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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호미곶을 향한 밀어내기 , 그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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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선 작성일02-12-09 17:20 조회6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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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에 가려고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자기전에 챙겨둔 짐보따리를
확인하고 생수를 큰잔으로 들이킨 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밀어내기를 시도하려
화장실로 들어가나
낯선 시간임을 감지한
소장과 대장은 코웃음치듯이
맥빠진 가죽피리만 울린다.

내 이 낯선 시도를 위하여
술도 안먹고 섬유질 듬뿍담긴
반찬만 장복하였거늘
성의와 준비를 외면하는
소, 대장이 야속하다.

달리기전에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공적인 밀어내기를 해야 한다는
그 강박관념이 더욱 더
이 낯선 새벽의 시도를 어렵게 한다.

포기하고 호미곶행 버스가 기다릴
여의도로 갔다.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고
백설기랑 바나나랑 귤이랑
게걸스레 먹으며 다시 밀어내기를
일념으로 생각하지만
여의도 둔치의 화장실은 자신이 없다.
낯선시간과 함께 낯선 곳을 가리는
병이라면 병때문이다.

1시간 30분늦게 출발한 버스속에서도
오직 밀어내기만을 생각하니
스스로가 처절하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느라
비몽사몽에 빠져 한참을 달리다
옥천휴게소에 아침을 해결하러
내리니 7시가 조금 지났다.

준비한 찰밥과 우동을 함께 먹고나니
배가 더부룩하며 변의가 슬며시
고개를 든다.
국물이 들어가 대,소장을 부드럽게 적셔줘야
비로소 밀어내기에 나설 수 있음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이룩한
슬프고 안스러운 필수선행조건이다.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휴게소의 화장실은 너무너무 깨끗하다.
화장실문화 업그레이드 캠페인 덕분이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사로(射路)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할 수없이 쪼그려 쏴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재래식 공간에 들어가 심호흡을 하고
자세를 취하나
낯선 장소, 낯선자세에 대한
대, 소장의 저항이 거세다.
버스는 떠나가려하고
시간은 없는데...

연상과 최면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목메어 불러냈지만
밀어내기 그 처절한 거사는
결국 이루지 못했다.

처연한 마음으로 복장을 수습하고
나오니 바로 옆 사로에서
사람이 나온다.
앉아 쏴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좌변기가 설치 된 곳이다.

익숙한 자세로 앉아 힘을 주니
그제야 명징한 신호음과 함께
고대했던 내용물이
퐁당하고 쏟아 진다.
유쾌, 상쾌, 통쾌한 순간이다.

고개를 숙여 확인하니
내용물은 빛깔 고운 병아리색으로 건강하다.

그러나 딱 한번이었다.
변의는 계속되었으나
대소장의 낯가림은
딱 한번의 밀어내기만 허용할 뿐이었다.

버스기사의 노한 얼굴이 떠올랐다.
더욱 움츠려든다.
만사휴의! 이제는 끝났다.
다시 돌이키기는 너무 어렵고 이미 늦어버렸던 것이다.

미진함과 아쉬움으로
눈물까지 나려 했지만
후일을 기약하며 물러설수 밖에 없었다.

절반의 성공을 이룬 것만으로도
다행함과 감사함을 느끼며
사로를 벗어나
버스로 향했다.

아!
낯선 곳에서 더욱 절감할 수밖에 없는
밀어내기의 어려움이여...

morningstar 정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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