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 3개를 달고 달린 1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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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기 작성일02-06-26 13:50 조회8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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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돗토리현에서 일본사람들의 열열한 환대를 받으며 달린 니찌난 오로찌 100km 마라톤대회는 두고 두고 기억될 것이다. 한계령과 대관령 그리고 미시령을 하루종일 달린 셈이다. 6월 23일 새벽 다섯시에 출발해서 오후7시 해질녁에 골인했으니 줄잡아 13시간 51분간을 달렸다.
한적한 농촌마을을 지나칠 때는 예외없이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고 환영한다는 한글도 눈에 띄었다. 특히 눈길을 모은 글은 "힘써세요"라는 말이다. 아마 "힘내세요"를 그렇게 썼다는 생각이다. 어느 마을 앞에 설치된 급수대에는 월드컵 4강진출을 축하한다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사실 토요일날 출발하는 바람에 스페인전은 관람치 못할 것으로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다행히 돗도리현의 배려로 현청 사무실의 대형 TV로 경기를 볼 수 있었으며 현청이 떠나갈 듯 "대한민국"을 외칠 수도 있었다. 4강진출이 확정됐을 때는 현청공무원들도 얼싸안으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
주로 2.5km를 간격으로 설치된 급수대에서 주먹밥과 과일, 음료수 등 먹거리를 건네주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따듯하게만 느껴졌다. 일본의 농촌도 우리와 마찬가지인 듯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 선수들을 반겨주었다. 전체 참가자 400명중 10%도 안되는 38명의 한국 참가자들을 위한 배려치고는 송구할 정도로 극진했다.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과 상냥함은 경제부국을 이룬 밑거름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뻗은 삼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선 산악코스는 울창한 숲에 가려져 한기마져 느껴질 정도였으며 부슬 부슬 내리는 비는 외로운 주자의 친구가 돼주었다.
그리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는 또 있었다. 주최측이 하나씩 나누어준 조그만 방울이다. 용도는 곰퇴치용이란다. 방울소리에 곰들이 접근을 않는 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100km를 달리는 동안 곰과의 조우는 없었다. 소리나는 방울 하나에 소리나지 않는 방울 둘까지 합쳐 방울 세 개를 달고 달린 셈이다. 소리나는 방울은 알겠는데 소리나지 않는 방울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답변이 곤란하다. 적어도 남자라면 묻는 우를 범치 말 것을 권고하며 상상에 맡긴다.
어둠이 깔리기 전 현청 앞 휘니쉬라인이 눈에 들어오면서 가슴이 벅차 눈물이 솟으려고 했다. 그러나 애써 억눌러야 했다. 휘니쉬라인을 통과 하는 순간 후래쉬 불빛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100km의 장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14시간여 동안 일본땅을 밟고 달리면서 늘 머리를 떠나지 않는 말이 있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외롭게 달려온 주자의 손을 따듯하게 잡아주시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서울마라톤클럽 박영석 회장님의 말씀 또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서울마라톤클럽 박영석회장님을 비롯한 클럽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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