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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 맡은 바 임무를 다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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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재봉 작성일02-12-09 15:41 조회8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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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 맡은 바 임무를 다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풀뿌리 달림이들의 축제의 향연이라 할 수 있는 호미곶마라톤대회에
광화문마라톤모임의 4:20분 페이싱팀에 합류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훈련도 많이 했고
조직위의 심려를 조금이나마 풀어 드릴수 있지 않을까 하여 단체버스를
운행해보려고도 했습니다.
또한 작년 1회대회 참가때 바람을 피할만한 장소가 넉넉치 못해 근처
오댕집에 들어가 추위를 피했던 경험을 되살려 바람막이 텐트를 운영하려
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출발당일 한가지 사건으로 말미암아 모두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바로 단체버스 운행이 당초보다 1시간 30분이나 지연되어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름대로는 철저히 한다고 대회전날 출발시각 조정(4:00→4:20)에 대한
사항을 탑승하실 모든 분들에게 확인하고 다시 한번 버스기사분에게
전화로 탑승에 대한 다짐을 받았습니다.

"내일 4:20분까지 한강여의도지구 63빌딩앞 주차장에 버스를 꼭 대주셔

합니다. 늦으면 안됩니다"
"염려마세요. 사람들이 약속시간을 안지켜 출발을 못하지 차가 제시간에
안와서 출발을 못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출발자들에 대한 출발시간 안내와 단체버스 예약에 대한 확인을 위와 같이
마치고는 근처 할인점에 가서 내일 탑승자들과 같이 나눌 음식물들을
구입하여 사람수대로 분배하고 내일 차에 실을 텐트랑 취사도구 등을
챙긴 후 늦게 자리에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자명종 소리에 벌떡 일어나
보니 3시 30분... 잠자리를 박차고 약속장소로 갔습니다.

3:15분... 어둔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아끼려고 미리 준비한 개인 분배물을 나눠 드리고
났는데도 오기로 한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웅성거림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거야..."
어떤 분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같은데..."

그때까지만 해도 "아마 차는 오고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 3시 40분...50분...

버스기사분에게 전화를 거니, 잠결에 들려 오는 그 분의 목소리...
"여보세요"
"저, 포항가는 단체버스를 예약했던 고재봉입니다. 어찌 된겁니까?"
"아! 경기관광 00상무에게 어제까지 확인부탁을 했는데..."
"그럼 버스가 못온다는 말씀이십니까?"
"..."
"지금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30~40명이 새벽추위에 떨고 있는데...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말씀입니까?"
"..."

그랬습니다. 어제 단체버스 지연에 대한 사유는,
버스회사의 배차를 지시하는 분이 어떤 사유로 인해 배차지시를 빼먹었고,
그 결과 버스가 움직이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당일 새벽, 제 전화를 받고서야 비로서 한강에서 제일 가까운
기사분을 호출하여 대신 오시게 했던 겁니다.

떠날 때만 해도 암담했습니다.
"과연 뛸 수는 있는 것일까?"
"만약 대회장에 너무 늦게 도착해서 뛰지 못하게 하면 어떻하지...?"
"어떤 방법으로 이 분들에게 환불을 해드려야 하나..."
그러나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새벽 고속도로는 뻥 뚤렸고, 버스는 잘
달려 주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대회장에 도착하니 11시 30분,
강석호님과 신동익님이 달려 나와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늦게 오신 분들은 약 30분정도 먼저 정상출발했으니 그냥 예정대로
달리시고 페이스메이커들은 차편을 이용하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몸을 풀기 위해 주로에서 움직이는 사이, 무심하게도 페이스
메이커를 실은 차는 저와 강창석님을 남긴 채, 앞을 스치고 지나가고...
그 뒤부터는 정말 죽을 각오로 따라 붙었습니다.

페이스메이커 시각표를 위드자켓으로 가리고 뛰다 오른쪽 손목에 부착한
페이싱 분배표를 보면서 늦은 시간을 만회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시간대를 맞추게 되면 자켓을 벗어 후반이나마 정상적인 페이싱
임무를 수행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25km 지점부터는 정상적인 시간을 맞췄지만...
그 이후는 웃으면서 레이스 펼치기가 힘들었습니다.
나 자신이 초반에 오버페이스 했던 것이었습니다.

진눈깨비가 몰아치는 30km, 언덕을 넘을 때쯤 머리가 혼미해 지고,
졸음이 오기 시작합니다.
얼굴속을 후벼 파는 진눈깨비 속에 고개를 푹숙이고, 호미곶의 매서운
비바람속에서 나는 속으로 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호미곶 마라톤대회 박해철 회장님,오주석 고문님, 그리고
강석호님... 더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이런 부끄런 모습으로 자켓을 벗어 광화문 페이싱시각표를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요.대회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누를 끼치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35km 지점에 오니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학생들이 쉰 목소리로
"힘내세요"를 외치며 응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학생! 고마워요"하며 귤을 받는 순간,
새빨갛게 부어 오른 손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순간 콧등이 찡하고 "헉~"하며 눈물이 터졌습니다.
"학생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바람은 점점 세차 파도는 흉흉히 날뛰는데...
눈앞에서는 뿌연 바다안개가 나의 못남을 비웃기라도 하는지 내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데...

저멀리 결승아치가 보이고 결승점이 보입니다.
예전같으면 당당히 웃으며 두 손을 높이 들고 결승점을 통과했지만
난 그럴 수가 없읍니다.

그린넷마의 이순호님이 다가 옵니다.
"형님! 미안해요. 소임을 다하지 못했어요."
뜨거운 물이 얼굴에서 흘러 내립니다.

눈을 들어 보니 호미곶광장에는 빨간 지붕만이 앙상히 남은 광화문텐트
가 바람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몹시도 힘들어 보입니다.

"포항그린넷마 여러분! 맡은 바 임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믿고 맡겨 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저 개인의 부주의로 인해 새벽에 나와 오랫동안 많은 분들을
추위에 떨게 한 것, 머리를 조아려 사죄드립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철저히 일을 추진할 것임을 다짐하며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너무나 죄스러워 할말이 없는, 고재봉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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