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黎明星 칼럼]김대풍이장 옵션투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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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선 작성일03-02-05 09:55 조회66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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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통리(韓統里)가 탄식천(嘆息川)을 사이에 두고 한남리(韓南里)와 한북리(韓北里)로 갈라진지도 꼭 100년이 지났다. 한동네가 두 마을로 나뉘자 사람들도 갈라져 서로 개와 원숭이 처럼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살았다. 실제로 한 50년전에는 박이 터지게 서로 싸웠다. 아니 싸우다가 진짜 박이 터졌다. 전쟁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두 한남리와 한북리로 편을 나누어 꼬박 3년을 싸웠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죽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상했다.
전쟁에 끌려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어떤 사람은 탄식천이 피에 붉게 물들어 꼬박 1년을 흘렀다고 회상했는데 실제로 탄식천에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적어(赤魚)만 살고 적어는 귀한만큼 맛이 좋다. 하천바닥의 돌과 모래도 핏빛이고 강 양안에 무성한 풀과 나무도 빨간 빛을 띄었다. 탄식천을 가로 질러 한남리와 한북리를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인 남북교(한북리 사람들은 북남교라고 부른다)도 끊어진 채 흉측스런 모습으로 아득한 세월의 무게를 간신히 견디고 있었다.
한통리가 왜 분단되고 사람들은 어떻게 이산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북리 제1집단양계장의 총서기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다투다가 갈라섰다고 하고 한남리의 유일한 공장인 소망 양초공장 노조위원장출신은 분배가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를 놓고 다투다가 원수지간이 되었다고 한다. 한남고등학교 지학선생님은 땅이 도는것인지 하늘이 도는 것인지를 놓고 꼭 석달 열흘을 밤낮으로 입씨름하다가 몸싸움끝에 결별했다고 하는데 그 어느 것도 분명치는 않다 분명한 것은 갈라졌다는 것이고 갈라져서 싸웠다는 것이고 그래서 한통리는 세상에서 유일한 분단동네라는 점이다.
임기 5년인 한남리 이장에 당선된 김대풍(金大風)씨는 임기내에 다시 한남리와 한북리를 합쳐 100년전의 한통리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한북리 종신이장인 김정통(金正統)씨에게 밀사를 보냈다. 한남리의 읍내인 울서(鬱瑞)를 떠난 밀사는 배를 타고 탄식천을 따라 내려가 바다로 나갔다. 꼬박 하루를 더 항해한 끝에 한북리의 읍내인 피양(避壤)에 도착했다.
한북리 김정통 종신이장은 밀사가 올줄 알았다는 듯이 반갑게 맞았다. 곧 본론, 아니 흥정에 들어갔다. 기본은 북남이장회담을 하는 것인데 여러가지 옵션이 따랐다. 항구까지 직접 영접나가는 것, 동원할 환영군중의 수, 영빈관사용여부, 만찬과 건배의 횟수, 공동성명발표, 김정통종신이장의 답방등등이 그것이었다. 옵션이 추가될 때마다 당연히 비용도 올라갔다. 밀사가 곤혹스러워하자 김정통 종신이장은 빙그레 웃으며 옵션은 선택이지 필수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풀옵션 패키지로 타결할 경우 할인혜택을 베풀 수 있다고 했다.
밀사의 보고를 받은 김대풍이장은 풀옵션으로 할 것을 결정하고 이를 한북리로 통보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고심끝에 그는 한북리 출신으로 한남리에서 가장 부자인 대현(大賢)농장의 정대현씨를 이장공관으로 불렀다. 이 역사적사업에 도움을 주면 한북리의 생수사업독점권을 보장하겠다는 것과 자금은 협동조합을 통해 저리로 대출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나이가 들어 판단이 흐려진 정대현씨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수락했다. 영농기계화로 수질오염이 심해진 한남리에는 먹을 물이 귀했기 때문에 풍부한 수량과 뛰어난 수질을 자랑하는 한북리 생수를 독점공급하면 엄청난 돈을 벌수 있겠다는 천부의 사업감각이 발동했던 것이다. 그 옛날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 말이다.
그러나 당장 현찰이 없었다. 김대풍이장은 협동조합장을 불러 대현농장에 충분한 돈을 대출해 주도록 지시, 아니 강요했다. 말 안듣는 조합장 몇이 목이 달아나거나 일신상의 사유도 없이 사직하거나 혹은 자진 퇴직하였다. 이장이 조합장을 마음대로 갈아 치워도,그래도 되는지, 혹은 안되는 줄 알면서 왜그랬는지는 알수 없지만 하여튼 그렇게 대출은 나갔고 대현농장은 어찌저찌하여 그 막대한 돈을 한북리로 보냈다.
마침내 남북이장회담이 온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만세를 부르고 잔치를 열었다. 이장회담에서 합의한 사항도 속속 실행되었다. 전쟁으로 헤어지고 흩어진 피붙이들을 세상살 날이 적게 남은 순으로 선발하여 한북리와 한남리를 오가며 만나게 했다 끊어진 남북교가 다시 이어졌으며 땅이 척박하고 가난한 한북리 동포들을 위해 남아도는 쌀과 소 100마리를 보내주어 고깃국에 이밥을 먹는 평생소원을 풀어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 모든 것들을 인도주의라고도 하고 햇볕주의라고도 불렀다.
다툼도 없지 않았다. 탄식천에서 적어잡이를 하던 어부들끼리 싸움이 붙어 남북의 몇사람이 죽었고 생수를 공급하던 파이프라인이 끊어지기도 했다.
그해 말 남북이장회담을 성사시킨 공로로 김대풍이장이 그토록 갈망하던 '별로(瞥露) 화평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유사이래 처음인 큰 상을 받았지만 기뻐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을 만든 사람의 이름처럼 별로였다. 배고픈 것은 잘 참아도 배아픈 것은 절대로 참지못하는 사람들이 화평상을 돈 주고 샀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은밀하게 씩뚝거렸다. 소문이 점점 퍼져나가자 한남리 전체가 의혹과 갈등으로 들끓었다.
큰 평화는 종종 작은 평화를 희생시키거나 다치게 하거나 인질로 삼는다. 세계의 큰 평화를 이루기 위해 작은 전쟁이 종종 일어나는 것이 바로 그 이치다. 임기가 곧 끝나는 김대풍이장은 초조했다. 모든 것은 옵션대로 한북리 김정통 종신이장이 답방을 해서 밝히면 해결되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밀사와 특사를 번갈아 보냈는데도 만나주지도 않는다. 더구나 옵션의 만기는 자신의 임기만료시점과 일치하는데 얼마남지도 않았다.
위기를 느낀 김대풍이장은 마침내 한북리에 돈을 보낸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면서 그것은 한남리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통치행위의 일부이기때문에 사법조사의 대상이 아니다고 발을 뺐다. 차기 이장으로 당선된 노무풍(盧霧風)씨는 처음에는 강경하게 법대로 원칙대로 처리해야한다고 눈을 부라렸다가 한발 물러서 한남리의 이익과 대외적인 체면과 자존심을 고려하여 주민대표회의에서 인간적으로 아니 정치적, 자치적으로 해결하자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자 이장선거에서 패배한 다수파인 나라한(羅拏漢)파가 발끈했다.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여 책임자는 처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바로 그때 무겁고 어수선하며 음울한 분위기를 깨고 확성기 소리가 한북리로부터 들려 왔다.
"아!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콰악, 툇!(가래침 뱉는 소리) 여기는 한북리 공식마을방송입니다. 위대하신 우리 한북리 김정통 종신이장님은 북남이장회담을 구실로 일전한푼 받은 적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옵션은 선택이자 약속이다. 약속은 신뢰를 바탕으로 효력을 갖는다. 그래서 옵션을 파는 사람을 발행자(writer)라고 한다. 정상적인시장에서의 거래는 법적 제도적으로 권리행사와 약속이행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암거래, 밀거래, 뒷거래는 다르다. 그 약속의 이행 여부는 전적으로 옵션발행자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김대풍이장의 풀옵션투자 아니 투기는 통치행위도 자치행위도 아니다. 위험관리가 수반되지 않은 일종의 투기행위일뿐이다. 실패한 투기는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는가 그것이 알고 싶다.
전쟁에 끌려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어떤 사람은 탄식천이 피에 붉게 물들어 꼬박 1년을 흘렀다고 회상했는데 실제로 탄식천에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적어(赤魚)만 살고 적어는 귀한만큼 맛이 좋다. 하천바닥의 돌과 모래도 핏빛이고 강 양안에 무성한 풀과 나무도 빨간 빛을 띄었다. 탄식천을 가로 질러 한남리와 한북리를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인 남북교(한북리 사람들은 북남교라고 부른다)도 끊어진 채 흉측스런 모습으로 아득한 세월의 무게를 간신히 견디고 있었다.
한통리가 왜 분단되고 사람들은 어떻게 이산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북리 제1집단양계장의 총서기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다투다가 갈라섰다고 하고 한남리의 유일한 공장인 소망 양초공장 노조위원장출신은 분배가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를 놓고 다투다가 원수지간이 되었다고 한다. 한남고등학교 지학선생님은 땅이 도는것인지 하늘이 도는 것인지를 놓고 꼭 석달 열흘을 밤낮으로 입씨름하다가 몸싸움끝에 결별했다고 하는데 그 어느 것도 분명치는 않다 분명한 것은 갈라졌다는 것이고 갈라져서 싸웠다는 것이고 그래서 한통리는 세상에서 유일한 분단동네라는 점이다.
임기 5년인 한남리 이장에 당선된 김대풍(金大風)씨는 임기내에 다시 한남리와 한북리를 합쳐 100년전의 한통리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한북리 종신이장인 김정통(金正統)씨에게 밀사를 보냈다. 한남리의 읍내인 울서(鬱瑞)를 떠난 밀사는 배를 타고 탄식천을 따라 내려가 바다로 나갔다. 꼬박 하루를 더 항해한 끝에 한북리의 읍내인 피양(避壤)에 도착했다.
한북리 김정통 종신이장은 밀사가 올줄 알았다는 듯이 반갑게 맞았다. 곧 본론, 아니 흥정에 들어갔다. 기본은 북남이장회담을 하는 것인데 여러가지 옵션이 따랐다. 항구까지 직접 영접나가는 것, 동원할 환영군중의 수, 영빈관사용여부, 만찬과 건배의 횟수, 공동성명발표, 김정통종신이장의 답방등등이 그것이었다. 옵션이 추가될 때마다 당연히 비용도 올라갔다. 밀사가 곤혹스러워하자 김정통 종신이장은 빙그레 웃으며 옵션은 선택이지 필수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풀옵션 패키지로 타결할 경우 할인혜택을 베풀 수 있다고 했다.
밀사의 보고를 받은 김대풍이장은 풀옵션으로 할 것을 결정하고 이를 한북리로 통보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고심끝에 그는 한북리 출신으로 한남리에서 가장 부자인 대현(大賢)농장의 정대현씨를 이장공관으로 불렀다. 이 역사적사업에 도움을 주면 한북리의 생수사업독점권을 보장하겠다는 것과 자금은 협동조합을 통해 저리로 대출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나이가 들어 판단이 흐려진 정대현씨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수락했다. 영농기계화로 수질오염이 심해진 한남리에는 먹을 물이 귀했기 때문에 풍부한 수량과 뛰어난 수질을 자랑하는 한북리 생수를 독점공급하면 엄청난 돈을 벌수 있겠다는 천부의 사업감각이 발동했던 것이다. 그 옛날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 말이다.
그러나 당장 현찰이 없었다. 김대풍이장은 협동조합장을 불러 대현농장에 충분한 돈을 대출해 주도록 지시, 아니 강요했다. 말 안듣는 조합장 몇이 목이 달아나거나 일신상의 사유도 없이 사직하거나 혹은 자진 퇴직하였다. 이장이 조합장을 마음대로 갈아 치워도,그래도 되는지, 혹은 안되는 줄 알면서 왜그랬는지는 알수 없지만 하여튼 그렇게 대출은 나갔고 대현농장은 어찌저찌하여 그 막대한 돈을 한북리로 보냈다.
마침내 남북이장회담이 온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만세를 부르고 잔치를 열었다. 이장회담에서 합의한 사항도 속속 실행되었다. 전쟁으로 헤어지고 흩어진 피붙이들을 세상살 날이 적게 남은 순으로 선발하여 한북리와 한남리를 오가며 만나게 했다 끊어진 남북교가 다시 이어졌으며 땅이 척박하고 가난한 한북리 동포들을 위해 남아도는 쌀과 소 100마리를 보내주어 고깃국에 이밥을 먹는 평생소원을 풀어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 모든 것들을 인도주의라고도 하고 햇볕주의라고도 불렀다.
다툼도 없지 않았다. 탄식천에서 적어잡이를 하던 어부들끼리 싸움이 붙어 남북의 몇사람이 죽었고 생수를 공급하던 파이프라인이 끊어지기도 했다.
그해 말 남북이장회담을 성사시킨 공로로 김대풍이장이 그토록 갈망하던 '별로(瞥露) 화평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유사이래 처음인 큰 상을 받았지만 기뻐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을 만든 사람의 이름처럼 별로였다. 배고픈 것은 잘 참아도 배아픈 것은 절대로 참지못하는 사람들이 화평상을 돈 주고 샀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은밀하게 씩뚝거렸다. 소문이 점점 퍼져나가자 한남리 전체가 의혹과 갈등으로 들끓었다.
큰 평화는 종종 작은 평화를 희생시키거나 다치게 하거나 인질로 삼는다. 세계의 큰 평화를 이루기 위해 작은 전쟁이 종종 일어나는 것이 바로 그 이치다. 임기가 곧 끝나는 김대풍이장은 초조했다. 모든 것은 옵션대로 한북리 김정통 종신이장이 답방을 해서 밝히면 해결되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밀사와 특사를 번갈아 보냈는데도 만나주지도 않는다. 더구나 옵션의 만기는 자신의 임기만료시점과 일치하는데 얼마남지도 않았다.
위기를 느낀 김대풍이장은 마침내 한북리에 돈을 보낸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면서 그것은 한남리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통치행위의 일부이기때문에 사법조사의 대상이 아니다고 발을 뺐다. 차기 이장으로 당선된 노무풍(盧霧風)씨는 처음에는 강경하게 법대로 원칙대로 처리해야한다고 눈을 부라렸다가 한발 물러서 한남리의 이익과 대외적인 체면과 자존심을 고려하여 주민대표회의에서 인간적으로 아니 정치적, 자치적으로 해결하자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자 이장선거에서 패배한 다수파인 나라한(羅拏漢)파가 발끈했다.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여 책임자는 처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바로 그때 무겁고 어수선하며 음울한 분위기를 깨고 확성기 소리가 한북리로부터 들려 왔다.
"아!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콰악, 툇!(가래침 뱉는 소리) 여기는 한북리 공식마을방송입니다. 위대하신 우리 한북리 김정통 종신이장님은 북남이장회담을 구실로 일전한푼 받은 적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옵션은 선택이자 약속이다. 약속은 신뢰를 바탕으로 효력을 갖는다. 그래서 옵션을 파는 사람을 발행자(writer)라고 한다. 정상적인시장에서의 거래는 법적 제도적으로 권리행사와 약속이행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암거래, 밀거래, 뒷거래는 다르다. 그 약속의 이행 여부는 전적으로 옵션발행자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김대풍이장의 풀옵션투자 아니 투기는 통치행위도 자치행위도 아니다. 위험관리가 수반되지 않은 일종의 투기행위일뿐이다. 실패한 투기는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는가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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