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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2월 10일의 LS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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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2-10 15:03 조회6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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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두두 뚜뚜∼ 뚜두두 뚜뚜∼'

침대 머리맡의 자명종이 울린다.
5시다.
조용히 침대를 벗어나 거실로 나왔다.
아내는 아마도 기척은 알았겠지만, 짐짓 잠이 깨지 않은 척 한다.
나도 그게 편하다.
함께 아내가 좋아하는 산에도 가주지 못하고, 성당마저도 게을리 하는 탓이다.
대신, 새벽잠이 많음을 미안해하며 간밤 끓여놓은 곰국물 적당량을 작은 냄비에 덜었다.
압력솥을 열고 잡곡밥 한 공기를 퍼내어 냄비에 담고 가스불을 켰다.
'탈칵!'
경쾌한 스위치음과 함께 파아란 불이 올라오고, 순식간에 뜨거운 열이 손등에 느껴졌다.

그 사이 작은 방으로 가 지난 밤 챙겨둔 가방을 거실로 들어내왔다.
새벽에는 급히 서둘다 종종 한 두가지 필요한 물품을 빠뜨리기 일쑤다.
그래서 요즘은 잠자리에 들기전에 입고 갈 것과 들고 갈 것을 구분하여 미리 챙겨둔다.
당연한 것인지, 잔꾀가 늘은 것인지, 생활의 지혜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가스 불을 끄고 충분히 뎁혀진 냄비를 내린다.
얼마간 남은 김이 담긴 바이오프라스틱 통과 생채 굴 무침을 찾아내었다.
간장에 삭힌 매운고추도 병에서 너댓 개 덜어내어 T.V 앞에 앉았다.
일기예보를 보니 날씨는 그리 추워보이지 않는다.
맛나게 식사를 마쳤다.

5시30분, 집을 나섰다.
산본I.C를 들어서니 명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갔는지 차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도시외곽고속도로를 달려 학의분기점 Exit으로 나온다.
과천터널을 지나니 이윽고 과천 뒷 길이다.

나는 이길을 달릴 때마다 아내를 생각한다.
아내는 채 일년이 되지 않았던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곳에 살았던 때를 항상 그리워한다.
생활환경도 쾌적하고, 市에서 주관하는 무료강습도 많고, 교통도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나를 만나 살아오는 동안, 이 곳에서의 기간이 가장 마음이 편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곳에서의 기간을 뺀, 십수년의 세월은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다는 얘기다.
인정한다.
그래서 나는 이 곳에 타운하우스라 불리우는 복층아파트를 마련해서 선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그 집값이 얼마나 나가는지를 알고나서는 그냥 27평형 보통아파트로 희망을 바꿨다.
하지만 이것도 언제나 해줄 수 있을지 요원하다.
요즘은 출퇴근 때마다 이 길을 지나며, 엄청나게 올라버린 아파트값을 상기하고는 풀이 죽곤 한다.

경마장 앞을 지나 양재대로로 갈아탔다.
재수가 좋은 것인지, 적색신호 한 번 걸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아, 평소 교통상황도 좀 이렇고, 아니 내 인생도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Pick-up 하기로 한 선배의 가락동 시장 인근의 아파트까지 불과 22분이 걸렸을 뿐이다.
주행거리표시기는 30km가 조금 넘었다.

6시를 조금 넘겨 이제 반달을 향하여 강변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반달에는 비록 함께 달리지는 못하지만 물당번 봉사를 하는 송장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다리시라, 송장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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