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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꿩잡은 방법 2. (전차수교수님과 문하생님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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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석기 작성일02-07-22 07:30 조회5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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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수교수님 문) 뜀박질로 꿩을 잡을 수 있능교?

어린 뜀꾼 답) 가능하다(사례에 의하면).(4가지 사례종합 + 조류 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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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너희가 사랑을 아느뇨? => 남편 혹은 남자친구꿩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된다한들 시골의 일상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여전히 학교를 마치면 낫과 포대기를 들고 들과 산으로 소풀뜯으러 나가는 하루.

봄햇살이 정겹도록 따사로운 4월 어느날, 마을 뒤 비탈길 보리밭사이로 난 오솔길로 걸음을 옮기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장끼의 힘찬 함성.

"내 함봐도~, 멋찌제?"

고개돌려 언덕을 바라보니 비탈길을 따라 길게 자리한 밭둑에 그렇지 않아도 현란한 숫놈의 깃털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휘황한 빛을 발하고 있고, 그 옆엔 까투리 한마리가 수줍은 듯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순간, 전신을 휘감은 싸아한 느낌.

"저 거 한 번 잡아보까"

한 참 물이 오른 푸른 보릿대궁이보다 4월 어린 뜀꾼의 기개가 더 푸른지 택도 없이 나는 새(?)를 뜀박질로 잡고자 한다.

낫과 포대기를 놓고 멀리 돌아가 밭둑에 올라 선 어린 뜀꾼은 한발짝 두발짝 꿩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나름대로 조심한다고 했지만 기척을 느끼고 밭둑에서 보리밭으로 자리를 옮기는 두마리. 이에 질세라 고랑으로 위치이동하는 어릴 적의 빛돌.

두 놈(?)이 안 쪽 고랑으로 옮기면 따라 옮기고 다시 옮기면 또 따라가는 보리밭에서의 공간이동이 어느듯 같은 고랑에서 앞으로의 잽싼 걸음에서 드디어 뜀박질이 시작되고 있었다.

머리 앞서 숫놈이 달아나고 암놈이 뒤따르고 이어 다릿심을 주는 어린 뜀꾼.
투다닥 거리는 둔탁한 달음질 소리가 보릿고랑을 메우고 셋의 심박은 급상승.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한 까투리를 눈앞에 보며 다리를 채근하는 순간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힘찬 걸음을 내딛던 장끼가 급작스레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몸도 비씰비씰대는것이 금방이라도 쓸어질 듯 하고. 순간 어린 뜀꾼은 욕심을 내고 만다.

"그래, 볼품없는 까투리보다 멋진 저놈을 잡자"

셋 사이의 간극이 급격히 좁혀져 가지만 그래도 쉽사리 손아귀에 넣질 못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다시 장끼가 앞서고 까투리가 뒤쳐지고 뒤를 어린 뜀꾼이 따르니 반복되는 장끼의 휘청대는 몸짓.

"역시 까투리보단 저 놈이야"

다시금 힘을 주어 간격을 좁혀 쥘 듯 말 듯 다가서는 순간 갑자기 옆고랑으로 위치이동을 하는 남편인지 남친인지 모를 숫놈. 찰나 다시금 고민(년? 놈?)하는 어린 뜀꾼은 이내 결심하고 장끼의 뒤를 좇는다.

둘만의 환상 질주는 이어지고 이미 거기엔 넘실대는 보릿대궁이도 따사로운 4월의 햇살도 존재하지 않았다. <죽느냐 사느냐>하는 절박함과 <잡느냐 놓치느냐>하는 긴장감만이 있을뿐.

심장은 터질 듯하고 바로 코 밑에서 뛰는 꿩을 보며 힘껏 박차고 덮치기만 하면 아귀에 쥘 수 있을 것같은데 그것이 쉽지않다. "만약 지금 덮쳤다 손에 잡히지 않으면 어쩌지, 조금만 더 다가가 완전히 손아귀에 들어오면 덮치자" 생각은 이랬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않았다. 계속하여 달리다 보니 어느덧 저만치 보리고랑이 끝나가고 솔밭이 보인다.

"빨리 덮치자, 그렇지 않으면..."

침삼킬 새도 없이 뜀박질을 재촉하여 거의 손아귀에 들어올 듯한 거리, 그냥 앞으로 팍 넘어지기만 해도 가슴팍에 꿩이 깔릴 듯한, 다리가 조금만 더 길다면 발길질만해도 차일 듯한 거리, 숨이 멎을 듯한 그 순간 꿩의 힘찬 날개짓은 시작되고 연이어 뒤따라
오던 옆고랑의 암놈마저 따라 날고 만다.

"이런 바보, 그 때 욕심을 내는게 아니었어 그냥 까투리를 쫓는건데, 괜히 장끼를"
"어휴, 그 때 그냥 덮쳤어야 하는건데 미적대다 그만"

갑자기 풀려버린 다리에 견디지 못하고 길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며 가쁜 숨을 헐떡이니 갖가지 후회가 밀려오고 수십번 복기(復棋)를 해본다. 그러다 문득

"그 때 그놈이 왜 비씰댔을까? 그리고 왜 옆고랑으로 옮겼으며 곧 쓰러질 것같았던
놈이 어찌 계속 달렸을까?"

"썰마, 그 놈이 제 마누라(혹은 여자친구)지키려고 일부러 그랬을까?"

"만약 그랬다면?"


***** 목숨걸고 뛴 장끼 가로되 => "자고로 남잔 여잘 지켜줄 줄 알아야 된 놈이거늘"



4. 나라 망하는 순서는 자벌연후타정(自伐然後他征)이라 => 꿩잡이 끝낸 소대장훈시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살던 어린 뜀꾼도 어느덧 자라 신성한 국민의 의무인 나라지키러 갔다. 전방에서 철책지키며 인민군아자씨들이랑 농담 쌈치기 하던 재미로 세월보내다가 투입1년만에 후방으로 철수하였고 봄 날같은(전방생활에 비하면 진짜 너무편한) 군대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이면 전투체육의 날 혹은 전사적지(戰史跡地)답사교육을 하곤 했었고 그날은 마침 전사적지답사 차례라 중대병력을 이끌고 봄나들이를 나섰다.

근무지가 임진강을 끼고 있어 온갖 전설을 담고 있었고 마침 근무지 근처에 율곡할배가 자주찾았고 임진왜란때 종묘사직을 지키고자 선조대왕 몽정시 뱃길밝히러 살라졌던 화석정(花石亭)있었기에 그 곳을 오늘의 교장으로 정했다.

1년을 전방에서 동고동락했던 놈들이라 이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고 서로가 내몸인양 친해진 우리들이라 굳이 소대장과 병사들로 분류하기에 앞서 잘 짜여진 팀웤을 가진 푸른 옷 푸른 몸 푸른 맘의 청년들.

좌우로 길게 이어진 산기슭안에 부대가 자리한 연병장을 지나 위병소 밖으로 나서는 순간의 공기내음이란.

마침, 전술도로 한쪽으론 겨우내 묵혔던 논이 곧 있을 모내기를 대비하여 갈아엎어져 있었고 건너편 야산엔 봄 물이 한창오른 초목이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었다.

모두들 콧노래를 부르며 걸오내려 오고 있는데 어라! 이게 뭔가?

"꿩이다!"

누군가의 외침보단 두마리의 장끼가 싸우면서 내지르는 괴성에 모두의 시선이 논 한가운데로 향했다.

그 곳엔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숫놈두마리가 치열하게 전투중이었고(감히 천하제일 보병 1사단의 정예요원앞에서) 이를 본 중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대장님, 저거 잡아오겠습니다"

소대장의 미소를 답으로 고참 몇명이 논으로 뛰어들었다.
그 때까지도 푸드덕거리며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두 놈을 향하여.

10여미터 까지 가까워졌을 때 겨우 눈치를 챘는지 아님 그때서야 위기를 느꼈는지 건너편 산으로 도망하기 시작하는 두 놈과 쫓아가는 국군 아자씨 여럿.

길에선 전우들의 힘찬 격려가 이어지고 논에선 때아닌 꿩과 군인들의 달리기 시합이 벌어지고 양자의 간격이 좁혀지는 것보다 꿩과 산과의 간격이 더 좁혀져 모두들 안타까운 맘이 물컥 물컥 솟아난다. 여기저기서 새어나오는 동료들의 탄식에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믿음직한 소대원들.

그런데 순간 이게 웬일인가?

앞서가던 이 놈의 꿩 한놈이 완전히 군인알기를 장기판의 졸로 봤나보다.
몇발짝만 가면 개울건너 산기슭인데 아직 뛸 힘이 넘치는 것인지 아님 군바리 엿먹이려는 수작인지 코스를 홱하고 바꿔 반대로 뛰는게 아닌가?

순간 난 피가 솓구치는 걸 느꼈다.

"저런 미친 꿩을 봤나?"

"어릴 적 시절 모두를 동네 새들과 생존을 건 숨바꼭질을 하며 보낸 나의 동물적 육감이
너의 최후를 보는구나."

구경하던 중대원들은 함성을 지르고 다시금 이어지는 잘난 꿩과 고참병들의 뜀박질.
그 사이 한마리의 꿩은 건너편 산속으로 무사히 도망가고 그 놈의 꿩은 너른 논을 제집삼아 잘도 뛴다.

그렇지만 뒤따르는 애들이 누군가?

"그러다 소대장님 영창갑니다"라며 협박하던 중대 행정병의 공갈을 물리친
무식한 소대장 만나 영하 18도에도 웃통벗고 알통구보로 세월을 이긴 강병들이 아닌가?

꿩과 뒤따르던 병사들의 간격은 점점 좁혀지고 꿩앞에는 중대병력이 서서 구경하는데
이 망할 놈의 꿩이 한치 앞을 못보고 뛰어오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조만치 다가온 꿩을 보고 내려진 소대장의 한마디!

"잡아라!"

이에 구경하던 병력중 일부가 내려가 포위망을 치고 기다렸다. 신나게 뛰어오던 그 정신나간 꿩이 이제사 아차!싶었던지 멈칫한다. 순간 뒤따르던 병사의 잽싼 덮침!

소대장은 화석정아래 병력을 모아놓고 말뚝박기, 씨름, 동네에서 사온 먹거리로 시간을 보내다(이건 군사비밀인데) 자투리시간을 활용하여 화석정에 얽힌 전사와 특히 몸바쳐
이 땅 군인의 정신교육을 위해 희생한 거룩한 꿩님의 가르침을 새겨 주었다.

오로지 대한민국 군인의 정예화를 위해 희생한 꿩 가로되

=> 나라가 망하려면 먼저 집구석이 스스로 시끄러워진 다음 이웃이 넘보나니
서로 돕고 이해하면 절대 밖에서 넘보질 못혀!

7월 19일,
비오는 날,
점심먹자는 철도산악연맹구조대장 형님을 뵈러 서울역으로 가는데 귀에 익은 구호!

"휴가 잘 보내십시오, 전진" 네댓명의 제복입은 청춘들

<전진? 전진이라? 몇년대죠?> <육탄연댑니다>
<육탄연대라?그럼 몇대대?> <필승대댑니다>
<그래! 필승대대 그럼 몇 중대?> <네 맹호중댑니다>
<그럼 현 근무지는?> <네 지오피지키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번주내내 그 부대를 생각하며 있었는데 반가운 마음에 점심값을 챙겨주곤 양오석상사의 안부를 물었다. 그 때 잡은 꿩은 군사에 비해 너무 약하길레 중대원들에겐 순대 떡볶이를 사주고 중대를 위해 고생하시는(제일 연장자인) 인사계에게 드렸으니 꿩먹은 얘기는 들어봐야 하지않겠는가?

10년세월은 보직이 중대인사계에서 대대주임상사로 참 명칭도 바뀌어 주임원사로 계신다는 얘기에 난 바로 그 자리서 90미리 소대장겸 백두오피장을 했던 뜀꾼이라 전하고
해가 가기 전에 방문하리라 전하라 일렀다.


마무리와 실전 꿩잡는 방법은 이 따 오후에 올리겠습니다. 이러다 지각할라.

그럼 이 번 한주도 멋진 달리기 생활이 이어지길 빌며 쉬리의 빛돌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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