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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黎明星 칼럼]면장선거와 선물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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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선 작성일03-02-11 10:34 조회6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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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면에는 안개와 바람이 많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무풍면(霧風面)이다. 그 옛날 안개계의 오야붕인 오리무중(五里霧中)이 놀러 왔다가 무풍면의 백리무중에게 혼이나서 돌아갔다는 전설이 떠돌 정도로 안개는 늘 자욱하다. 풍신(風神)의 고향처럼 바람이 잦은 이곳은 하루라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사람들의 입에 가시가 돋을 정도다(내가 시방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여?) 특히 5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면장선거때 몰아 치는 바람의 위력은 특A급 태풍을 능가한다. 세풍,북풍,총풍,병풍같이 이름도 요상한 이 바람들은 모두 스산한 허풍(虛風)과 같은 패밀리다. 따라서 무풍면의 역사는 안개속에서 바람이 기록한 것이다.

무풍면은 면소재지인 울서리(鬱瑞里), 기경리(畿京里),청충리(淸忠里),라전리(羅全里),상경리(尙慶里),원강리(原江里)란 여섯개 마을과 섬마을인 다삼리(多三里)와 그 부속도서로 이루어 져 있다. 이중에서 면장을 여러명 배출한 상경리와 그 동안 핍박만 받았다고 자부하는 라전리는 오랜 세월 원수처럼 싸웠다. 그러자 싸움구경에 식상하여 심심해 진 나머지 마을들도 모두 싸움에 나섰다. 사람들은 이를 "지역감정전쟁"이라고 하는데 지역도 감정을 가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을 말하는 것이리라.

하여튼 무풍면의 1인자인 면장은 선거때 이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열심히, 은밀하게 이용하여 당선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선되고 나면 누구나 예외없이 망국 아니 망면(亡面)의 이 지역감정을 꼭 해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상한 병이 생긴다.

무풍면에서 가장 흔한 것을 꼽으라면 아마 이동전화일 것이다. 연락하고 알려야 할 사무친 사연과 그리운 소식이 무에 그리 많은 지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갓난아기만 빼고 모두 하나씩 들거나 목에 매고 다닌다. 울서리의 어느 동네에서는 개도 물고 다니는 것이 목격되었다 한다. 그러나 무풍면의 하늘에는 쓰잘데 없는 통신은 항상 넘치지만 의미있고 진실한 대화는 귀하다.

무풍면 사람들의 교육열은 거의 결사적이어서 변덕스런 공교육은 쇠망하고 영악한 사교육은 번창했다. 그래서 유능하고 돈 많이 버는 족집게 학원강사는 많지만 진정한 사표가 되는 선생님은 드물다.

무풍면 사람들은 빚이 많다. 위기에 빠진 무풍면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저축은 악덕이고 소비가 미덕이며 빚을 얻어 흥청망청 사는 것이 올바른 시대정신으로 장려 된 탓이다. 빚을 값지 못해 "배째라 족"이 된 사람들도 엄청많다.

무풍면 어른들은 폭탄제조에 능해서 인류문명과 역사를 함께 해 온 술이라는 물질과 그것에 중독된 사람들을 더불어 학대하며 즐기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양주와 소주 같은 독주와 맥주를 일종 비율로 혼합한 것을 폭탄주라고 하고 혼자서 폭탄주를 마시는 것을 자폭한다고 하는데 안개가 더욱 자욱해 진 요즈음 대낮부터 자폭하는 사람들이 많다.

곤고하고도 광포한 세월에 시달리며 한평생 허위허위 살아 온 무풍면의 원로들은 요즈음 젊은 것들은 전쟁 아니, 안보불감증에 걸렸다고 혀를 찬다. 예전에는 전쟁의 기미만 보이면 라면, 양초등과 같은 비상용품을 사재기 위해 줄을 섰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자폭의 술을 마시며 복권을 사기 위해 끝없는 행렬을 만든다고 개탄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풍면 사람들은 하루살이 아니 주일살이다. 일주일동안 꿈에 부풀어 살다가 주말이면 거의 예외 없이 비정한 확률의 응징을 받아 절망하며 자살을 꿈꾼다. 그러다가 새로운 복권판매와 함께 이튿날 활기차게 부활한다.

무엇인가 한번 시작 했다 하면 끝장을 보는 성미인 무풍면 사람들은 마라톤을 잘한다. 마라톤이 미용과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난 뒤로 남녀노소가 불철주야로 적막강산을 뛰어 다닌다. 그러나 풀코스 한 번 완주했다고 철없이 으시대다간 큰 코 다친다. 적어도 풀코스는 20회 이상 완주하고 기록은 3시간 30분이내, 100킬로, 200킬로를 뛰는 울트라 마라톤도 한 두번 완주해야 마라톤계에 명함이나마 내밀 수 있는 것이다.

무풍면 사람들이 아니 유권자들이 5년마다 치르는 면장선거에 나서는 태도는 다분히 감성적이고 투기적이다. 마치 선물투기를 하는 듯하다. 우선 방향과 패를 정하고 가르면 불문곡직 그쪽으로만 매진하는 것이다. 하긴 선거와 선물투자는 서로 닮았다. 둘다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선물은 기초상품의 가격변동에서 오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안된 파생상품이다. 기초상품은 곡물, 주가지수, 금, 금리등과 같이 단일 상품이고 만기는 통상 3개월이다.

그러나 무풍면 사람들이 5년마다 투자하는 면장선거라는 선물은 일종의 복합선물이고 만기는 5년이다. 이 선물의 기초상품은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 이념간 갈등과 대결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있는 데다 뜬금없이 면소재지를 청충리로 이전한다는 선물(膳物)까지 보너스로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선물거래는 샀으면 되팔고 팔았으면 다시사서 포지션을 정리하면 되지만 이 면장선거라는 선물은 한 번 사거나 팔면 절대 손을 털수 가 없다. 5년동안 안개와 바람 같은 면장의 변동성과 방향성에 속수무책으로 몸을 맡기고 기대와 번민과 회한으로 가끔 폭탄주나 마시면서 그 약속과 결제의 이행과정을 지켜보는 수밖에 딴 도리가 없는 것이다.

새로운 면장의 취임을 앞둔 오늘도 안개 낀 무풍면에는 바람이 불고 사람들의 얼굴은 침울하다. 안개와 바람은 변동성이고 불확실성이며 위험과 같은 말이다. 무풍면에 자욱한 안개와 거센 바람이 걷히고 잠자는 날은 언제일까.(200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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