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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엘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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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6-18 15:37 조회4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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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엘 다녀와서

지난 일요일 문중 화수회에 아버님을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형님들이 계시지만 다른 일들로 바쁘셔서 자청을 했지요.
아내야 너무 나선다고 밉지않게 눈을 흘겼지만 이내 수긍하더군요.
오랫만에 가 본 고향은 비록 아무런 반기는 말은 해주지 않았지만,
여전히 포근한 분위기로 맞아주더군요.

화수회장에 가기 전에 선산엘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차보옆에 있는 구멍가게에 들렀습니다.
노인 두 분이서 장기를 두고 있더군요.

"쏘주 한 병 주세요."
"큰 놈? 작은 놈?"
"작은 걸로 한 병주세요."
"응, 산에 갈라고 그러능구만..."
"예. 또 뭐를 가져가야 되나요?"
"응. 건포 하나 가져가"
"예, 고맙습니다."
"그려, 그럼 잘 다녀 가..."

보해(였나요?) 소주 한 병과
커다란 명태 말린 포 한 마리와
센비과자 한 봉을 들고 산소로 갔습니다.
증조할아버지 내외분
할아버지 내외분
작은 할아버지 내외분이 계시는 작은 산입니다.

아버님은 멀찌감치를 가리키며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나는 나중에 쩌그 누울란다..."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아하, 인생이란 그렇게 갈 준비를 하며 사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콧등이 찡, 해오더군요.

쏘주를 따르고 포와 과자를 차려놓고 절을 올리고
유심히 살펴보니 왠 제비꽃들이 그렇게 많은지요.
보랏빛의 가녀린 고개숙인 꽃들...

산을 내려오는 길에 수십년만의 고향 친구를 만났습니다.
고추 심으러 가는 길이랍니다.
트럭 적재함에는 보기에도 너무 싱싱한 고추 묘판이
가득했습니다.
한 그루에 70원씩이라고 하더군요.
어머님은 너무 부러워하셨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잘 길렀다냐..." 하시면서요.

종친회장으로 가는 길에 언뜻 스친 모교 초등학교...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라던 은사시나무
심심풀이 먹거리를 제공하던 오동나무...
누가 전지를 하였는지 앙상하게 굵은 본체만 남아있더군요.
......


"그려, 시상에, 니가 큰 고생히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저녁길에 부모님은 얼마나 고마워하시던지요.
비쩍 마른 나무등걸처럼 거칠고 가벼운 두 분의 손.
이리 작은 일로 자식에게 연신 고맙다고 하시던 모습.
본가에 모셔드리고
집으로 홀로 돌아오면서
지나온 세월 내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또 후회를 했습니다.
앞으로라도 잘 해야 할텐데...

(지난 해 봄 어느날)


*** 친구 한택희님, 염려 고마우이.
'개'라는 말이 정겹고, 게시판 분위기를 돋구기도 하지만
때로는 듣기 민망할 경우도 있더군.
충고대로 자숙하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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