저거 다 뛴겁니까? 메달 하나만 주면 안돼요? 에에이~ 하나만 주시지...7-8명의 일행중 한분이 말합니다. 내 친구도 마라톤을 하는데 매일 10킬로를 뛴다. 귀가 번쩍 띄입니다. 매일 10킬로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훈련아닙니까. 특히 직장인에게는 그럴 수 있는 시간 확보가 너무나 부러운 것이지요. 수준급 마라토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찰라에 자기들 고향이 '용왕산'이라는 말이 나오고, 그 때서야 문사장과 나는 아하...그럼 그렇지, 용왕산 마라톤회 얘기로구나...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얘기는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주인아저씨 용왕산 아세요? 그럼요. 특히 저는 테레비에도 많이 나오고...해서 마라톤하는 사람들은 저는 몰라도 그분들은 저를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용왕산마라톤 모임에도 친한 사람 몇이 있는데...음...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얘기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어쨋거나, 생각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내 자신을 쳐다봅니다. 입구의 작은 테이블에 뎅그마니 혼자 앉아 막걸리 통을 비우고 있습니다. 창밖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보면 허우대는 멀쩡한 중년(아, 이 생경한 단어를 내 자신에게 쓰다니)이 혼자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초라해보일까...를 생각합니다. 위로라면 정복이 형이 맛나게 부쳐준 녹두빈대떡과 김치전과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술기운이 감미롭다는 점 정도일까요.

도중에도 전화는 숱하게 해대었습니다. 열혈남아 정영철형은 형님아, 이리 와라. 재익이 형하고 동윤이 형님하고 같이 있는데, 거기서 외롭게 뭐하냐...고 청하기도 하고, 허창수의 위치를 알아보려고 김승기님의 전화를 찾아 걸기도 하고. 혹시 상황을 알지 모르는 이윤희에게 전화를 했더니 고향에 일이 있어 와 있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하지만 정작 김진사님께는 전화를 걸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그 정도 되시는 분의 양식을 믿었기 때문이지요. 아, 이제 내가 할 일은?

막걸리 세 통을 온전히 혼자서 비운, 9시가 넘을 즈음에 정영철님이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형, 기다려. 내가 간다.'
'아냐, 오지 마. 그럴 필요 없어.'
'아냐. 지금 택시 타려는 중이야. 형이 얼마나 불쌍하냐. 불쌍해 죽겠어.'
'나, 사실은 지금 지하철 타는 중이야. 오면 안돼, 못 만나.'
'그래? 알았어. 그럼 할 수 없네.'

나는 압니다. 나를 생각해주는 그의 뜨거운 마음, 정이 넘치는 마음을. 하지만, 약간의 거짓말을 하면서도 오지 못하게 막은 것은,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그 때 만나서 새로운 판을 벌리면, 이미 취기가 오르기 시작한 정영철님의 상대가 되기에는 내 주량이 약하고, 특히 나에게 그를 떠넘겨 보내는 송재익군이 미웠기 때문입니다. 아마 송재익군이 함께 온다고 했으면 기꺼이 기다렸을 것입니다. 내 이런 통화내용을 테이블너머로 들으면서 정복이형이 빙그레 웃습니다.

이제는 집으로 가야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형, 빈대떡 두 장만 맛있게 부쳐줘. 집에 가지고 가서 와이프하고 애들 멕이게.'
'알았어. 내가 써비스로 싸줄께.'
'아냐, 무슨 써비스. 처음 오면서 선물 하나 사오지도 못했는데.'
'광호씨 선물은 무슨 선물...'

빈대떡 두장에 막걸리 세 통 값을 물으니 만구천원이랍니다. 홑 만구천원. 아마도 빈대떡 한장에 5천원하고, 막걸리 3천원인가 봅니다. 계산과는 별도로, 홀써빙하시는 두 아주머니께(한 분은 인척이신데, 우리 사장님 '사람' 좀 소개시켜달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제가 팔자에 없는 매파가 될 수 있을런지...) 받지 않으시려는것을 억지로 택시비조로 조금씩 쥐어드리고, 달아나듯이 가게를 나섰습니다.

그렇게 형이 부쳐준 맛난 빈대떡 두장과, 내가 먹다가 조금 남긴 것도 함께 싸서 가방에 담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아마도 짧은 시간이지만 지하철안에서 제법 곤히 잠을 잔 것 같습니다. 눈을 뜨니 금정역을 세 정거장이나 지나 대야미, 반월역입니다. 부랴부랴 빈대떡을 챙겨들고 역무원에게 물었습니다. 산본을 가려면 어디서 택시를 타야하느냐고. 역무원은 뭐하러 택시를 타느냐, 택시를 타면 요금도 비싸니 돌아가는 열차를 타라고... 항상 늦다보니 지하철에서 내리면 택시를 타는 것이 습관이 되었나 봅니다.

'어때, 맛있지? 이거 우리 서울마라톤에 명동빈대떡집을 하는 분이 직접 부친건데, 공짜로 주시더라.'
'그래? 맛있네...'
'얘들아, 니들도 먹어라.'

흥보가 자식들 밥 퍼먹는 모습을 보듯, 빈대떡 한 장이지만, 공부하던 아이들이 제 방에서 나와 출출하던 차에 맛있다고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은 이내 흐뭇해집니다. 참, 아파트 상가에서 막걸리 한 통을 더 사가지고 들어갔으므로, 나는 가족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시 잔을 기울입니다. 이런 판에, 자리를 주최하고도 얼굴을 보이지 않은 김진사에 대한 섭섭함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오히려 감사를 해야 할 듯 합니다.

김진사님...이제 한판 싸움은 다 지나간 것이지요? 허창수 호출은 끝난거지요?

*************

창수형
오장육부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찌꺼기들 먼바다로 나가 칼칼히 씻고서 오늘 저녁 7시까지 명동 문정복집으로 와.

형, 주먹 좀 쓸 줄 아는 모양인데 주먹에도 禮와 道가 있는 법,
망나니처럼 함부로 주먹 휘둘리면 그건 김무옥은 될 수 있으나 긴또깡은 못되.
먼저 주먹 쓰는 법을 배운 다음 우미관 출입을 해.
저녁에 와.
술 배 비우고서...
(주먹깨나 쓴 아이들 다 와)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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