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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호미곶후기]내가 호미곶으로 가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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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선 작성일02-12-10 09:12 조회7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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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마다 겨울이면 몽유병자 되어 바람 거센 호미곶으로 가는 까닭은
그곳에 장엄한 일출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오롯한 희망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날세워 더욱 날카로운 허연 이빨 드러낸 파도가 집어 삼킬 듯
아슬한 호미곶을 열병앓듯 그리는 까닭은
그곳에서 일상에 대한 환멸을 다스리고 새로운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파도에 말없이 씻기며 하늘 향해 곧은 의지 우뚝 세운 상생의 손이 부르는
호미곶으로 가는 까닭은
세속에 이미 물들고 지쳐 피폐해진 내 영혼과 심성을 달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구비구비 가혹한 언덕이 끝없이 펼쳐진 호미곶을 찾는 까닭은
그곳을 달림으로써 얻는 자학 같은 즐거움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일광이 새처럼 날아들어 이 땅에서 제일 먼저 아침을 여는 호미곶으로 가는 까닭은
그곳에 아스라한 내 유년의 기억을 더듬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설레임으로 잠못 이루며 천리 먼길 허위허위 조바심 담아
호미곶으로 달려가는 까닭은
그곳에 젊고 굳센 해병 건아의 기상과 투지가 붉은 물결처럼 넘실대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굳이 투박한 사투리에 넘치는 정을 주체하지 못해 안타까운 사람들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호미곶으로 가는 까닭은
그곳에서 아득하게 잊고 지낸 세상과 사람의 생생한 숨결을
느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달리기 위해 고향 같은 호미곶으로 가는 까닭은
과매기 안주삼아 허기진 배에 참소주 털어넣으며 반추하는 완주의 희열을
맛볼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궂고 험한 날씨나 작은 실수조차도 즐거움과 아름다움으로 승화하는 축제의 마당
호미곶으로 가는 까닭은
시린 손 호호 불며 목이 쉬도록 응원하는 착하고 여린
자원봉사 여학생들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동해의 끝없는 수평이 달리는 자의 고독을 넉넉하게 감싸안는
호미곶으로 가는 까닭은
서쪽에서 시작된 일몰이 검푸른 바다를 어둠속으로 접수할 즈음
설핏 비감에 물들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달리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고 귀함을 누리는 호미곶으로 가는 까닭은
그곳에 시린 정을 데울 수 있는 달리기 동무들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땅에 입맞추고 사제의 발을 씻어 주는 교황처럼
한없이 자신을 낮추며 주자에게 마음으로 봉사하는
그린넷마의 동무들이 있기 때문만은 더욱 아니다.

내가 젊은 날의 화려한 축제처럼 달리는 사람들이 한바탕 어울렁대는
호미곶으로 찾아가는 까닭은
그곳에 마음으로 노래하는 시인들이 많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시집을 낸 새벽의 선인 강석호가 있기 때문만도 아니고
문학적 사춘기를 격렬하게 겪고 있는 듯한 해랑의 초췌한 얼굴이 있기 때문만도 아니며
세상과 사람을 마음으로 사랑하며 술과 풍류를 진정으로 즐기는 영일만 친구
오주석이 있기 때문만도 아니고
11월의 울트라 250리 그 험한 길을 잠시 함께 뛰며 정다운 대화 나누었던
이 순호 형이 있기 때문만도 아니고
재기발랄한 날라리 신동익의 은근한 정이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내가 헤어짐이 마냥 아쉽고 서러워 막무가내 붙잡고 늘어지는 달리기 동무들과 한바탕 실랭이 할 것을 각오하고 굳이 호미곶으로 가는 까닭은
아름답고 포근하며 때로 끈끈하기 이를 데 없는 달리기 동무들의 굵고 투박한 정을 가슴에 담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2002/12/09)

Morningstar 정 병선

P.S. 달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호미곶축제를 계획하고 준비하며 진행하시느라 긴 날을 노심초사하신 박해철 그린넷마 회장님과 여러 회원님들, 주로에서 몸을 던져 봉사하신 여러 자원봉사자 여러분들, 비를 맞으면서도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 지역 주민 여러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호미곶에서 저는 풀뿌리 마라톤이 가야 할 길을 보았고 사랑과 봉사가 만든 기적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린넷마 힘! 호미곶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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